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기 파주시 인근 자유로에서 발생한 드라마 스태프 전세버스와 덤프트럭 추돌사고의 사망 피해자는 30대 PD가 아닌 연출팀 소속의 25세 스태프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당일 오전 7시 50분께 경기 파주시 송촌동 문산 방향 자유로에서 tvN 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촬영 스태프를 태운 45인승 규모 전세버스와 덤프트럭이 충돌하면서 사망자 1명을 포함해 총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대다수 언론이 30대 연출부 PD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사망 피해자는 연출팀 소속의 이제 막 드라마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막내 스태프' 25살 청년 황아무개씨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드라마 현장 관계자 A씨는 "나이도 어린데 군대를 막 제대하고 일을 시작해, 현장에서도 의욕적으로 이리 저리 뛰어다녔던 친구"라며 "연출팀 갖은 심부름은 다 맡는 막내 스태프여서 제작진들 심경이 더 안타까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고 황아무개씨는 드라마 제작 현장을 경험하기 위해 고향 충남에서 홀로 상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를 당해 제작진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중상자들은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무릎 관절이 심각하게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드라마 제작진들은 지난 2일부터 SNS를 통해 중상자 중 한 명에게 긴급 수혈이 필요하니 지정헌혈을 해달라는 등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작사 미디어캔 관계자는 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버스에 9명 타고 있었다. 고인 외에 중증 부상을 입은 분이 3명 더 있다"며 "지난 주말 긴급 수혈이 필요한 한 스태프의 헌혈증을 모으는 것을 포함해 다친 스태프들의 치료를 케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버스에 9명만 탑승한 것에 대해 A씨는 "당일 많은 스태프들이 전세버스를 타지 않고 따로 현장을 갔었다"라며 "촬영팀, 그립팀, 연출팀, 제작부 등 일부 팀의 스태프만 버스를 탔다"라고 전했다.
이날 사고는 자유로로 진입하려던 덤프트럭이 4차선 도로 중 3차선으로 바로 진입하면서 3차선에서 직진 중이던 버스와 충돌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8개 노조·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 계약 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은 지난 1일 성명에서 "K-드라마가 한류를 이끌고 있다고 하지만, 방송 스태프들은 화려한 조명 그늘 아래에서 근로기준법 적용도, 산업재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적용도 받지 못한다"며 "제작사는 턴키계약을 핑계로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 하고 피해자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제작사 관계자는 "현재 (사고를 낸) 덤프트럭 보험사 측에서 치료비 지원 등을 부담하고 있고, 제작사 또한 장례비 등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며 "그밖에 사항은 사고가 조사 중이기에 아직은 섣불리 말씀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