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어 배달 노동자들의 사고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배달노동자들이 윤석열 새 정부 측에 "배달하다 죽지 않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 모인 배달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 고속터미널 사고로 숨진 40대 여성 쿠팡이츠 배달노동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고속터미널 사고가 있기 전 신논현역에서도 배달노동자 조아무개씨가 택시어 치어 사경을 헤매다 사망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반복되는 배달노동자의 사고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다"라며 "안전배달제 도입과 산재전속성 폐지, 배달공제조합 정부예산 반영 등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828명 가운데 배달노동자는 18명이다. 2017년 2명에서 2018년에는 7명이 됐고, 지난해에는 18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2017년 대비 5년 만에 9배나 증가한 셈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는 <오마이뉴스>에 "해당 숫자가 산재보험을 기준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산재보험이 없거나 유족이 없는 노동자는 고용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라고 설명하며 실제 다치거나 사망한 숫자는 더 많을 것이라 주장했다.
"안전배달제 도입부터"
이날 인수위 앞에 선 김종민 배달플랫폼지부 기획정책국장은 "배달노동자가 죽지 않을 권리를 위해 안전배달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국장은 "사고는 주로 점심과 저녁 피크시간에 일어난다. 건당 임금인 배달노동자들은 이 피크시간에 배달료가 갑자기 높아지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져 일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라며 "배달노동자의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안전배달제는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시간당 적정 건수를 책정하고, 그에 맞는 적정배달료를 산정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의 말대로 배달노동자가 쓰는 쿠팡이츠의 경우, 점심시간에 들어서는 시간인 오전 11시 30분께가 되면 수수료가 8500원까지 올라간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는 70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오후 2시 이후에는 5000원대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말 그대로 분단위로 배달기본료가 바뀌는 상황이다. 배달노동자들이 점심시간에 무리를 해가면서 배달을 해나가는 이유다.
김 국장은 "배달플랫폼사와 배달대행사는 지속적으로 배달노동자를 모집하지만 안전은 책임지지 않는다"라며 "배달플랫폼사와 배달대행사가 배달노동자를 모집할 때 유상보험 가입 의무화하고, 상해보험을 들어줄 것을 요구한다. 더불어 입직시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산재전속성 폐지하라"
배달노동자들과 함께 인수위 앞에 선 이은유 공인노무사는 지난달 30일 사망한 배달노동자 사건을 언급하며 산재전속성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월 93시간 근무 또는 월 115만 원 이상의 소득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배달노동자 중 2개 이상의 앱을 사용하는 비율이 60~70%라는 사실이다. 이 말은 지금의 산재보험의 전속성 규정은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노무사는 "배달노동자들이 약 30만 명까지 추산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변화에 맞춘 전속성 폐지가 필요하다"면서 "'전속성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국회에 발의된 산재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배달노동자들은 기자회견 후 안전배달제 도입과 산재 전속성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배달 시간제보험'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일감을 받는 배달노동자가 배달업무에 종사하는 시간에만 유상운송용 이륜차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