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국민의힘 선대본부 조직통합총괄단(전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게인SNS소통위원회' 카카오톡 채팅방을 입수했고, 그 중 윤석열 대선후보가 참여해 있는 '20번방'의 내용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말] |
"외부인 초대금지, 윤석열 후보 특전사 소통방." - 1월 21일
그들은 스스로를 '특전사'라 불렀다. 1월 3일 생성된 카카오톡 채팅방 '020-어게인SNS소통위원회(조직통합본부)'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위해 일하는 '특전사' 115명(2월 28일 기준)이 머물고 있었다.
"이 방은 어게인SNS 분과위원장 특전사들 소통 방입니다." - 1월 3일
"◯◯님 누구보다 열심히 전파하시는 최고의 어게인 특전사 (중략)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 1월 9일
이 채팅방엔 윤석열 후보도 들어와 있었다(1월 16일 초대). 채팅방 목록에 있는 '윤석열' 계정의 연락처를 확인해보니 윤 후보의 것과 일치했다.
권영세, 박수영, 서병수, 조경태, 김미애 등 국민의힘 현역 의원 또는 선대본부 핵심 인물들의 이름도 확인할 수 있었다(2월 16일 초대). 뿐만 아니라 박형준 부산시장처럼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2월 16일 초대).
번호 매겨진 수많은 채팅방... 120번까지 확인
20번방이 핵심... 윤석열 후보와 권영세 본부장 포함, 박형준 부산시장도
채팅방은 20번 하나뿐이 아니었다. '어게인SNS소통위원회'란 이름의 수많은 채팅방이 존재했고 번호는 120번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120여 명이 포함된 20번방을 제외한 각 채팅방엔 30~5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해 있었다.
또한 20번방의 전신으로 보이는 '어게인SNS총괄본부(아래 총괄본부방)'란 이름의 채팅방도 존재했다. 20번방과 총괄본부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A씨는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이 같이 공지했다.
"전(체) 번호방에 특전사들 투입시켜서 명절 때까지 포스터 올려주세요." - 1월 28일
120개 카카오톡 채팅방의 5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특전사'들은 카카오톡 등을 통해 국민의힘 선대본부의 선전물을 퍼나르는 중심에 있었다. 특히 이들의 컨트롤타워는 윤 후보도 포함돼 있는 20번방으로 보였다.
[어떻게 활동?] 손그림 올리니 비방 이미지 완성... 가짜뉴스·색깔론 만연
'특전사'들은 이 수많은 채팅방에서 어떻게 움직였을까. 20번방에선 윤석열 후보를 지지·홍보하는 하는 것을 넘어, 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색깔론·음모를 제기하는 그림이나 글들이 공유됐고, 이는 다른 채팅방으로 퍼졌다. 심지어 20번방에선 이러한 콘텐츠를 직접 기획·제작·유포한 정황도 포착됐다.
1월 19일 'TF선별'이란 닉네임의 인물은 종이에 손으로 그린 그림을 20번방에 올리면서 "요것 좀 만들어 주셨으면"이라고 요청했다. 해당 그림엔 "염소와 호랑이의 대결, 그 승자는?"이란 글귀와 함께 이 후보를 염소, 윤 후보를 호랑이로 표현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더해 이 후보 부분엔 "재명이 얼굴, 최대한 얍삽한 얼굴로!", 윤 후보 부분엔 "최대한 호랑이스런 얼굴로!"라는 구체적 요구사항까지 적혀 있었다.
다음날 20번방엔 이러한 요구대로 만들어진 합성 이미지가 올라왔다. 이를 요청했던 'TF선별' 계정은 "좋아요"가 적힌 이모티콘으로 화답했고, 해당 이미지는 다른 번호 채팅방으로 퍼져나갔다.
'이 후보가 집 베란다를 뚫어 경기주택공사 합숙소를 왕래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사진 역시 채팅방들에서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지난해 12월 6일 국민의힘의 선대위 인선 발표 때 '공보특보'로 이름을 올린 정연태 한국SNS산업진흥원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쓴 "분당 수내동 2402호의 비밀"이란 제목의 글을 2월 20일 20번방을 포함해 여러 번호의 채팅방에 게시했다(해당 블로그 글은 이후 중앙선관위에 의해 비공개 조치).
