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강 내성천, 모래강의 신비를 간직한 내성천, 우리 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이 깃든 내성천, 아이들이 안전하게 맘껏 놀 수 있는 강 내성천. 이처럼 내성천을 수식하는 말들은 많다. 그만큼 내성천이 아름답고 생태적으로 의미있는 하천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런 내성천이 많이 변했다. 영주댐 때문이다. 그 현장이 궁금했다.
9일 대선에서는 4대강 재자연화 폐기를 공약한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답답했다. 앞으로 낙동강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답답한 마음을 안고 10일 아침부터 낙동강 상류 즉 내성천 모니터링을 다녀왔다.
4대강사업 이전 모습 간직한 삼강 전망대
맨 먼저 방문한 곳은 삼강 전망대다. 예천 풍양에서 삼강주막 가기 직전 고갯마루에 있는 삼강 전망대에서는 이 일대가 전부 조망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회룡포 전망대의 전경처럼 아름답다.
특히 회룡포를 비롯한 내성천의 모래톱에 식생(풀과 나무)이 들어차서 예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 비해 이곳 모래톱은 낙동강에서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을 간직한 거의 유일한 곳이다.
넓은 모래톱 위를 강물이 유유히 흘러간다. 낙동강과 내성천 그리고 금천이 만나는 곳은 삼강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강물도 풍부하다. 여기에서부터 낙동강이 비로소 큰 물줄기를 이루어서 낙동강다워지는 것이다.
잡목제거 사업 벌이는 회룡포 모래톱
삼강교를 건너 내성천으로 넘어갔다. 내성천 줄기를 따라 다음 들른 곳은 내성천의 자랑인 국가명승 제16호인 회룡포다. 장안사를 거쳐 회룡포 전망대에 섰다. 감임곡류 하천 내성천의 특징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곳 식생들이 흔적마저 사라졌다.
오히려 깨끗한 모래톱이 펼쳐져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자세히 보니 모래톱을 포크레인으로 긁은 흔적이 보였다. 이 넓은 모래톱에 들어찬 식생들을 제거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천군 문화광광과에 확인을 하니 "회룡포 원형 보전이라는 명분으로 문화재청의 예산을 지원받아 잡목을 제거하는 사업을 2019년부터 지금까지 3년 동안 해왔다"는 것이다.
한 해 쓰이는 예산만 1억 2500만원이라 한다. 이렇게라도 원형을 보전해야 하는 사실이 슬프다. 이는 영주댐로 인해 생겨난 비극이다. 영주댐이 생기고 상류에서 모래공급이 끊어지고 원래 있던 고운 모래는 하류로 쓸려내려가버리니 거친 모래톱 위에 나무와 풀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내성천에서 식생들이 들어온 게 이곳 뿐일까? 그렇지 않다. 내성천 전 영역에 식생이 들어차 있다. 이 모두를 제거한다면 아마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국가명승지인 회룡포와 선몽대 일원만 식생 제거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된다.
영주댐으로 인한 비극의 일단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이렇게 드러난다. 모래의 강 내성천으로서의 경관미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내성천의 깃대종인 흰수마자가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다던가, 역시 깃대종인 흰목물떼새의 개체수가 줄었다던가 하는 생태계 문제까지 더 들어가면 영주댐으로 인한 내성천의 비극은 끝이 없다.
회룡포 전망대를 빠져나오면서 들른 성저교에서 바라본 내성천의 모습에서 내성천의 비극이 회룡포뿐만이 아나라 내성천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것이 확인된다. 이곳은 내성천의 가장 하류지역임에도 모래의 유실이 상당하다. 고운 모래가 거의 다 쓸려내려가고 자갈이 다 드러나 있다.
나무와 풀이 장악한 내성천의 슬픈 풍경
이런 현상은 내성천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공통적으로 만나게 된다. 슬프고도 아픈 풍경이다. 모래강 내성천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깝다.
내성천에 식생이 들어찬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은 내성천 중류의 석탑교다.
무섬마을 바로 아래인 이곳 석탑교에서 바라보는 내성천은 이곳이 하천이 맞나 싶을 정도로 버드나무와 풀이 많이 들어차 내성천 고유의 모습은 더이상 보기 힘들다.
이처럼 영주댐으로 인한 내성천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모래의 강 내성천의 고유성이 거의 파괴되어버렸다. 드넓은 모래톱 위를 강물이 유유히 흘러가던 그 모습은 모두 사라지고 어디서나 보는 습지 형태의 강으로 바뀐 것이다. 내성천을 내성천이게 만드는 특징은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정점에 영주댐이 도사리고 있다. 영주댐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직도 강물이 채워져 있다. 지난해 연말로 시험담수 기간이 끝이 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아직까지 강물을 채워둔 것인가?
영주댐 물을 빼고 영주댐의 존치 문제 환경부가 결단해야
지난해까지 영주댐협의체가 가동됐다. 그 기간 동안 시험담수를 해서 영주댐의 제반 사항을 점검하기 위해서 강물을 채운 것이다. 당연히 협의체가 끝이 났으면 물을 빼야 한다. 왜냐하면 영주댐은 아직 정식 준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환경부 수자원정책국 영주댐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지금은 영주댐 방류 모니터링 중이다. 지난 연말 영주댐 협의체 회의에서 시험담수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협의를 했다. 그에 따라서 물을 지금은 빼고 있는 상황으로 방류 모니터링에 따른 데이터를 얻으려고 한다."
물을 채운다는 것은 중요한 결정이다. 그런데 이런 결정을 기간이 다 지난 영주댐협의체에서 결정을 할 수가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문제의 영주댐협의체에는 환경단체 위원들은 대부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쪽짜리 협의체에서 시험담수 기간을 1년 더 늘리는 중요한 결정을 한 것은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영주댐은 준공이 아직 안된 댐이다. 새롭게 조성된 금강마을 초입의 문화재단지가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공이 안된 댐은 물을 채울 수가 없다. 그렇다면 물을 다 뺀 상태에서 영주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공평한 일이다.
환경부의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영주댐은 시험담수 기간에 심각한 녹조 문제로 이미 목적을 상실한 댐임이 판명이 났다. 그렇다면 우리하천의 마지막 남은 원형 내성천의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영주댐을 해체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환경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간 낙동강과 내성천 현장을 기록하며 4대강사업의 폐해을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과 내성천의 재자연화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