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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패배를 선언한 뒤 이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패배를 선언한 뒤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대선도 끝났는데 현실 정치 이야기를 또다시 하는 게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지만, 선거 직후에라도 글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한번 써봅니다. 제 먹고 살길 챙기는 것이 제일 급선무인 시기에, 박지현씨(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를 보고 절박한 심정으로 민주당에 투표한 만큼 이렇게 털어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에 관한 글입니다.

먼저, 정의당 탓 좀 하지 맙시다. 지난 10일, 평소에 존경하는, 선출직 출마 경험이 있는 어느 공직자 분과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솔직히 많이 실망했습니다. 정의당의 완주를 비판하시는 입장이었는데, 지금도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의당을 비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 탓 하지 말고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를 봐야 할 때입니다. 대선 결과, 25만 표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내로남불' 비판을 받았던 민주당 인사들이 없었다면, 명백하게 러시아가 침공을 했는데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는 실수가 없었다면, 귀책사유가 민주당에 있는데도 끝까지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이런 이유로 선거에서 졌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더 반성하고 고쳤다면 선거에서 25만 표를 극복할 수 있었는지 성찰하진 않은 채 남 탓을 하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정의당 탓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동인 동시에,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젊은 여성들은 민주당 보고 표를 준 게 아닙니다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민주당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마지막 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민주당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마지막 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오마이TV
 
이번 선거를 통해 2030 여성이 민주당이 좋아서 표를 줬다고 생각하면 무척 곤란합니다.

제가 2030 여성을 잘 안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일단 제 주변에 한해서 상황을 말씀드립니다. 여성혐오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열심히 내주는 정의당에 부채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젊은 여성들은 민주당이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에 당당하게 싸우는 박지현씨를 보고 1번에 투표했습니다.

또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낮은 득표율을 기록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여기에 대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의당을 조롱하거나 탓한다면, 안 그래도 정의당에 투표할까 고민하다가 민주당에 투표해서 미안한데 대선까지 졌으니 민주당 지지자들에 대한 반감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민주당이 어떤 당인가요. 세 차례의 지자체장 성범죄 사태에도 제대로 된 반성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지지자들이 이런 태도를 계속 보이고, 당 또한 이런 식의 사고에 함몰되다 보면, 이번처럼 최소 격차로 지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지난 재보궐선거 때처럼 압도적인 표차로 또다시 패배하고 말 겁니다. 

'안티페미 세력'에 영합해선 안 됩니다. 박지현씨 덕분에 젊은 여성들로부터 민주당 바람이 불기 전, 민주당 현직 의원 몇몇이 '민주당도 이대남에게 구애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똑똑하게 기억합니다. 저는 민주당이 다음 선거를 기약하려면, 이런 분들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스스로 규정한 '7가지 악습'...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대선이 끝난 뒤, 민주당 교육연수원에서 기획해 펴낸 당원 교육 도서 <더불어 민주주의>를 펼쳐 봤습니다. 책은 정당정치의 의미와 민주당의 역사, 당원의 비전을 다룹니다. 선거 직후라서 그런지, 저는 '당원이 경계해야 할 7가지 악습' 대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감정에 치우지 말 것, 교만하지 말 것, 욕설을 내뱉지 말 것, 사실을 조작하지 말 것, 부주의한 언행을 하지 말 것, 음모론에 빠지지 말 것, 해당행위를 하지 말 것입니다.

그런 정작 이 책을 펴낸 당과 그 당의 지지자들은 그것을 지키지 못했고 지금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라고 대단히 다른 건 아닙니다. 다만, 저도 민주당원이고 그동안 성찰 없이 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해온 자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저는 아직 20대이고 당원으로서 선거를 많이 치러본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밭을 가는' 일을 해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무조건적으로 실책마저도 비호하는 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을 보면, 그 당엔 미래가 없습니다.

오히려 실책을 인정하고, 가슴 아파하면서도 반성하고 수정해나가기 위해 학습하는 당원과 지지자가 있는 당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권자는 그 당에 표를 줍니다. 저는 이것이 본질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도 좀 더 성숙해지려고 합니다.

이제 지방선거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대선이 끝났다고 선거가 끝나는 건 아닙니다. 지지자들이 속상한 건 알겠지만, 세상은 망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의 책임이고 숙제입니다.

#더불어민주당#박지현위원장#20대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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