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 정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좀 설명을 드리자면..."
"탄소 포집하지 않습니다. 잘 못 알고 계십니다."(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대선후보 간 토론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 간의 대화처럼 보였다.
지난 2일 오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국민연금과 일자리, 탄소중립 문제를 놓고 토론했다. 주로 안철수 후보가 묻고 윤석열 후보가 답하는 모양새였다.
국민연금 개혁을 이야기하던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국민연금의 지속불가능성 외에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윤석열 후보의 답변은 이랬다.
"소득대체율이나 또 노후의 빈곤을 좀 막을 수 있는 그런 뭐 보장, 소득보장제도 아니겠습니까?"
윤 후보의 답변이 시원치 않자 안 후보는 국민연금에도 빈부격차가 있다는 문제를 언급하면서 넌지시 힌트를 줬다. 지난 2월 "(토론에서)어려운 거 있으면 설명해가면서 해주는 게 예의"라는 윤석열 후의 발언에 충실한 태도였다.
"혹시 그거 아십니까? 지금 형편이 좋은 분들은 가입률도 높고 가입기간도 깁니다. 그런데 형편이 나쁜 분들은 가입기간도 짧고 가입률도 낮습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겠습니까?"
윤 후보가 "낸 것보다 더 많이 드리게 되면 재정이 부실화될 것"이라고 답하자, 안 후보는 "더 중요한 문제는 국민연금이 빈부 격차를 악화시킨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본인이 생각한 답을 이야기했다. 안 후보는 다시 "어떻게 고치면 되겠나"라고 물었다.
윤 후보가 "중간층과 개인연금이라는 중층적인 구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하자, 안 후보는 "(윤 후보의 답변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했다. 이어 안 후보는 "형편이 나쁜 분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연금 크레딧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개혁 구상을 밝혔다.
연금크레딧이란 여러 사정으로 가입 기간이 짧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을 상대로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로, 현재는 2자녀 이상 가입자와 군복무자, 실업자 등에만 한정 적용된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저소득층을 늘리자는 제안이다.
윤석열에 집중된 안철수의 질문
안 후보의 질문은 인구 감소를 주제로 한 시간총량제 토론에서도 이어졌다.
안 후보는 인구 감소의 해결을 위해선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다면서, 윤석열 후보에게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자신의 토론 시간을 할애해, 리쇼어링(Reshoring)이라는 용어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이면서 윤 후보를 배려했다. 대학교수 경력을 가진 안 후보의 깔끔한 설명과 질문이었다.
"일자리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이 리쇼어링 정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설명을 드리자면 한국기업인데 외국에 공장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다시 정책적인 배려를 통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 리쇼어링이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윤 후보께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윤 후보가 "그것도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하자, 안 후보는 지난 5년간 한국이 유치한 리쇼어링 기업은 48개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면서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실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물었다.
윤 후보는 "글쎄? 고용경직성이 원인 아닌가"라고 짧게 답했다. 안철수 후보는 노동개혁 외에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각종 규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걸 빼먹으셨다"고 일침을 가했다.
탄소중립 문제 토론에서 안 후보와 윤 후보는 또 한번 토론했다. 이번에도 안 후보가 "철강 생산 시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번번히 답을 제대로 못했던 윤 후보는 멋쩍은 표정으로 "우리 안후보께서 잘 아시면 저와 우리 시청자분들께 설명해주시면 안되겠나"라고 양해를 구했다.
윤석열 "탄소포집 하지 않나"... 안철수 "안한다, 잘못 알고 있다"
안 후보가 "정말로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탄소(CO2)를 생산하는 산업 중에 하나가 철강산업"이라면서 말을 이어가려 할 때, 윤 후보가 "탄소 포집을 하지 않나"라고 끼어들었다. 부드럽게 설명하던 안 후보가 단호한 어투로 윤 후보에게 면박을 줬다.
"포집하지 않습니다. 잘못 알고 계십니다. 포집기술들이 완성되거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안 후보의 말처럼 실제로 철강 탄소포집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국내에선 포스코가 지난해 11월 '이산화탄소포집·활용 CCU(Carbon Capture Utilization)' 기술 실증 사업을 시작한 정도가 전부다.
토론이 아니라 일방적인 강의 형태로 진행되는 흐름을 보이자 안 후보는 "제가 뭐 여가 와서 강의를 하려고 여쭤본 것은 아니고"라면서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 그게 정부 역할이 아닌가"라면서 질문의 취지를 재차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