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의 공약 중 좋은 공약이 많았다. 그 중 대통령이 실현해야 하는 공약도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실현할 수 있는 공약도 있다."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서난이 전주시의원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전략을 묻는 질문에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정책을 기반으로 한 이 후보의 대선공약은 시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것들이었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잘 연대해 이를 공약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 공공산후조리원 도입 ▲ 남녀 청소년 자궁경부암(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무료 접종 ▲ 군인 상해보험 및 퇴직금 제도(사회 정착용 목돈 지급) ▲ 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 등을 거론했다.
1986년생인 서 의원은 2014년 최연소 전주시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된 뒤 2018년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여성이자, 청년이자, 기초의원인 그를 23일 민주당 당사에서 만나 대선 평가와 향후 방향, 지방선거 전략에 대해 들었다.
서 의원은 지난 대선을 "민주당이 청년에게 '동료로서 발언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큰 성과"라면서도 "성별·세대 갈라치기가 아닌 화합의 공론장을 조금 더 빨리 이끌어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라고 평가했다.
서 의원이 언급한 '아쉬웠던 시점'은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 폐지로 대표되는 '이대남 전략'을 들고 나왔을 때를 가리킨다. 민주당은 초기 남초 커뮤니티 여론을 의식하며 "여성을 혐오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는 데 주저했고, <닷페이스>등과의 인터뷰 여부를 놓고 혼선을 겪기도 했다.
서 의원은 "(국민의힘은) 선거 기간 동안 여성들이 말을 못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여성가족부 자체를 성차별 유발 부처로, 특히 2030 남성을 차별하는 조직으로 표현했다"라며 "2030 세대가 힘든 건 여성가족부 때문이 아니고, 남성이 힘든 건 여성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조차 한동안 이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 직전 '이재명으로 마음을 돌린 2030 여성 지지자' 7400명을 3일 만에 모은 것이 기폭제가 됐고, 실제 2030 여성 표심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했다. 대선 이후에도 입당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정말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이제 민주당은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한다. 2030 여성들이 민주당을 통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절실히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장으로 박지현이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러모로 당내 문화가 바뀌었다"라며 "이전에도 많은 분들이 영입됐고 당 지도부 자리에 올랐지만 박 위원장처럼 이렇게 한 사람을 보고 결집하는 현상은 처음인 것 같다. 당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지방선거 공천 개혁 방향을 두곤 "(비대위에서도) '기득권을 유지하는 분위기로 지방선거에 임하면 안 된다'는 고민이 있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지역이 달라질 수 있을지, 어떻게 다양성을 확보할 것인지, 공천 과정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잘 고민해야 한다"라며 "공천 과정뿐만 아니라 당선 후 어떻게 이들을 교육할지도 고민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래 서 의원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청년선대위원장으로서 이번 대선에서 기대했던 점은 무엇이었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청년들이 단순히 소비되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발언권을 얻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저와 권지웅 위원장이 공동청년선대위원장으로서 본부장 회의에 참석해 여러 결정사항을 논의했다. 또한 많은 청년 인재들이 영입됐으며 이를 위해 당이 노력했다. 피선거권이 낮아진 만큼 지역에선 10대 선대위원장도 등장해 신선한 발언들을 이어갔다. 이처럼 민주당은 청년에게 '동료로서 발언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의 경우 청년들 자리 대부분이 청년보좌역이었다. 당대표가 이준석인 당에서 청년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청년을 '보좌'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한 것이다.
다만 한동안 (양당 후보 모두) 특정 그룹을 혐오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는 점은 아쉽다. 민주당이 일찍 방향을 잡고 분명히 목소리를 냈어야 했는데 혼란이 있었다. 선거 후인 현재 이를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고민이 많다."
- 0.7%p 차이로 패배한 이번 대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대선 후 2주 정도 지난 시점에서 자칫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주제라 조심스럽긴 하다. 여러 분석들에 대체로 공감한다. 저는 민주당이 2030 여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권자 마음은 정해져 있지 않다. 앞으로도 2030 여성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표를 던지도록 결집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30 여성의 눈으로 봤을 때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선거 막판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합류하는 등 2030 여성의 표가 결집했지만, 민주당이 성별·세대 갈라치기가 아닌 화합의 공론장을 조금 더 빨리 이끌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 국민의힘은 윤 당선인과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사실상 여성을 배제하는 전략으로 선거에 임했다.
"(국민의힘은) 선거 기간 동안 여성들이 말을 못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공약은 정말 황당한 공약이라고 생각했다. 특정 부처에 문제가 있으면 그 부처를 재구조할 순 있겠지만,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자체를 성차별 유발 부처로, 특히 2030 남성을 차별하는 조직으로 표현했다. 2030 세대가 힘든 건 여성가족부 때문이 아니고, 남성이 힘든 건 여성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조차 한동안 이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 결과적으로 대선 후 2030 여성 표심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갔다. 이준석 대표가 "20대 여성은 어젠다 형성에 뒤처지고 구호만 있다"고 했지만 대선에서 정치적 결집을 이루는 모습도 보였다.
"대선 직전 '이재명으로 마음을 돌린 2030 여성 지지자' 7400명을 3일 만에 모은 것이 기폭제가 됐고, 실제 2030 여성 표심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했다. 대선 이후에도 2030 여성들의 입당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제 민주당은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한다. 2030 여성들의 경우 여성위원회와 청년위원회 사이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수 있다. 2030 여성들이 민주당을 통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절실히 고민해야 한다."
