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 산불 소화 시설 '관수 수막 타워' 물 뿌리는 모습 ⓒ 한국국학진흥원
지난 4일 발생한 '울진. 삼척 대형 산불'이 9일이 지나도록 완전 진화되지 못하면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나라 지형상 산불이 일어나면 산림과 인접한 마을과 사찰, 주요 시설물의 피해는 막심하다.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로 2만379ha의 산림이 소실됐는데 이번 산불은 완전 진화도 되기 전에 벌써 2만4천여 ha를 초과하면서 역대 최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산불로 인명피해는 없으나, 경북지역만 재산피해로 인한 이주민이 530세대 585명에 이르고 삼척, 강릉 지역 등을 합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산림과 인접한 곳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10일 화재 예방을 위한 특별점검을 펼쳤다. 특별점검은 장판각에 설치된 산불 소화시설인 '수관 수막 타워'가 제대로 가동되는지를 살폈다.
'수막 타워'는 장판각 지붕과 주변 산림에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 시설로 30분 동안 60톤의 물을 분사할 수 있다. 건조한 산림에 물을 뿌림으로써 불티가 날아와도 산불로 이어지지 않고 장판각 지붕 등에 살포된 물로 인해 화재로 확산하지 않는다.
한국국학진흥원의 이 같은 시설은 장판각에 보관 중인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유교책판' 6만여 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 문화재급 유물 7만여 점과 고서, 고문서 등 58만 5천여 점의 귀중한 우리 유물을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지난 10일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 산불 소화 시설 '관수 수막 타워' 물 뿌리는 모습 ⓒ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에는 이밖에 최첨단 화재 예방 시스템인 '불꽃 감지기'가 설치돼 있고, 진흥원 내에 131대의 CCTV가 작동하면서 화재로부터 시설과 자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만약 이런 시설이 없으면 울진과 같은 대형 산불이 국학진흥원 옆에서 일어나면 순식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 배성길 부원장은 "국내 최다 민간기록자료 소장기관으로서 화재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해마다 산불 소화시설을 점검하고 대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울진 대형 산불이 천년 고찰인 불영사에 접근하자 당국은 사찰에 보관 중인 보물 '영산회상도' 등 주요 문화재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긴급 이송했다.
울진과 삼척, 강릉 등지에서 보듯이 주택과 시설물을 지키기 위해서 소방관이 밤새도록 물을 뿌렸고 주민들도 필사적으로 자신의 집에 물을 뿌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봄철 산불이 발생하면 막대한 산림피해와 함께 인명, 주택, 시설물 손실이 어마어마한 만큼, 산불 발생 예방과 함께 주요 시설물을 보호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