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를 얻기 위한 부실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대선 공약에 대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약검증단의 총평이다. 경실련은 "거대 양당 후보들이 재원 마련 방안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규제 완화와 성장 지원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교수와 변호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경실련 공약검증단은 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검증단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을 비롯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사퇴) 등 대선주자 4명의 공약을 종합 평가했다.
경실련은 전체적인 공약 총평에서 "후보자들의 공약이 전체적으로 선언적이고 나열식으로 제시되었고 재원 마련 방안이 빠져있는 등 전체적으로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후보자와 정당들이 투표 1주일을 앞두고 공약집을 발표한 것은 유권자들이 공약을 충분히 검증할 기회를 차단함은 물론, 정책 선거를 무의미하게 만든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도 밝혔다.
[재벌 정책] "이, 현 정부보다 후퇴"-"윤, 노골적 친재벌"- 심상정만 호평
경제 분야 공약과 관련해 경실련은 "재벌 개혁과 관련된 논의가 사실상 실종된 선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거대 양당 대선 주자들의 경제 공약은 기존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유지하려는 데 그쳤고 재원 마련 방안도 불분명하다는 평가였다.
호평을 받은 건 심상정 후보가 유일했다. 심 후보는 재벌개혁의 핵심인 경제력 집중 해소와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공약을 제시하면서 "유일하게 재벌개혁 공약을 낸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재명 후보의 경제 공약에 대해 경실련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를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보다 후퇴한 재벌정책의 답습 수준"이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기업 관련 특수관계인 제도 개선과 선진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등을 내건 윤석열 후보에 대해선 "노골적인 친재벌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자영업 정책] "이, 실현 가능성 부족"-"윤, 구체성 높아"
중소상공인·자영업 공약과 관련해 평가단은 윤석열 후보의 손실보상·임대료 나눔 등의 공약이 "구체성이 높다"면서도 "장기적인 계획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중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공약 이행을 위한 전담 차관 및 기관 신설 및 인프라 구축에 대해선 "재원 마련과 임기 내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자영업자 코로나 피해 지원과 함께 온라인 플랫폼 갑질 규제, 골목상권 활성화, 가맹점·대리점 본사 갑질 근절, 상가임대료 문제 등 다양한 중소자영업자 문제 해결을 약속해 호평을 받았지만 "정책 수행에 필요한 재정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세 정책] "심상정의 증세 방안 매우 구체적" 호평
조세 정책에 대한 평가도 대체로 좋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탄소세 도입은 실현 가능성 있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을 내건 부동산세제 공약에 대해서는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부세 부담 완화와 주식양도세 폐지 등 감세에 적극적인 윤석열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조세의 분배 기능은 배제하고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주창한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심상정 후보의 경우 불평등의 해소를 위한 대기업과 자산가에 대한 증세 조치로 소득세·법인세·종부세 등을 중심으로 매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부동산] "이, 일관성 부족"-"윤, 투기조장"-"심, 실현 가능성 낮아"
부동산 분야에서는 모든 후보가 공공주택 확대 정책을 중점적으로 제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경실련의 평가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토지이익배당제 도입, 개발이익환수 등을 강조하고 하면서도 종부세 완화, 공정시장가액비율 하향 조정 등을 공약했는데, 경실련은 "통일된 입장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후보에 대해선 "종부세 완화, 양도세 경감, 공시가격 2020년 수준으로 환원 등 부동산 세금의 과거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며 "LTV를 80%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은 지금처럼 집값이 비쌀 때 투기를 조장하고 청년층 등 무주택자들에게 비싼 주택가격 부담을 떠넘길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토지초과이득세 도입, 개발이익환수 강화, 주택소유상한제 도입 등을 내건 심상정 후보에 대해선 "불로소득 근절 의지가 가장 돋보인다"면서도 "다만 소수정당이고 법개정 사항이라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금융 정책] "이, 실현 가능한 공약 제시"-"윤, 개혁성 부족"-"심, 불균형적"
금융 분야의 경우 가상자산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공약을 낸 이재명 후보가 다소 호평을 받았다. 경실련은 "이재명 후보는 금융 여러 부분에 대해 다양하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및 금융소비자 보호 등 최근의 현안 이슈들도 비교적 다양하고 충실히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의 기본 시리즈(기본대출과 기본저축) 공약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주식양도세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후보에 대해 경실련은 "개혁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경실련은 "주식양도세(도입)의 경우 대주주 편법승계 및 사익편취와 관련한 목적이 있었다"면서 "세수의 차원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디지털 금융 및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공약도 있으나 세부 분야의 폭이 넓지 않고 해결책도 다소 빈약하다"고 밝혔다.
녹색금융 전환과 지역 금융 불평등 해소 등 금융시장 내 불균형 해소 공약을 내건 심상정 후보는 "가치성은 있으나 전반적으로 금융의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이슈에 대한 불균형적 시각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실련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대체로 부실하고, 국정 운영 과정에서 폐기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기후위기 대응과 4차 산업혁명 전환기에 경제 사회구조 개선 정책이나 양극화 완화 같은 공약들은 사라졌고, 표가 되는 타겟층의 입맛에 맞는 부실 공약들만 제시됐다"면서 "공약들은 어느 후보가 당선돼도 국정 운영과정에서 수정되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높고 큰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