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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사진 왼쪽)과 우크라이나 집권당 대표 다비드 하라하미야(사진 오른쪽)가 3월 29일(현지시각) 이스탄불 돌마바체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회담 중 착석해 있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사진 왼쪽)과 우크라이나 집권당 대표 다비드 하라하미야(사진 오른쪽)가 3월 29일(현지시각) 이스탄불 돌마바체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회담 중 착석해 있다. ⓒ AP=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이 다섯 차례 만남 끝에 '큰 진전'을 이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대표단은 29일(현지시각)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약 4시간 동안 5차 협상을 진행했다고 AP, CNN 등 외신이 보도했다. 양측은 29~30일 이틀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구체적인 합의안에 도달함에 따라 일찍 협상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안보 보장을 조건으로 러시아의 핵심 요구인 중립국화·비핵화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우크라 "나토 가입 대신 새 안보 체제 마련해야"

우크라이나 협상단의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협상을 마친 뒤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면 중립국화에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안보 보장국은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 이스라엘, 캐나다, 폴란드, 터키 등으로 알려졌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중립국 지위를 채택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대량살상무기를 생산 및 배치하지 않고, 외국 군사기지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새 안보 보장 체제와 중립국화는 국민투표를 거쳐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 대표를 맡은 우크라이나 집권당 대표 다비드 하라하미야는 "새 안보 보장 체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조약 5조처럼 안보 보장국이 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체제가 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나토처럼 한 회원국이 공격을 당하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모든 회원국이 자동 개입해 공동 방어한다는 개념과 유사하다.

또한 우크라이나 측은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의 지위에 대해서는 향후 15년간 군사 개입 없이 외교적으로 협의하자고 러시아에 제안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이제 모든 공은 러시아 측에 넘어갔고, 우리는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번 협상은 양국 정상회담을 열어도 될 정도로 충분한 성과가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상호 신뢰 위해 군사 활동 줄일 것"
 
 3월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의 관공서 건물이 러시아군의 로켓포 공격으로 무너진 가운데 잔해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3월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의 관공서 건물이 러시아군의 로켓포 공격으로 무너진 가운데 잔해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AP=연합뉴스
 
러시아 협상단 대표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잘 정리된 입장을 제안받았다"라며 "이 제안을 검토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우리의 답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중립적이고 비동맹적·비핵보유국 지위를 추구한다는 제안을 문서로 받았다"라며 "이 제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안보 보장국 목록이 포함돼 있으며,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탈환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군사 동맹인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반드시 막겠지만, 비군사 동맹인 EU 가입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메딘스키 보과좐은 "양국이 조약을 마련하면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정상끼리 만나 직접 담판을 짓자고 주장해왔으나, 러시아는 실무 합의가 이뤄져야만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면서 거부해왔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등 북부 전선에서 군사 활동을 즉각적으로 대폭 줄일 것"이라며 "이는 상호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군사 활동을 줄이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또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통제하며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의 독립 승인과 러시아 연방 가입 문제도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키이우에 대한 군사 활동을 줄이는 대신) 돈바스 해방이란 주요 목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라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특별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딘스키 보좌관도 "군사 활동을 줄이겠다는 것이 휴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돈바스 지역과 항구도시 마리우폴 등 전략적 요충지에서는 양측의 군사 충돌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젤렌스키 "협상 신호 긍정적이지만... 아직 끝난 것 아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월 2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월 2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협상에서 들려오는 신호는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러시아의 폭격이 아직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를 파괴하기 위해 계속 싸우는 국가의 말을 신뢰할 근거는 없다"라고 경계했다.

또한 러시아가 군사 활동을 줄이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용기있고 효과적인 행동으로 적군이 철수한 것"이라며 "전투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지지하며, 필요한 범위 안에서 계속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가 보장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 등은 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 결과에 대해 "지켜볼 것"이라며 "러시아가 행동에 나설 때까지 예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순방에 나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양측의 협상 결과에 대한 질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는 신호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러시아가 하는 말과 행동 중 우리는 후자에 주목하고 있다"라며 "러시아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잔혹 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사활동을 줄이겠다는) 러시아의 발표는 사람들을 속이고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라며 "러시아는 당장 폭격을 멈추고, 군대를 철수하고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의 말보다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을 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키이우를 비롯한 북부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공세를 성공적으로 격퇴하면서 폭격이 다소 줄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러시아군의 대규모 폭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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