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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6일 오후 5시 28분]

지난 2월 (재)교육의봄에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흥미로운 연구 발표가 있었다. 1차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반준석 책임연구원(LG 마그나 인사팀)은 제조업 A사 R&D 연구 인력 8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스펙 3종이라 불리는 '출신학교, 학점, 토익점수'가 업무 성과와 상관 없음이 밝혀졌다. 

더 큰 표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도 있다. IT, 제조업, 서비스업 등 5개 업종, 11개 기업 총 2416명을 대상으로 2021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실시한 (주)마이다스아이티·자인원의 연구에서도 출신학교는 업무성과와 관련이 없었다.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가리고 직무능력 중심으로 채용하는 '블라인드 채용'은 2017년부터 재정기획부의 지침으로 공공부문에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를 시행하는 민간기업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이다. 또한 공공 영역 블라인드 채용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논란마저 잊을 만하면 불거지곤 한다.
  
대표적인 게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 SKY 출신이 더 많이 뽑힌다'는 주장이다. 경제신문 등 특정 언론 보도가 확대 재생산된 결과이다. 근거로 삼는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0년 12월 발표된 한국조세제정연구원의 '공공기관 채용정책에 대한 연구'가 그것이다.

해당 논문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제도가 SKY 출신 입사자 비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연구는 이 제도가 시행된 첫 해인 2017년 사례만 살펴보았고, 전체 340개 공공기관 중 고작 24곳 만을 조사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보다 더 정밀하게 수행된 연구는 2020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정채용정책 현장 실태 조사 및 정책이슈 분석'이다. 340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이 연구에서 출신학교별 채용 현황을 보면 SKY 출신은 지속적으로 줄고(3.6명→3.2명→3.1명), 지방대학 출신이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20.3명 → 30.9명), SKY를 제외한 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이 그다음으로 증가했다(14.2명 → 17.2명).
  
 고용노동부에서 공공기관 340개를 전수조사하여 출신학교 채용 인원 현황을 밝혔다.
고용노동부에서 공공기관 340개를 전수조사하여 출신학교 채용 인원 현황을 밝혔다. ⓒ 고용노동부
 
또 다른 연구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실시한 정부부처 산하 총 255개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들의 설문조사 결과 및 3회에 걸친 좌담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그 결과, 블라인드 채용 도임 이후 입사한 직원의 출신학교 다양성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실시한 255개 공공기관 조사 결과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실시한 255개 공공기관 조사 결과 ⓒ 한국노동연구원
 
직무 능력 중심의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되기 전까지 많은 기업들은 인재를 판단하는 손쉬운 기준으로 학력과 출신학교를 활용해 왔다. 개인의 능력은 고려되지 못하고 채용은 물론 임금, 승진, 업무 배치 등에서도 부당한 차별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입시경쟁과 사교육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앞서 연구에서 살펴보았듯이 블라인드 채용은 불필요한 스펙을 최대한 배제하고, 직무 능력 중심으로 공정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지원자에게 공정한 선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인재 채용을 통해 기업 조직의 역동성과 경쟁력 강화에도 이바지한다.

공공영역뿐 아니라 민간영역에서도 출신학교를 보지 않는 직무 중심의 채용으로 변화하도록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강력한 이유다.

#블라인드채용#출신학교차별금지법#사교육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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