또 같은 날 20번방엔 "경기주택공사와 이죄명(이 후보 지칭 - 기자 주) 집 베란다를 뚫어 통로 왕래 실체 확인"이라는 제목의 사진도 올라왔다. 해당 사진은 나중에 더불어민주당의 사실 확인을 통해 인천의 한 아파트 시공 사례 사진으로 확인됐지만, 2월 20~22일 여러 채팅방은 물론 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다.
채팅방들엔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주장했던 이아무개씨의 사망과 관련된 음모론도 여러 차례 게시됐다.
"<충격고발> 이◯◯ 변호사(실제로 변호사 아님, 사건 초기 동명이인 변호사로 오인 - 기자 주)는 살해됐을 것. 살해됐다면 누가, 어떻게, 왜 살해를 해야만 했을까. 북한 김정은의 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극물에 의해 살해됐듯이 북한의 남파 살수조가 지령을 받고 한 걸까, 아니면 경기도 성남시 일대의 조폭들이 이재명을 보호하기 위해 한 짓일까?" - 1월 13일 김◯◯
이러한 글은 1월 13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부검에 대한 1차 소견(자·타살 흔적 없음, 심장질환 예상)이 나온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한 기자가 암투병 중 사망하자 이 역시 이 후보와 연관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이◯◯ 변호사의 사망과 관련해) 암살 조직을 의심한다." - 1월 14일 정◯
"살해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 변호사의 수상한 부검결과 발표." - 1월 14일 김◯◯
"이◯◯ 변호사가 살해된 이유 공개." - 1월 15일 정◯
"◯◯◯ 기자 (사망이) 무슨 이유인지 알고 싶습니다." "쩜재명 관련 4번째 사망자 ㅎㄷㄷ." - 1월 17일 김△△ 채팅 및 이△△ 게시 사진
색깔론 공세 또한 여러 차례 이어졌고, 이런 내용의 글들 역시 20번방을 비롯해 여러 채팅방으로 퍼져나갔다.
"이재명의 공포. (중략) 이젠 드러내놓고 공산사회주의로 가겠다는 선언을!! (중략) 북한군 지체 말고 밀고 내려와라, 이것 아닐까?" - 1월 9일 이◯◯
"이재명이 대통령되면 공산화됩니다." - 1월 11일 이◯◯
"북한 공산당, 남한 대선후보 이죄명을 보호하라고 지령이 떨어졌겠죠." - 1월 12일 TF선별
이외에도 이 후보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얼굴에 이 후보를 합성하는 등 악의적 게시물도 상당수 공유됐다. 노무현·문재인 전·현직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합성하거나 정치보복을 희망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아래 사진은 20번방에서 추출한 사진 게시물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특전사'들은 누구?] 1월 4일 실물 임명장 받은 A씨... 온라인 임명장 매개로 '특전사' 조직
상대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와 가짜뉴스 유포 활동을 벌인 이 '특전사'들의 채팅방은 국민의힘 선대본부 차원에서 운용하고 있었다. 특히 앞서 밝혔듯 20번방에는 윤 후보를 비롯한 선대본부 책임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부산시장)이 직접 들어와 있었다. 이들이 채팅방에서 '특전사' 활동에 직접 관여했는지 확인되진 않지만, 최소한 존재와 활동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번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A씨는 총괄본부방(20번방의 전신)에서 "20번방은 총괄본부 중역들이 계신다. 말을 조심해야 한다"(1월 3일)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중역'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지켜본다는 것을 '특전사'들도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직접 선대본부로부터 임명장을 받기도 했고, 자신이 '특전사'로 활동할 임명장 수여자를 모집하는 모습도 보였다.
"임명장 받으신 어게인 특전사님들은 (책임이 따른다는 점) 특히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 1월 29일 (20번방)
우선 A씨가 받은 임명장은 선거상황에서 이름과 연락처만 제공받아 휴대폰으로 전송하는 '온라인 임명장'이 아니었다. A씨는 1월 4일 진행된 조직총괄본부 임명장 수여식에서 주호영 당시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으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받았다. 윤 후보 직인이 박힌 A씨의 임명장엔 "20대 대통령선거 윤석열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통합본부 네트워크어게인 총괄위원장으로 임명함"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후 1월 10일 A씨는 총괄본부방에 "SNS어게인위원회 임명장 받고 본부 단톡방 방장하실 분 신청해주세요. 이름, 전화번호, 지역구, 성별, 출생년도, 직업과 활동내역 1개만 문자로 보내주세요"라며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유하기도 했다. 수많은 채팅방을 운영하기 위해 임명장을 매개로 '특전사'를 모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방에서 1월 2일 A씨는 "국민의힘에서 만들어줘서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유일한 고유의 방장이 되는 것"이라며 "방에 포스팅 올리고 지켜만 보시면 된다. 단 (중략) 방에 20명 되면 초대하지 말고 초대 가능한 분들 5명씩 초대하라고 하고 방을 키워라"라고 말했다. 또 "열심히 한 분들은 반드시 공로장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조직통합본부가 통합 관리, 이영수 본부장님 통솔"... 신천지 논란 인물
"뒷감당 생각하시고" 스스로도 문제 가능성 알아
한편 A씨가 총괄위원장으로 있는 '네트워크어게인'의 상위 기구 '조직통합본부'는 이영수 본부장이 수장인데, 그는 최근 불거진 '신천지 탈퇴자 관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이 본부장의 이름 역시 20번방에 포함돼 있다(1월 3일 초대).