"지방선거 앞두고 탓하는 정치 자제해야"
- 민주당 비대위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향한 비난도 나온다.
"어느 누가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아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이제 비대위가 시작한 시점에 너무 가혹하지 않았으면 한다. 비대위에 힘을 실어 비대위가 어떻게 당을 개혁할지, 어떻게 지방선거를 치를지 고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비대위에 대해 너무 섣불리 평가한다면 비대위가 가져갈 혁신의 방안들이 좁아질 수 있다."
- 대선 이후 당 안팎에서 패배의 원인 및 향후 방향에 대해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는데,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누군가를 탓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에서도 계파 갈등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를 탓하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정돈된 마음으로 대선을 평가하고 향후를 모색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지방선거를 71일 앞두고 있다(인터뷰한 3월 23일 기준). 누군가를 탓하고 미워하는 정치는 자제해야 한다."
- 치열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그것 또한 맞는 말이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가치와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이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근데 '이런 결정했던 네가 책임져'와 같은 소모적 갈등은 도움이 안 된다."
- 지방선거는 어떤 마음가짐과 정책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재명 후보의 공약 중 좋은 공약이 많았다. 그 중 대통령이 실현해야 하는 공약도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실현할 수 있는 공약도 있다. 특히 이 후보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정책을 기반으로 한 공약은 시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것들이었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잘 연대해 이를 공약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방의원에 도전하는 분들은 당의 비전을 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을 예로 든다면, '내가 청년이기 때문에 후보가 돼야 한다'보다 '내가 어떤 목표를 가진 사람이니 후보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공천 룰은 어쨌든 당에서 만들 것이고, 각 출마자들은 유권자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지방의회 및 지역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메시지를 선명하게 가져가야 한다."
- 이 후보 공약 중 대표적으로 지방선거에서 활용할 만한 공약이 있다면.
"공공산후조리원 도입, 남녀 청소년 자궁경부암(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무료 접종, 군인 상해보험 및 퇴직금 제도(사회 정착용 목돈 지급), 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 등이 떠오른다. 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도 여러 지역에서 진행 중이지만 전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이 후보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시행한 정책들이며, 각 지역의 조례 제·개정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윤석열 당선인, 청년을 쓰기만 하고 역할에선 배제"
- 국회가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를 논의 중이지만 국민의힘이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지역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다. 특히 호남과 영남은 정치적 특색이 분명하다보니 의회 구성도 한쪽으로 집중돼 있다. 소수정당이 들어와 다양한 의제와 가치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꼭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빨리 마무리돼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안정적으로 선거에 임할 수 있다."
- 공천개혁에 대한 여러 논의도 오가는 중이다. 비대위 일부에선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공천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득권을 유지하는 분위기로 지방선거에 임하면 안 된다'는 고민이 있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지역이 달라질 수 있을지, 어떻게 다양성을 확보할 것인지, 공천 과정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를 잘 고민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대선 뒤에 지역에 가보니 '민주당이 청년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고 청년 후보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 여기에 더해 공천 과정뿐만 아니라 당선 후 어떻게 이들을 교육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를 치른) 제 경험에 비춰보면 당선만 되면 끝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의회에 들어가 보니 여러모로 문법이 다르단 생각을 하게 됐는데, 당 차원에서 이러한 점에 대한 교육이 없어 다소 방치되는 느낌을 받았다. 청년위원회, 여성위원회, 교육연수원 등에서 차근차근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해 (정치 신인이라도) 실전에 바로 투입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윤석열 당선인의 초반 행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인수위원에 청년이 한 명도 없는 것을 보고 매우 아쉬움을 느꼈다. 그런 인수위가 어떻게 다양한 세대의 고민을 반영하겠나. 선거운동 방식이 어쨌든, 국민의힘은 2030 남성이라는 특정 세대의 표를 끌어안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그들의 표를 가져갔다. 그럼에도 인수위에서 이들을 철저히 배제했다는 것에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청년들이 쓰이기만 하고 역할에선 배제된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선이 박빙의 승부였기 때문에 갈등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윤 당선인의 태도는 항상 지시하는 모습이었고, 그마저도 잘 숙지하고 행동하는 게 아닌 즉흥적인 모습이었다. 여성가족부 폐지의 경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 윤 당선인은 여성의 목소리, 특히 여성가족부의 정책 수혜 대상자의 목소리를 꼭 들어야 할 것이다."
- 대선 패배에도 민주당이 얻은 것이 있다면. 또한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빠른 시일 내에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선 과정에서 힘을 모아준 기존 당원들과 새로 입당하신 분들 모두 매우 소중한 역할을 해주셨다. 특히 대선 후 '입당 러시'가 민주당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지방선거까지 당을 잘 이끄는 게 비대위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더해 지방선거 현황판에 '아, 정말 달라졌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인물이 올라와 있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또 다시 어려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청년들이 비대위에 포함된 것을 두고 불안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2030은 더 이상 키워주는 대상이 아니다. 그 세대도 성인이고, 어느 분야에선 전문가이자 기성세대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들이다. 지금 비대위에 소속된 청년들을 보면 충분히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너희는 아직 잘 몰라'가 아니라 '너의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해봐'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
실제로 '비대위원장으로 박지현이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러모로 당내 문화가 바뀌었다. 박 위원장이 온라인 회의를 여니 5분 만에 800명이 접속하고, 이를 당에서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빠르게 변화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도 많은 분들이 영입됐고 당 지도부 자리에 올랐지만, 박 위원장처럼 이렇게 한 사람을 보고 결집하는 현상은 처음인 것 같다. 당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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