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 한 차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조정하면서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가능시간을 밤 12시로 연장하고 사적모임 인원도 최대 10인으로 늘렸다. 향후 2주 간 확진세 추이를 지켜본 뒤 안정기에 접어든다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거리두기 제한 지침도 해제한다는 계획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일 오전 정례브리핑을 열고 "확진자가 하루 30~40만명대 규모로 발생 중이나, 1월 둘째 주 이후 11주 만에 감소세를 보이며 정점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오후 11시에서 12시로 1시간 완화하고 모임 인원도 8인에서 10인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정은 오는 4월 4일~17일 2주 동안 시행된다. 중대본은 "추가 완화는 2주 동안 방역 상황과 의료 여력 등을 확인하면서 결정할 계획"이라며 "유행이 확연히 감소세로 전환되고 위중증 환자와 의료체계가 안정적 수준을 보인다면 '실내 마스크 착용' 등 핵심수칙을 제외한 영업시간, 사적모임, 대규모 행사 규제 등 모든 조치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점진적 일상 회복 기조에 따라 ▲코로나 확진자를 포함한 일상적 대면 진료 회복 ▲확진 사망자 장사방법 개편 ▲국제선 정상화 등도 추진 중이다.
자가격리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3월 30일부터 호흡기 질환이나 코로나 증상이 아니어도 '재택치료 외래진료센터'로 등록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오는 4일부터 참여한다. 지난달 31일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참여 신청서를 낸 병원은 전국 총 487개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장사 방법을 화장으로만 제한했던 규제도 모두 폐지한다. 중대본은 장사 방법을 제한했던 '코로나19 시신에 대한 장사방법 및 절차 고시'와 '시신의 장사방법 제한 대상 감염병 공고' 등을 폐지하고 실무자 단체와 협의를 거쳐 매장 등 화장 외 장사방법이 가능하도록 이달 중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시폐지일에 맞춰 코로나 확진자 유족에게 지급돼왔던 장례지원비(1000만 원) 지급이 중단된다. 장례지원비는 정부가 '선화장 후장례' 및 장례 절차에서의 방역 조치 엄수를 유족에게 강제한데 대해 지급한 지원금이다. 다만 방역수칙을 지킨 장례식장에 지원하는 전파방지비용(300만원 이내)은 당분간 계속 지급된다.
입국자 격리 의무가 지속돼 왔던 베트남, 미얀마, 우크라이나 등 3개국도 지난달 31일 입국자 격리 면제 국가로 전환됐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경우 베트남, 미얀마, 우크라이나 등 3개국 입국자의 격리가 면제된다"며 "항공편 증편과 탑승 제한 해제 등 국제선 정상화도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의료 체계 불충분, '막을 수 있는 사망' 방치"
반면 의료계에선 방역 완화의 필요조건인 의료 전달 체계가 여전히 확충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막을 수 있는 사망'을 방치하지 않으려면 방역 완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발표하는 병상가동률 등은 의료 전달 체계가 붕괴돼 사망 피해자들이 양산된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방역을 유지하는 동시에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게 적극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3월 29일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가 우세종이 되면서 감소세가 유지될지 확실치 않고 줄어들더라도 완만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는 매우 나쁜 정책"이라며 "지금부터 감염자 수를 어떻게라도 줄여야 그나마 피해자 수가 줄어 든다. 감염 커브를 평탄화(flattening the curve) 해도 이미 발생한 환자 수 때문에 4월 비극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한국의 인구대비 누적 확진자 수는 3월 28일부터 미국을 앞질렀다. 지난달 28일 기준 인구 100만 명 당 누적 확진자수는 한국이 24만724명, 미국이 24만287명을 기록했다. 오미크론 유행기 방역을 완화하지 않은 일본과 주간 사망자 수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인구 100만명 대비 주간 사망자 수를 보면, 일본은 지난 1월 말부터 한 달 가량 상승해 2월 28일 13.09명의 최고점을 찍고 하락했다. 한국은 2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3월 25일 49.04명으로 최고점을 찍었음에도 하강 곡선을 그리지 않고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이와 관련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3월30일 질병관리청과 KISTI 공동 분석에 의하면 델타 시기에 비해 거리두기 효과가 감소해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확진자 수는 10~20%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며 "전체 확진자 억제보다 위중증·사망 최소화로 방역 전체 체계 패러다임을 전환 중이다. 아직 위중증 환자 수가 고점인지 저점인지 불분명해 단계적 거리두기 완화를 택하고 2주 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스크도 해제? "마스크는 최후 보루"
권덕철 장관은 나아가 "1급 감염병으로 지정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등급을 2등급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전문가, 관련 학회, 의료계 등의 의견을 들어 준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현재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65% 내외로 집계되고 있으며 위중증 환자 수도 1300여명대를 기록하고 있다"며 "2주 간 상황이 이보다 급격히 증가하지 않고 의료 체계 여력도 지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미크론 유행 정점 이후 4주 째에 접어들기에 거리두기 체계를 전폭 완화하는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마스크 착용 해제와 관련해 손 반장은 "마스크 착용 수칙은 최종 검토 부분이라는 게 대원칙"이라며 "비용·효과성 측면에서 아주 효율적 방어 수단으로 최후까지 존속시켜놓고 이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