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부산을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산 재미 없다' 발언을 집중 부각하며 지역 표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윤 후보 역시 "서울은 날아가는데, 부산은 걸어가거나 기어간다. 너무 뒤떨어져 있다"면서 지역의 낙후성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에만 사하구 괴정골목시장 앞, 사상구 이마트 사상점 광장, 북구 구포시장을 순서대로 찾아 유세를 펼쳤다. 가는 곳마다 수백 명 지지자들의 환대를 받았다. 그는 20여 년 전 부산에서 근무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친밀감을 이끌어 내는 동시에 이 후보의 "부산은 재미없잖아 솔직히" 발언과 '대장동 게이트' 등을 부각했다. 또 '부산이 살아야 대구와 광주가 산다'며 KDB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약속했다.
"서울은 날아가는데, 부산은 걸어가거나 기어가, 너무 뒤떨어져"
윤석열 후보는 300여 명의 지지자가 모인 괴정골목시장 앞 유세에서 "저는 20여 년 전 부산에서 근무도 했지만, 학창시절부터 부산역에만 내리면 뭔가 재밌고 멋진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라며 "부산 분들 화끈하고 멋지잖나. 부산은 재미없고 초라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와서 부산 시민들에게 자기 찍어달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학창 시절 때 와보면 광복동뿐 아니라 부산이 새로운 문화의 가장 첨병이었다. 여성 패션도 최첨단 세계 유행을 제일 먼저 받아들이는 데가 부산이었다"라며 "지금은 어떻게 됐나? 서울은 날아가는데, 부산은 걸어가거나 기어간다. 너무 뒤떨어져 있다.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가면서 부산이 서울하고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이 서울만 해야 대구와 광주도 함께 발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부산을 아시아 최고, 세계 최고 해양 도시로 키우고 그 배후에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상업 고도화를 시키기 위해 일단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산업은행 하나 가지곤 안 된다. 부산 발전시키는 데에 재정 투자 가지고는 부족하다. 외자가 많이 들어와야 한다. 제게 정부를 맡겨주시면 여건을 조성하고 유인책 써서, 대형 외국 은행들이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1월 13일 부산에서 스타트업·소셜벤처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부산은 재미없잖아 솔직히. 재미있긴 한데 강남 같지는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발언, 지역비하발언을 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은 "재미가 없다는 건 급여 수준, 생활 여건 등 청년이 느낄 만한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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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민주당, 단군 이래 최대 부정부패 몸통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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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철수 아니라 안철수의 진격"
1000여 명 인파가 모인 사상구 이마트 사상점 광장 유세에서 윤석열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언급하며 "안철수 후보께, 국민의당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며 "안철수 후보께서는 이 단일화로 사퇴를 하셨지만, 이것은 철수한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해서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진격하신 것이다. 안철수의 진격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윤핵관 논란'으로 선거대책본부와 거리를 뒀던 장제원 의원이 사상구 유세에 합세해 눈길을 끌었다. 윤 후보는 장 의원을 자신의 '정치 선생님'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단일화 일등공신'이라고 평가했다.
유세 무대에서 연설하던 윤 후보는 "단일화 과정에서 사상의 아들 장제원 의원이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결정적 역할 했다. 서로 간 가질 수 있는 불신을 제거하고 저와 안철수 후보가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제가 정치에 처음 발을 들여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 절 가르쳐주고 이끌어줘서 국민의힘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도록 가장 큰 역할을 해주시고, 또 이번에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시켜준 사상의 머슴"이라고 추켜세웠다.
윤 후보는 "제가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주변에 참 좋은 분들이 많다"라며 "저를 믿고 찍어주시면 이분들과 같이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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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제원 “성공한 정부, 윤석열 대통령 이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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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윤 후보는 부산 남구청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재한유엔기념공원에서 참배했다. 윤 후보는 '부산에서 사전투표를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오늘 일정이 부산 쪽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며 "남구청이 있는 대연동은 제가 20여 년 전 부산에서 근무할 때 살던 동네라 감회가 남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한유엔기념공원을 찾은 의미에 대해선 "부산의 '유엔 묘지'는 자유의 국제 연대를 상징하는 세계사적인 장소"라며 "정치를 시작하고 진즉에 방문을 했어야 했는데 많이 늦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자유의 국제 연대 덕분에 자유민주주의를 갖게 됐으니만큼 앞으로 국제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