민주당이 지난 27일 저녁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그러나 실제 입법은 대선 이후에 하겠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으로 채택한 것만 해도 의미는 있다. 특히 민주당이 그동안 거부해오던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받아들이고,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개혁을 다시 하겠다고 한 것은 진전이다.
그러나 말로만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은 그동안의 행태를 통해 여러 번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발표한 정치개혁안이기에 당장 국민의힘에서도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정치개혁, 말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실제로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문재인 당시 후보는 지역구 의석을 줄여서라도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늘리고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여러 번 약속된 일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막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지역구 의석은 못 줄인다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후퇴시켰다. 나중에는 '준준연동형'으로 후퇴시켰다.
지방선거에서의 '2인선거구'가 거대양당의 나눠먹기가 된다는 것도 여러 번 지적됐던 일이다. 이재명 후보도 2018년 지방선거 전에 '살당공락(살인자도 거대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고 공자도 공천 못 받으면 낙선한다)'의 선거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지배하는 시·도의회들은 시·도별로 설치된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만든 4인선거구조차도 2인 선거구로 쪼개는 폭거를 저질렀다.
예를 들어 2018년에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7개의 4인선거구를 두는 방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는데, 서울시의회의 민주당 의원들이 조례를 통해 이를 전부 2인 선거구로 쪼갰다. 당초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4인 선거구를 35개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민주당과 당시 자유한국당이 반발해서 많이 축소가 됐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민주당이 지배하던 서울시의회가 없애버린 것이다. 필자도 당시 서울시의회에서 방청을 했는데, 시민사회단체와 소수정당들이 항의하는데도 민주당 시의원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저지른 일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기초지방의원은 3인 이상 선거구제를 하겠다니, 도대체 그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가?
민주당 시·
도의원들이 2인 선거구 폐지 결의를 해야
뿐만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안건은 여·야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라고 국민의힘과 합의했다(필자도 이번에 다시 확인해보니 이런 상황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공직선거법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고 했으니,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로 처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선 전에 법안을 처리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대선 후에 법안처리를 하겠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 이후로 마냥 미루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대선 전이라도 민주당이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바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13개 시·도의회의 민주당 의원들이 '조례개정을 통해서라도 2인 선거구를 없애고 반드시 3인 이상 선거구를 도입하겠다'는 결의를 하는 것이다. 기초지방의원 선거구획정은 최종적으로 시·도의회가 조례를 통해서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방침을 따르지 않는 시·도의원은 6.1지방선거에서 공천 배제하고 징계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야 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그동안 국민의힘 계열이 다수당을 차지해 왔던 부산·울산·경남·충남·강원의 시·도의회에서도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경북과 기초지방의회가 없는 제주·세종을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이 시·도의회의 다수당이다.
그러니 민주당이 진짜 의지가 있다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정도의 행동을 보여줘야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