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TI 열풍이다. 재미로 하는 것일 뿐, 과몰입 금지라는 전제가 붙지만 같은 유형끼리 분류하고 다른 유형과의 차이점을 파악하는 것은 사회 생활에 있어서 오래된 본능 같은 것이라 16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20대들에게는 꽤 와 닿나 보다. 성향이라고도 하고 기질이라고도 한다. 유형을 나눈다는 것은 공통된 특징으로 묶는 것인데 내가 선호하고 편해하는 것이 어느 것이냐에 따라 I(내향형)가 될 수도, E(외향형)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옷 정리수납도 크게 두 가지 유형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심미중심과 실용중심. TV를 보면 옷장에 옷을 정리할 때 반드시 따라 붙는 것이 색깔 별 정리다. 빨간색부터 검은색, 흰색까지 비슷한 색끼리 모아놓는 것이다.
예전에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브라이언이 TV에 나와서 자기의 옷장(정확히는 옷방이었다)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등등 무지개를 옷방에 입혀놓은 것 같았다. 이처럼 옷이 아주 많아서 색분류가 가능할 경우 색깔별로 분류해 놓는 것도 나름의 정리방법일 거다. 하지만 옷이 많지 않고 색깔 옷이 많지 않을 경우 저런 식의 분류는 효과적이지 않으므로 실용중심의 분류법을 추천한다.
1인 1개의 옷장을 쓴다는 가정 하에 옷장에는 걸어놔야 하는 옷을 보관한다. 이때 자주 열게 되는 문 쪽에 자주 입는 옷을 두고, 자주 열지 않는 문 쪽에 가끔 입는 옷을 둔다. 그러니 4계절 옷이 옷장에 있을 경우 현재의 계절에 맞는 옷이 자주 여는 문 쪽에 자리하게 되고 나머지 계절의 옷을 자주 열지 않는 문 쪽에 걸게 된다.
그다음 품목별로 섹션을 나눠 걸어두는데 아우터는 아우터끼리, 셔츠는 셔츠끼리, 바지는 바지끼리, 원피스는 원피스끼리 붙여놓는 식이다. 그러면 현재 계절에 맞는 옷 중에 자주 입는 아이템과 그렇지 않은 아이템을 나누고 품목별로 붙여놓으면 조금은 더 옷을 입는 사람 입장에서의 옷 정리수납이 완성된다.
색깔별로 옷장을 정리하는 것은 실용적이기보다는 심미중심 옷 정리수납 법에 가깝다. 물론 옷을 고를 때 여유를 갖고 옷장(방)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옷을 고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옷은 색깔이 크게 없고 효율을 중요시한다면 많은 옷을 많은 공간에 예쁘게 보관하기보다는 필요한 옷을 적정한 공간에 효율적으로 보관하는 것이 더 맞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은 내가 어떤 것을 선호하고 편해 하느냐를 생각하면 쉽다. 내가 예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효율을 중요시하는 사람인지를 떠올려보자. TV에서 옷장은 색깔별로 정리해야 좋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무조건 따르지 말고 나에게 맞는 옷 정리수납법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관리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기준과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미중심 정리수납러는 '보기에 좋은' 기준과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실용중심 정리수납러는 '효율에 좋은' 기준과 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자기만의 기준과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정리수납의 주체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주체성은 옷장에 '여유'를 준다.
그래서 브라이언의 색깔별로 정리된 깔끔한 옷장의 경우, 옷은 많았을지언정 혼란스럽지 않은 정돈의 미학이 느껴졌다. 이처럼 자기만의 기준과 체계로 옷장을 잘 관리하고 있는 사람들은 옷의 많고 적음을 떠나 옷장에 여유가 있다. 옷과 옷 사이의 틈이 적절히 있고 옷이 섹션에 맞게 나뉘어져 있어 필요한 아이템을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제 곧 4월이다. 따뜻한 봄이 오면 옷장을 한 번 더 정리하고 새로운 옷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이다. 이번 정리에서는 나만의 기준과 체계를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나는 어떤 기준과 체계로 옷장을 관리하고 있는지, 옷과 옷 사이는 여유가 있는지 생각해봐도 좋겠다. 여유가 있다면 옷걸이에 걸린 옷을 한 손으로 뺄 수 있을 것이고, 두 손을 써야 한다면 옷장 속 아이템을 조금 더 정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