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학생들의 페미니즘 광고(2018년 5월 3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광고(2020년 5월 12일), 고 변희수 하사의 추모 광고(2021년 8월 9일), 4.16세월호 참사 8주기 추모 광고(2022년 2월 16일)... 서울교통공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차별을 구조화하는 데 동참했다."
3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아래 교통공사) 앞에서 열린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서울교통공사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지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교통공사가 지하철 내 게시를 거절한 광고 목록을 읊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4.16연대·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의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휠체어를 타고 무지개깃발을 든 채 참석한 단체 회원들은 '인권에 중립은 없다'며 공사의 광고 관리 규정 개정을 촉구했다.
교통공사는 지난 2019년 광고관리규정을 개정하면서 의견광고에 한해 ▲정치 ▲성별영향 ▲이념·인권·종교·영향 ▲기타 사회적 논란·민원 발생 가능성을 심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를 기준으로 고 변희수 하사의 광고와 4.16 세월호참사 추모 광고가 불승인됐다. 당시 공사는 세월호참사 추모 광고를 두고 "정치적 주의·주장·정책이 표출돼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방해가 될 소지가 있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서울교통공사, 세월호 8주기 추모 지하철 광고 불허 http://omn.kr/1xst5).
"서울교통공사, 인권 침해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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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연대·무지개행동·전장연 "서울교통공사, 광고 거절로 차별 구조화하는 데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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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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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슬퍼할 권리가 있고 애도할 권리가 있으며 애도받을 수 있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는 이 모든 권리를 심의 잣대를 기준으로 막았다. 왜 추모와 애도가 정치적인 행위인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미옥 4.16연대 활동가는 "공사는 헌법을 무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4.16해외연대는 지난달 28일부터 지하철 3·4호선에 세월호 8주기 광고를 게재하기 위해 지난달 공사에 심의를 요청했지만 공사 광고심의위원회는 심의위원 9명의 만장일치로 불승인을 결정했다. 이후 4.16해외연대는 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 인권위는 28일 공사에 "광고 게재를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고 변희수 하사의 광고 역시 교통공사의 불승인 이후 인권위 권고가 난 후에야 게재할 수 있었다.
지난해 8월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10월 변 하사의 전역취소 소송 선고를 앞두고 '대한민국을 위한 헌신, 차별할 수 없습니다'의 문구를 게재하려 했지만 교통공사는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소송 중인 사안이므로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 방해가 우려되고 ▲성정체성과 관련해 의견이 대립하여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김형남 '변희수 공대위' 활동가는 "공사의 이름으로 광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공사에 홍보를 요청한 것도 아닌데 공사는 중립성을 이유로 거절했다"라면서 "결국 공사는 반대하는 사람들의 민원을 상대하기가 귀찮아서 그랬을 것이다. 교통공사는 변희수 하사를 성소수자를 장애인을 지하철에서 눈에 띄지 않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단체들은 "교통공사는 국적, 성별, 인종, 장애,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인권경영 선언문을 통해 모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인권경영을 선포한 바 있다"며 "하지만 실상은 중립성, 분쟁적 사안 등을 운운하며 성소수자를 차별했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막으며 장애인의 이동권을 탄압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사가 '광고관리규정'을 근거로 차별과 탄압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권리와 인권을 무시하고 차별의 고통을 방조하고 있다"라면서 "공공기관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광고관리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서울교통공사는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광고규정을 개정하라는 인권위의 권고에 반하려는 의도가 언론에 알려지자 그제야 바꾸겠다고 했다"라며 "인권위 권고가 광고관리규정에 정말 반영될지 의문이다. 허울뿐이 아니라 실제적인 책임을 다할 것을 공사 측에 촉구하며 실질적인 변화가 보일 때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배재현 전장연 활동가는 "서울교통공사는 내부 문건을 통해 장애인이 폭력 시위를 조장한다며 대결 구도로 몰아갔다가, 막상 이게 공개되자 한 직원의 일탈로 치부했다"라며 "지하철 광고 문제를 다룰 때 당사자들의 마음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