A씨는 1월 10일 총괄본부방에 "우리 통합본부에서 전체 (채팅방을) 통합 관리하게 되었고 이영수 본부장님이 중앙당직자 외에는 모두 통솔한다"라며 "SNS는 어게인 특공대가 최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과해질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까지 인지하고 있었다.
A씨는 2월 7일 20번방에 "검증 안 된 거 올리면 안 된다. 어게인 분과 위원장님(각 채팅방 방장)은 개인 판단은 접으시고 어게인본부의 지시에 따라달라"라고 말했다.
또 "(각) 번호방에 본부에서 만든 자료 외에 올린 홍보물 때문에 고소고발 건이 생길 경우 책임은 본인의 몫"이라며 "본부에서 받은 자료 외에는 신중하게 올리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앞서도 A씨는 "개인적인 충정심으로 단톡방에서 격돌할 때 그 뒷감당을 생각하시고 글을 올리셔야 함을 명심해 달라"(1월 17일), "모든 포스터는 책임이 따른다는 거 분명히 공지한다"(1월 29일) 등의 글을 20번방에 남기기도 했다.
A씨 "초대했지만 그분이 진짜 윤석열 후보였는지 몰랐다"
주호영 "나는 모르겠다"... 이영수 조직통합본부장 "나중에 통화하자"
A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번방에 윤 후보가 있는 것과 관련해) 그분이 정말로 윤 후보였는지 정확히 몰랐다. (프로필이) 윤 후보 사진이길래 좌파는 아니겠다 싶어 (초대)했지, 그분하고 한 번이라도 소통하거나 그러지 않았다"라며 "(현역 의원들의 경우엔) 우리 국민들 마음을 좀 알아달라고 넣어둔 거지 활동하라고 넣어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대)본부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그런 게 아니고 자유소통방이다. 민주당에서도 (채팅방에) 올라와 우파인 것처럼 (게시물을) 올리고 허경영 측도 들어오고 그런다"라며 "(나는) 임명장 하나 받은 거지, 그렇다고 내가 (선대)본부에 출근하는 사람도 아니고 본부와 연결돼 (활동)하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렇게 카친(카카오톡 친구)들과 건전하게 활동하는 사람을 악의적으로 모함하면 안 된다"라며 "제가 그 백 몇십 개 톡방에 무슨 내용이 오가는지 어떻게 그걸 다 확인하겠나. 자기들끼리 그냥 소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채팅방에서) 형사처벌 받을 행동은 하지 말라고 시키는데 (참여자들이) 그런 말 안 듣잖나. 그러면 자기가 책임을 져야지, 내가 시킨 적이 없는데 자기들끼리 그렇게 소통하는 걸 어쩌겠나"라며 "(또) 저한테 덮어씌우려고 민주당에서 들어와 가지고 이런 식으로 글을 올려 우리가 한 것처럼 만들 수도 있잖나. 나는 한 번도 고의적으로 한 것도 없고 사람들한테 지시한 것도 없기 때문에 떳떳하다"라고 덧붙였다.
A씨에게 임명장을 준 주호영 의원은 "나는 (해당 채팅방들에 대해) 모르겠다"라며 "워낙 채팅방이 많고 내가 나오고 난 뒤의 일이다(1월 5일 국민의힘은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선대위를 선대본부로 개편했고 주 의원을 비롯한 선대위 산하 본부장들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 기자 주)"라고 말했다.
A씨가 포함돼 있던 조직통합본부의 이영수 본부장은 "나는 잘 모르니 나중에 통화하자. 유세 끝나면 전화드리겠다"라고 했고, 이후 전화·문자를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