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30일 오후 4시 38분]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宗正)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 법회에 참석해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특별법석에서 봉행된 추대 법회 축사를 통해 "종정 예하께서는 모두를 차별 없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상불경 보살'의 정신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을 강조하셨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조계종 종정 추대법회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설 연휴에는 김정숙 여사가 양산 통도사에서 성파 대종사를 예방하고 신년인사와 더불어 종정 추대를 축하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종정 예하를 여러 번 뵌 적이 있다. 그때마다 큰 가르침을 받았고 정신을 각성시키는 맑고 향기로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며 "철마다 들꽃이 만발하고, 수천 개의 장독마다 역사와 전통이 담겨있던 서운암도 눈에 선하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부처님은 행동과 지혜는 수레의 두 바퀴, 새의 두 날개와 같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종정 예하께서는 일과 수행, 삶과 예술, 자연과 문화가 결코 둘이 아니라는 선농일치와 선예일치를 실천하셨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교가 실천해온 자비와 상생의 정신은 우리 국민의 심성에 녹아 이웃을 생각하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됐다"면서 "불교는 코로나 유행 속에서도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정신을 실천하며 국민들께 희망의 등불을 밝혀줬다. 천년을 이어온 연등회를 취소하는 고귀한 용단을 내렸고, 아낌없는 기부와 나눔, 봉사로 지친 국민과 의료진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국민들 역시 이웃을 생각하며 자신의 일상을 양보했고, 모두의 자유를 위해 희생과 헌신을 감내했다. 지금의 고난을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만들고 있다"며 "오미크론의 마지막 고비를 넘고 계신 국민들께 불교가 변함없는 용기와 힘을 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우리나라 최대 불교종단의 하나이며 '종정'은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승계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갖는 위치로 5년마다 추대된다. 이번에 추대된 중봉 성파 종정은 지난 26일부터 임기가 시작됐다.
이날 추대 법회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불교계와 이웃종교 대표자, 인도 대사 등 주한 외국 대사, 여야 4당 대표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정·관계 인사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 "남은 기간동안 최선... 자연으로 돌아가 자유로운 삶 살겠다"
문 대통령은 추대 법회에 앞서 성파 종정, 총무원장 원행스님, 중앙종회 의장 정문스님, 호계원장 보광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차담을 갖고, 불교계의 최고 어른인 종정 추대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기를 기원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종정 예하께서 불교계의 화합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대통합을 이끌어주시기를 바란다"며 "이제 퇴임하게 되면 통도사 옆으로 가게 되어 가까운 이웃이 되는데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밝혔다.
성파 종정은 "종정 추대 법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고, 불교계의 배려에도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종정은 "문 대통령을 전부터 존경하며, 마음으로 가깝게 지냈다"면서 '백리 길을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반으로 여기며, 남은 십 리가 중요하다는 뜻의 행백리자반구십리(行百里子半九十里)'를 강조하며, 문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종교계가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존엄하신 종정 예하를 추대하는 법석에 내외분이 함께해주셔서 고맙다"며 "예하의 뜻을 잘 받들고 우리 불교 종단을 잘 화합하게 이끌어가도록 노력하겠다. 대통령님 내외분 참석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