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하며 양국 관계 단절을 경고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푸틴 대통령에 대한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용납할 수 없는 발언에 대해 항의하는 외교 공한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미국 대통령이 국가 최고위급 인사로서 걸맞지 않은 발언을 한 것이 러시아와 미국 관계를 단절 직전으로 몰고 갔다고 강조했다"라고 전했다.
외무부 측은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 행동은 단호하고 굳건한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라며 "설리번 미 대사에게,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정상적인 업무 여건 보장도 요구했다"라고 덧붙였다.
미 "푸틴을 전범으로 규정할 증거 모으는 중"
이날 러시아 외무부가 항의한 발언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부른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
바이든 "푸틴은 전범" 규정... 러시아 "용납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그가 전범이라고 생각한다(I think he is a war criminal)"라고 답했다.
곧이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TV를 통해 본 것을 토대로 진심으로 말한 것"이라며, 다만 푸틴을 전범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국무부에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며 별도의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푸틴은 의도적으로 다른 국가를 정당한 이유 없이, 정당하지 않게 침공했다",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목표로 삼는 건 전쟁범죄"라면서도 "(관련해) 국제법상으로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관련 정보를 수집해 국제사법기구로 보내 법적 기준을 충족하도록 돕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폭탄으로 전 세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가 원수(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용납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일본에도 "평화조약 협상 중단" 선언
한편,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에 동참한 일본에 대해서도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하겠다며 외교 공세에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별도의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일본의 대러 제재는 명백히 비우호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라며 "러시아는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협력과 일본에 대한 손해의 책임은, 상호 발전 대신 의도적으로 반러 노선을 선택한 일본 측에 있다"라고 비난했다.
또한 "러시아 남쿠릴열도와 일본 간의 무비자 방문 협정에 관한 1991년 협정, 남쿠릴열도 거주 일본인의 고향 방문 절차를 간소화하는 1999년 협정에 근거한 일본인의 무비자 여행도 중단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사할린 남부 및 쿠릴열도를 러시아에 내줬지만, 이후 쿠릴열도 남부 4개 섬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은 이와 관련한 평화조약 체결을 협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한 제제 조치로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 수십 명의 자산을 동결했고, 러시아에 대한 최혜국 대우도 중단하는 방침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