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TV타워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1일(현지시각) 공식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이 키예프의 TV타워를 공격했다"라며 폭발 연기에 휩싸인 TV타워 사진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의 TV타워 공격으로 최소 5명이 사망했다"라며 "일부 장비가 파손돼 당분간 채널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고, 곧 일부 채널은 대체 방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예프의 TV타워는 1941년 나치 친위대가 키예프의 바비 야르 계곡에서 유대인 3만4000여 명을 죽인 이른바 '바비 야르 대학살' 추모관 인근에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가 대학살 추모관 인근의 TV타워를 공격한 것은 야만적"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정보 공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군이 키예프에 있는 우크라이나 보안국과 '72정보심리작전센터'에 고정밀 타격을 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목표물 인근에 사는 반러시아 성향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를 포함한 키예프 시민들은 집을 떠나 대피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경고했다.
양측 대표단, 이틀 만에 다시 만난다
러시아군은 전날에도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코프의 민간인 거주지역을 무차별 폭격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폭격으로 최소 1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이것은 전쟁 범죄"라며 "러시아의 국가 주도 테러(state terrorism)"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하리코프의 중앙 광장을 폭격한 것에 대해 "하리코프는 수도 키예프와 함께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고, 이는 우리의 저항을 부수려는 것"이라며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오는 2일 2차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개전 후 지난달 28일 양측 대표단이 처음 만난 이후 이틀 만이다.
앞서 양측은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서 1차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곧 2차 협상을 하기로 했다. 다만 러시아 대표단은 "합의를 기대할 수 있는 이슈들을 찾았다"라고 밝히면서 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젤렌스키 "폭격 멈추지 않으면 협상은 시간 낭비"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CNN 방송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최소한 사람들에 대한 폭격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라며 "만약 러시아가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협상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하기 때문에 우리의 파트너들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킬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만약 우크라이나가 함락당한다면 러시아군이 나토 회원국들의 국경에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국경이 보장되고, 모든 이웃과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우리가 완전히 안전하다는 법적으로 보장받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심장이자 특별한 존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잃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러시아 공군을 막기 위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금은 그런 조치를 할 때가 아니라는 뜻을 개인적으로 전달해왔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버티는 것이 아니라 싸우고 있으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우리의 삶과 권리를 수호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나토는 오는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