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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국회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하 중수부)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은 검찰은 참으로 희한한 반응을 보였다. 저축은행 사건을 수사 중이던 중수부 검사들이 갑자기 수사 대상자들을 모두 귀가시키고 자신들도 퇴근한 것이다.

이날 밤 중수부의 우병우 수사기획관, 노승권· 윤석열 과장, 윤대진 검사 등 주요 수사진 몇 명은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의 한 술집에 몰려가 술을 마셨다고 한다. 과연 그들이 술자리에서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을지 궁금해진다.

지난 2011년 6월 오마이뉴스 <'중수부 폐지' 하자니 퇴근한 검찰, 조폭인가> 기사의 서두다. 우병우, 윤석열, 윤대진... 낯익은 이름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기사에 등장하는 저축은행 사건이 바로 부산저축은행이다.
 
 지난 2021년 9월 15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의 대화에서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는 6일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 2021년 9월 15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의 대화에서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는 6일 <뉴스타파>의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 뉴스타파 갈무리
 
맞다. 바로 어제(6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에서 공개한 '김만배 녹취록'에 등장하는 바로 그 부산저축은행. 20대 대선 본투표일을 사흘 앞둔 일요일 밤 공개된 해당 녹취록의 파장은 일파만파였다(관련 기사 : 김만배 음성 공개 파문 "윤석열이 '니가 조우형이야?'... 그냥 봐줬지" http://omn.kr/1xoec). 특히 사건 피해자들이 공분할 만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할머니 부산저축은행 때 돌아가셨거든…. 아빠 막 자기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거 묻어준 놈 찍었다고 죄송하다고 엉엉 우셔…. 동생 자다 깨서 내방 오고 엄마 나오셔서 아빠 달래시고 난리다 지금.

7일 소셜 미디어에서 회자되고 있는 어느 유명 커뮤니티 게시글의 일부다.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 당사자로 윤석열 후보를 지목하는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접한 피해자 가족이 분노하고 오열했다는 내용이었다.

다수 증언이 가리키는 지점

김만배 녹취록의 파장은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후보의 공정과 원칙을 되돌아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대장동 게이트의 종잣돈으로 일컬어지는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봐주기 수사 의혹에 윤 후보가 직접 연루됐다는 김만배 녹취록은 즉각 김만배씨 누나가 윤 후보 부친의 집을 매입한 정황과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곽상도 의원을 비롯한 '50억 클럽'도 떠오를 수밖에 없다. 김만배 녹취록에서도 역시 50억 클럽의 일원으로 의심 받는 박영수 변호사가 윤 후보와 함께 주요한 인물로 지목됐다.

이런 보도가 처음도 아니었다. 지난달 28일 JTBC는 <대장동 자금책 측근들 "검사가 타준 커피… 영웅담처럼 얘기"> 보도에서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조사를 마친 조우형이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첫 조사와 달리 되게 잘해줬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라며 "검사가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김만배가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했고, 검사장급 검찰 간부에게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고도 답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JTBC는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후보였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앞서 김만배씨와 함께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로 손꼽히는 남욱 변호사가 검찰 조사에서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 브로커를 봐준 정황을 진술했다"는 JTBC 보도가 나온 터였다. 그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측근들도 JT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전했다. 
 
김만배인지 OOO인진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그 두 분 중에 한 분이 지검장과 커피를 마시고. 자기 조사 받을 때 그 사람들은 거기 들어가 있고. 자기는 주임검사랑 커피를 마시고 그랬다 동시에. 그리고 나서 금방 나왔다는 얘기를 했어요. 영웅담처럼 얘기했죠, 사실. (A씨 / 조우형 회사 관계자)

그 주임검사가 바로 윤 후보였다.

당사자의 반응

김만배씨도, 남욱 변호사도, 브로커 조씨의 측근도 같은 인물을 가리키는 상황. 이를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범죄 연루된 자들 녹취록만 가져온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녹취록만이 아니다. 앞서 말한 JTBC 보도는 검찰 진술 내용이다. 검찰의 움직임이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경기도 의정부시 행복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경기도 의정부시 행복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정작 윤 후보 본인의 반응은 한술 더 떴다. <뉴스타파>에 녹취록을 제공한 제보자는 현직 기자 시절 김만배씨와 동료 사이였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뉴스타파> 전문위원). 그래서였을까. <뉴스타파> 단독 보도가 나오기 전인 6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 유세에 나선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이 강성 노조를 앞세우고 그 강성 노조를 전위대로 세워서 가장 못된 짓을 다하는데, 그 첨병 중의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며 이례적으로 언론 단체를 공격하며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즉각 언론노조 및 현업 언론단체가 7일 국민의힘 항의 방문을 예고한 가운데 윤 후보 강성 발언의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뉴스타파> 보도 직후 그 의문이 풀렸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김만배 녹취록을 둘러싼 <뉴스타파>의 취재가 윤 후보 측에 알려지면서 언론노조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 말이다.

그런 반응은 또 있었다. 바로 마지막 토론회에서 '버럭' 했던 윤 후보 반응 말이다.

"이거 보세요!"

지난 2일 열린 20대 대선 마지막 대선 토론. 연거푸 대장동 특검을 제안하는 이재명 후보에게 윤 후보는 "이거 보세요"란 대선 토론 자리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버럭'과 같은 반응으로 응수한 바 있다. 끝끝내 이 후보의 대선 후 특검 제안엔 동의하지 않았다. 앞서 저축은행 사건을 제외하고 특검을 주장하던 윤 후보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였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

김만배 녹취록 등 핵심 관계자의 증언들처럼 검찰 수사 결과 윤 후보가 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씨를 만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죄는 둘째치더라도 전 국민이 지켜보는 대선 토론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7일 해당 녹취록과 관련해 공수처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다시 부산저축은행사건 피해자들로 눈길을 돌려보자. 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김만배 녹취록과 관련해 "등장한 인물들의 대화 자체가 별로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로 본다"며 "과연 어떤 문제가 있나요?"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당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김만배 녹취록을 접하고 분노하는 중이다. 서민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건에 대해 특수통 검사를 거쳐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후보가 언론노조를 뭐라 하고 끝낼 일이 아니란 얘기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BBK 사건은 이명박 후보의 승패를 좌우할 아킬레스 건으로 꼽혔다. 하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면죄부를 줬다. 대선 이후 윤석열 후보가 포함된 BBK 특검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특히 BBK 특검팀은 천문학적인 MB 비자금을 알면서도 덮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로부터 11년 뒤 이명박씨는 BBK 사건으로 구속됐다.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이었다.

그리고 20대 대선 본 투표일을 이틀 남긴 시점에 김만배 녹취록이 대선판을 뒤흔드는 중이다. 마치 17대 대선 직전 'MB 광운대 동영상'이 터져 나왔던 것처럼. 지금도 고통받는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 앞에서 윤 후보는 뭐라 변명할 것인가. 당당하다면 일단 특검 제안부터 수용하는 것이 순서 아니겠는가.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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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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