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님! 고생하셨어요! 사랑해요."
24일 오전 8시 32분, 대통령직에서 탄핵 파면됐던 박근혜씨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본관 3번 출구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통제구역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40여 명의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미리 준비했던 태극기를 좌우로 흔들면서 그의 퇴원을 환영했다.
박씨의 우측에 마련돼 있던 통제구역에 모여있던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위원, 청와대 참모진 등 정치권 인사들은 박수로 그를 맞았다. 남색 코트 정장에 아이보리색 마스크를 착용한 박씨는 밝은 표정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박수를 치는 정치권 인사들을 잠시 일견하곤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정치적 메시지는 없었다. 다만, 박씨는 취재진을 만나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많이 염려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고 지난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신 삼성병원 의료진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느냐', '대구 사저에만 있을 건가', '국민 여러분께 하고 싶은 얘기는 있느냐' 등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차에 올라타고 자리를 떠났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벌금 180억 원·추징금 35억 원의 형을 선고 받은 박씨는 지난해 11월 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지병치료를 받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통해 지난해 12월 31일 자정 석방됐다.
박씨는 곧장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후엔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자택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대구 자택 앞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별도의 메시지를 낼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김기춘·최경환·조윤선·이정현 등 총출동한 '친박'... 일부 지지자 "무릎 꿇어라"
한편, 박씨의 퇴원이 예정된 삼성서울병원 본관 건물 앞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지지자들과 취재진, 정치권 인사들로 혼잡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일부 유튜버와 지지자들은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들과 언성을 높이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빨간 롱패딩 점퍼를 입은 한 유튜버는 기자들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 임기는 1년 2개월 남았다. 법과 정의는 살아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은 하극상, 헌법 84조 위반, 내란범죄자다"고 구호를 계속 외치다가 경찰에 의해 끌려 나갔다.
김기춘·허태열·한광옥 전 비서실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유정복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현 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민경욱 전 의원(전 청와대 대변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전 청와대 정무수석), 윤상현·박대출·윤주경 의원, 백승주 전 의원 등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위원과 청와대 관계자, 정치권 인사들도 1시간 여 전부터 병원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거나 담소를 나누면서 안부를 물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현장에 온 국민의힘 현직 인사들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를 맡았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데 대한 반감이었다. 한 여성 지지자들은 그들을 보면서 "죄 없는 사람을 5년 가까이 가둬두고선 뻔뻔하게 서 있다"고 힐난했다. 박씨가 병원을 떠났을 땐, 한 유튜버는 정치권 인사들을 향해 "쓰레기들! 배신자들! 당장 무릎 꿇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