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교 학점제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2018년도부터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에 따라 고등학교 1학년은 공통 과목, 2학년과 3학년은 대부분 선택 과목으로 수업이 운영된다. 학생들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학업 부담을 줄여주며 동시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적에 부합하는 미래지향적 정책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교육 정책의 이상과 현재 학교 현장 간의 괴리가 크다. 특히 수능을 앞둔 3학년 수업이 그렇다. 선택 과목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선택 과목인데, 선택 과목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 아닌가. 입시라는 변수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한, 선택은 쏠림, 외면, 무시를 가져온다.
선택 과목은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으로 나뉘는데, 학생들은 이를 수능 과목과 비수능 과목으로 구분한다. 일반 선택은 수능 과목에 포함되지만 진로 선택 과목은 수능 과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한 과목이기 때문에 적어도 일반 선택 과목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열심히 수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일단 일반 선택 과목은 대부분 수능에서 그 과목을 선택한 학생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반면 그 과목을 교육과정에서 선택해 학교 수업은 받지만 수능 과목으로 선택하지 않은 학생은 수업 참여도가 매우 낮다. 입시를 생각하면 자신에게 별로 의미 없는 과목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학종을 염두에 둔 몇몇 학생들은 내신을 따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데, 그것도 1학기 기말고사까지이다. 그 이후 수업 시간 학생들의 반응은 딱 이거다. '선생님, 저 아세요?'
진로 선택 과목은 더 심각하다. 교과의 취지상 과정 중심 수업을 해야 하는데,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읽어보자, 발표해 보자, 토론해 보자, 분석해 보자, 그리고 과정 중심 평가를 할 거니까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할 수 없다. 그렇게 '제대로' 수업하려고 했다가는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린다.
재작년의 일이다. '고지식하게' 수업을 했던 나는 한 학생에게 쪽지를 받았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던, 아주 예의바른 학생이였다. '선생님, 정말 죄송한데요, 자습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수업이 아무리 재밌고 좋아도 저희는 지금 수업을 들을 시간이 없어요. 자습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교사가 앞에서 떠들어 대는데 차마 무시하며 자습만 할 수 없었던 그 학생은 초조 불안했던 게다.
앞에서 수업을 하는 교사의 말을 무시하고 이어폰 꽂은 채 자기 하고 싶은 공부만 하는 학생들을 말릴 수도 없다.
이렇듯 요즘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자습실로 변하고 있다. 교육 과정이 무색하다. 무능한 교사 때문인가?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 때문인가? 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잘못되어 가고 있다. 학생이 교실을, 수업을 외면하지 않게 하려면 역설적이겠지만 수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입시에서 수능은 최소 과목으로 자격 고사화하고, 학교 교육이 내실있게 이루어지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3학년이라는 이유로 교실에서 자습만 한다면 학교와 교육과정이 왜 필요한가?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도 실었습니다.
https://blog.daum.net/teacher-note
https://blog.naver.com/social_stu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