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확진입니다.’
‘선생님, 자가진단 앱이 안 돼요.’
“선생님, 저 교복이 아직 없는데, 입학식 날 어떻게 하죠?”
아, 담임 업무가 시작됐구나 절감한다. 2월 며칠 쉬는 날에도 시공을 가리지 않는 메신저 알림음이 계속 울려댄다. 며칠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마스크로 반쯤 가린 얼굴로 인사만 나눈, 아직은 낯선 우리 반 학생들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코로나 현황을 매일 파악하여 보고하라고 하고, 학생들은 새로운 담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다. 단체 메신저 방을 만들어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학교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담임과 비담임을 모두 해 본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담임이 비담임보다 힘들다고. 절대적 업무량이 많으며, 심리적 부담감도 크고, 학생에 대한 무한 책임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 이후에도 학생이나 학부모 전화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학교는 그래서 담임에게는 담임도 그 자체로 큰 업무이기 때문에 행정적 업무는 경감해 주는데 우리 학교는 그렇지 않다. 각 부장들의 기획은 물론이고, 급식 예결산 보고하는 – 다른 학교는 영양교사가 한다는 - 급식계 업무조차 담임에게 부여된다.
교장 선생님은 늘 말한다. “담임할 사람이 없어요.” 교사 수 72명이나 되는 학교에서 36개 학급을 운영하면서 담임할 사람이 없다는 말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그건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학교의 업무라는 게 제로섬(zero-sum)이라 누군가 일을 적게 하면 누군가는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우리 학교는 이 문제를 권력의 위계로 해결한다. 즉 비담임이나 수업시수 등과 같은 ‘학교의 희소적 자원’이 ‘권력에 의해 권력을 위해’ 배분된다. 권력이 적을수록 업무가, 권력이 클수록 혜택이 많다. 업무는 기간제 비담임이 가장 많고, 혜택은 12명의 부장 교사들이 나눠 갖는다. 물론 거기에도 나름의 위계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갖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 즉, 담임과 수업 시수와 과중한 업무는 담임을 하는 평교사들에게 떨어진다. 수업 시수는 적게 주고, 담임을 시키지 않으며, 동아리 담당도 시키지 않으며, 성과급은 S등급을 준다. ‘힘들고 바쁜 사람들’이라고 주차장도 계단 올라가는 수고를 덜어줘야 한단다.
12명의 부장들은 자신들의 아래에 기획을 두고 실질적인 업무를 그들에게 부여한다. 권위와 혜택은 챙기고, 실질적 업무는 아래 사람이 하는 셈이다. 예를 들면 각 학년부장도 비담임이고, 시수 혜택을 받으면서 업무는 네 명이나 되는 담당 교사들을 두고 – 담당 부장 입장에서는 많고, 담임교사 입장에서는 별로 많다고 생각되지 않는 - 학년부 업무를 한다.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을 옥상옥을 만들어 두세 명이 담당하게 하는데, 결국 거기에서도 가장 힘이 없는 한 명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평교사들은 담임하며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행정적 업무까지 떠안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관리자들은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편하기 위해서는 관심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언제쯤이나 되어야 학교가 담임교사를 우대해주고, 수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교사와 학생의 관계 중심의 공동체로 설 수 있을까? 오히려 기업, 그것도 아주 시대착오적인 관료제 기업처럼 후퇴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건 내가 출세에 관심 없는 평교사이기 때문일까.
덧붙이는 글 | 제 개인 블로그에도 실었습니다.
https://blog.daum.net/teacher-note/1811
https://blog.naver.com/social_studies/222660479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