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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콜센터 업종의 변화

기업의 경영관리에 있어 고객관계(Customer Relation)가 갖는 중요성이 증대하면서 콜센터는 기업이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해 활용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독일에서도 콜센터 부문은 2000년 이후 급격하게 팽창하는 산업 영역이 되었다. 1980년대 이후 기업 내부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콜센터 부문은 1990년대 이후 자회사 유형으로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외주화로 인해 독립기업 형태 콜센터 부문을 중심으로 콜센터 업종이 재조직화되어 갔다. 2019년 현재 독립기업 유형 콜센터 업종 매출은 8.54Mrd. Euro로 2008년 3.77Mrd. Euro와 비교하면 시장 규모 역시 약 2배 이상 확대되었다. 고용 측면에서 사회보험에 가입된 정규직 노동자를 기준으로 2019년 현재 13만 5,930명이 독립기업 유형의 콜센터에 종사하고 있다. 2006년 대비 약 2배 정도 종사자 수가 증가해왔다.

기업 내부 콜센터와 자회사 유형은 모회사와의 직·간접적 지배종속 관계에 있어 해당 유형 노동자는 모회사 사용자의 경영관리 대상이 되며 동시에 모회사 노동자를 조직 대상으로 하는 산별 노동조합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따라서 기업 내부 콜센터와 자회사 유형 콜센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기존 노사관계를 통해 노동권을 보장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독립기업 유형의 콜센터 업종은 독일에서 전형적인 불안정 고용부문으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특징으로 갖고 있다. 노동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에 존재하는 독립기업 유형의 콜센터는 높은 노동강도, 낮은 노동조합 조직률, 공동결정제도 미적용, 비전문직인 인적자원관리 등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분석되어 왔다.

디지털 전환, 정규직 고용 관계 선호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콜센터 업종 시장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콜센터 업종의 변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지적되고 있다. 콜센터 업종을 둘러싼 기술적 환경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콜센터가 수행하는 업무의 기술적 특성이 첨단화되어가고 있고, 업무 범위가 더욱 광범위화되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콜센터 업종은 이전의 가격 경쟁 중심 시장구조에서 기술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확대, 인수합병을 통한 전문화 및 규모화,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업종으로 전환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콜센터 업종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콜센터 업종의 디지털 전환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측면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노동시장 측면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기술 전문성 강조에 따른 숙련 노동자 활용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규직 고용형태 중심으로 노동시장이 변화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현재 독립기업 유형의 콜센터에 고용된 전체 노동자 수는 14만여 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사회보험에 가입된 정규직 노동자는 전체의 96.7%인 13만 5천여 명이며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경미고용 노동자는 전체의 3.3%인 4,600명 정도이다. 규모가 작은 사업체일수록 경미고용 노동자 활용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25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에는 경미고용 활용 비중이 1.7%에 불과하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교육훈련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여되어야 하며 동시에 고객서비스가 제공되는 주된 시간대가 경미고용이나 비정규 단시간 노동의 성격과 맞지 않기 때문에 콜센터 업종에서는 정규직 고용 관계를 선호하고 있다.

노동조합 조직화 여부에 따른 노동조건 차이

정규직 위주로 노동시장이 변화해가고 있기 때문에 콜센터 고용 관계에서 핵심적 쟁점이자 현안은 저임금 구조에 놓여있다. 기업 내부 콜센터 유형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조직노동 영역이며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의 산별 임금 적용을 받는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양호한 노동조건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 독립기업 유형은 대표적인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한 미조직 영역에 해당한다. 따라서 독립기업 유형은 산별 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고, 시장임금에 기초한 개별 기업의 임금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자회사 유형은 노동조합에의 조직화 여부에 따라 기업 내부 콜센터 또는 독립기업 유형과 유사한 임금으로 수렴되고 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기업 내부 콜센터 노동자가 미조직된 독립기업 유형 콜센터 노동자보다 약 30% 정도 높은 임금 수준에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독립기업 유형 콜센터 부문의 노조 조직화는 매우 낮은 수준이며, 이로 인해 포괄적 산별협약이나 대각선 교섭 등 노조와의 단체교섭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독립기업 유형의 콜센터 영역에서 노동조합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서비스 산업의 노동자를 대변하는 통합서비스노조는 지속적으로 콜센터 업종을 대상으로 한 산별 단체교섭을 시도해왔다. 2010년대 초반, 독일콜센터협회는 통합서비스노조의 지속적인 요구로 인해 잠시 사용자단체로서 기능을 협회가 수행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2015년 법정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사용자단체로서 역할을 거부해오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2017년 독일콜센터협회 정기총회에서 재확인되었다. 이로 인해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인권에 대한 보호는 법제도 보호를 통해 최소한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 환경 변화가 고용 관계로의 변화로

최근에는 콜센터 업종을 둘러싼 시장 환경 변화가 콜센터 업종의 고용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양면적 성격을 갖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콜센터 업종은 임금 비용 중심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력 중심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서비스 경쟁력 중심으로의 전환은 한편으로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숙련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고숙련 노동에 대한 콜센터 업종의 수요 증가는 교육훈련 등 인적 자원 질 관리와 고숙련 직무에 대한 보상체계 합리화 등 기존의 저임금 단순 직무로부터 고숙련에 기초한 적정임금으로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

2017년 독일콜센터협회는 사용자단체로서 기능을 협회 활동에 추가하는 안건을 다루면서 고숙련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산별교섭을 통한 적정 임금체계 구축 필요성을 함께 논의한 바 있다. 비록 사용자단체로서 역할은 콜센터 업종 사용자들로부터 거부되고 있지만, 고숙련 인력 수요에 대한 대응 필요성은 콜센터 업종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높아져 가고 있다. 동시에 콜센터 고객지원 업무의 중요성 증가로 인해 고숙련 인력 수요와 기존에 아웃소싱한 콜센터 업무를 다시 인소싱하는 움직임이 최근에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인소싱은 주로 규모 있는 사업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인소싱된 콜센터 노동자는 노조에 의해 조직된 산별교섭 영향 범위 내로 편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 부정적인 측면은 콜센터 업무의 재평가가 고숙련 업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단순 콜센터 업무의 경우에는 독일 내부 외주화에서 유럽연합 국가 내의 독일어권으로 국경을 넘는 외주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법정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단순 콜센터 업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독립기업 형태 콜센터는 국외 외주화 또는 인공지능 및 자동응대 시스템 도입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단순 콜센터 업무와 관련된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해외로 사업장이 이전하는 등 일자리의 직접적 감소와 더불어 독일 내 콜센터 노동자의 임금 억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사례가 갖는 시사점은 독일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인권 및 임금·근로조건 보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집단적 노동관계 형성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인권 상태는 산별교섭의 적용 여부 또는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 여부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독일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콜센터 노동자의 노동인권에 대한 보호는 법제도 및 정책을 통해 근로시간 및 근로조건 등에 있어 최소기준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콜센터 업종의 집단적 노사관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승협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3,4월호 '특집' 꼭지에도 실렸다.


#콜센터#독일#법제도#노동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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