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국방부 부지 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이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사실 윤 당선인만이 청와대 이전 공약을 한 것은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국토균형발전 취지에서 지방 이전을 추진했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소통·시민개방 취지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을 추진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광화문 이전 공약 실천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모들이 막판에 당시 '경제 상황'과 '광화문 이전시 고비용 지출'을 이유로 설득하자 문 대통령은 뜻을 접었다고 한다. 지금 윤 당선인은 청와대와 주변 전체를 국민에게 되돌려 주겠다고 한다.
윤 당선인의 의도는 좋다고 본다. 다만, 청와대 이전을 대통령 (당선인) '말 한마디'로 결정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따라서 대통령도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의 원리상 대통령, 국회 기타 어떠한 공권력도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대통령 '말 한 마디'가 법(法)인 시대는 대한민국에서 이미 30여 년 전에 끝났다.
청와대 이전은 반드시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인 신분하에서 청와대 이전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국회 100석 이상을 가진 정당인 국민의힘은 다르다. 국민의힘은 권한이 있다. 국민의힘이 정말 의지가 있고, 법치주의 아래서의 정당이라면 '청와대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지금이라도 더불어민주당 등과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 이전과 관련하여 국민의힘이 여전히 입법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 이는 자당의 대통령 당선인을 위해서도 무책임한 행태다. 국민의힘의 '진정입법부작위'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등도 청와대 이전과 관련하여 공론화 과정과 국회 입법 활동에 나서야 한다. 더이상 입법책무를 방기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 이전, 해야 하는 이유와 조건을 다시 생각해 본다. 첫째, 현 청와대 부지는 25만3505㎡나 된다. 대통령 부부와 참모·직원들만 있기에는 사실 너무 넓다. 이 규모는 서울시민 950만 명 시대·주택대란 시대와 맞지 않다. 새로 이전할 대통령관저는 규모와 부지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둘째, 국민혈세인 세금을 과도하게 쏟아붓는 청와대 이전은 피해야 한다. 셋째, 대통령이 국민·국회와 더 소통 가능한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넷째, 무엇보다 청와대가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필자는 청와대를 '여의도 국회 부지 내'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회 부지가 넓다. 33만579㎡이다. 현재 국회의원 300명과 보좌진 그리고 국회사무처 등 국회 산하 기관 직원들이 쓰고도 남는 비어 있는 공간이 많다.
국회 담장 내 국회의사당 인근에 대통령 관저(대통령집무실·비서실·대통령 숙소)를 하나의 건물로 짓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중에 청와대를 이전하는 건 어떨까. 국회의사당과 대통령관저가 지척에 위치해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자주 만나면 대통령과 국회가 협치를 더 원활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위치한 연방국회의사당과 연방수상관저는 대략 150m 이내의 한 공간에 위치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통령은 머슴이고, 국민이 주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청와대 용산 이전에 대해 반대가 높은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만 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우선 청와대 이전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회의 입법과정을 통해 청와대 이전의 절차적 정당성과 실체법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 과정 중에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후 헌법 제72조에 따라 국민투표에 부쳐서 전체 국민의 의사를 묻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처럼 청와대 이전은 결코 대통령 혼자의 결단으로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 남경국은 남경국헌법학연구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