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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스(Lynx) 헬기는 '잠수함의 천적'이라고 불리지만 '조종사들의 천적'이라는 악명도 있다.

링스는 1991년 우리 해군에 도입돼 MK-99형, 개량형인 MK-99A형 등 모두 20여 대가 운용되고 있다. 청해부대 일원으로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돼 해적 퇴치에 기여하기도 했고, 2010년 3월엔 천안함 침몰 때도 출격한 바 있다.

이 헬기는 국내에 도입된 지 2년 만인 1993년 8월 경북 성주군에서 추락, 10명이 숨지는 사고를 겪은 이후 7년 동안 사고가 없었다. 그러나 2010년 4월 15일 밤 8시58분께 전남 진도 동남쪽 14.5㎞ 해상에서 해군 3함대 소속 링스 헬기가 추락하면서 불운이 시작됐다. 이 사고로 권태하 대위, 홍승우 중위, 노수연 중사, 임호수 중사 등 4명이 순직했다.

이 사고는 천안함 피격사건 직후 군사대비태세가 강화된 상황에서 야간 무월광 저고도 해상초계 임무를 수행하다가 공간정위상실로 헬기가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권 대위는 총 비행시간만 1308시간에 달하는 베테랑이었다. 이들은 모두 1계급 특진되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지만 당시 공간정위상실에 의한 사고는 조종사의 실수로 간주되어 훈장 추서가 되지 않았다. 
 
 천안함 피격사건 후 해상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소속 링스헬기가 2010년 4월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순직했다. 이들의 합동안장식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천안함 피격사건 후 해상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소속 링스헬기가 2010년 4월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순직했다. 이들의 합동안장식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 국립대전현충원
 
 
  2010년 4월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 추락해 순직한 권태하 소령 홍승우 대위, 노수연 상사, 임호수 상사 등 4명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2010년 4월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 추락해 순직한 권태하 소령 홍승우 대위, 노수연 상사, 임호수 상사 등 4명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 우희철
 
하지만 공군과 관련 학회 등에서는 공간정위상실은 조종사의 기량에 관계없는 것으로 야간, 해상, 안개·구름 속 비행 때 누구든지 빠져들 수 있는 상황이라는 문제의식이 널리 확산됐다. 게다가 2012년 3월 행정자치부에서 항공기 추락 순직에 대한 훈장 추서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7년 만에 이들에게 훈장이 수여되었다.

'공간정위상실(Spatial Disorientation)'이란 비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점인 외부 표식이 없어 조종사가 순간적으로 기체의 자세(경사도), 속도, 진행방향, 상승 또는 하강 등을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를 말한다. 달이 뜨지 않은 밤이나 짙은 구름 속에서 그 어떤 외부 물체를 보지 못할 때 흔하게 발생한다.

진도에서 링스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 만인 4월 17일에는 서해 소청도 부근에서 또 링스 헬기가 추락했다. 한국형 구축함인 왕건함(4500t)으로 복귀하다 바다에 불시착한 것이다. 다행히도 탑승자 전원이 구조되고 헬기도 인양되었지만 천안함 수습에 정신없던 해군에게는 계속된 악재일 수밖에 없었다.

사고가 일어난 지 6년 뒤에도 또 링스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2016년 9월 한·미 연합해상작전 중 동해상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해 조종사 등 3명이 순직했다. 순직한 고 김경민·박유신 소령과 황성철 상사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고 보국훈장이 추서됐다. 이 추락사고의 원인도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이 아닌 조종사의 일시적인 '공간정위상실'로 알려졌다. 
 
 한미연합해상작전중 동해상에서 링스헬기가 추락해 순직한 김경민?박유신 소령과 황성철 상사의 영결식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치러지고 있다.
한미연합해상작전중 동해상에서 링스헬기가 추락해 순직한 김경민?박유신 소령과 황성철 상사의 영결식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치러지고 있다. ⓒ 국립대전현충원
 
 
 한미연합해상작전중 동해상에서 링스헬기가 추락해 순직한 김경민?박유신 소령과 황성철 상사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한미연합해상작전중 동해상에서 링스헬기가 추락해 순직한 김경민?박유신 소령과 황성철 상사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 우희철
 
링스 헬기는 수상함정에 탑재할 수 있는 비행기로 대잠 또는 대수상 작전을 수행한다. 음파탐지기 '디핑(dipping) 소나'를 수심 300m까지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잠수함을 격퇴시킬 수 있는 어뢰도 장착하고 있어 '잠수함 킬러'라는 별명이 있다.

영국 웨스틀랜드사가 제작한 헬기로 1971년 시제품이 나왔고 서방세계의 주요 대잠수함 전력이 되었다. 우리 해군은 1991년에 도입했다. 순항속도 시속 234㎞, 최대 체공시간 2시간 30여 분으로 공대함 유도탄 '시스쿠아(Sea-skua)' 4발과 마크-44 토페도(MK-44 torpedo) 어뢰 2기, 기뢰 등을 탑재하고 있다. 광개토대왕급 구축함과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등에서 20여 대를 운용하고 있다. 
 
 기동훈련을 하고 있는 링스헬기의 모습
기동훈련을 하고 있는 링스헬기의 모습 ⓒ 대한민국해군
 
링스 헬기에는 조종사 2명, 소나를 담당하는 조작사 1명이 탑승한다. 링스는 수면 15m 위로 고도를 낮춰 헬기바닥에서 소나를 바다로 내려 보낸다. 링스는 대함작전 때는 함대공미사일 등을 피하기 위해 고도 120m를 유지하고 대잠임무 때는 고도 60m에서 비행한다. 소나의 탐지거리는 18㎞나 된다.

◇1990년대 이후 국내 주요 군 헬기 추락 사고 일지

△1992년 2월 14일 경북 선산군에서 육군항공대 소속 UH-1H 헬기 추락해 7명 사망
△1992년 9월 14일 강원 춘천 남면 산악지대에서 육군 500 MD 헬기 2대 추락해 4명 사망
△1993년 8월 13일 경북 성주군서 해군소속 대잠초계기 링스 MK99 추락해 10명 사망, 1명 부상
△1994년 3월 3일 경기도 용인군 외사면 야산에 공군 제 15전투비행단 소속 UH-60 블랙호크기 추락해 6명 전원 사망
△1995년 7월 28일 충북 음성군 산성면에서 육군항공대 소속 UH1H기 추락해 4명 사망, 2명 중상
△2003년 8월 14일 경북 영천시 화산면 용평리에서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UH-1H 헬기 추락해 조종사 등 7명 사망
△2007년 11월 5일 강원도 인제군 현리 육군 항공단 활주로에서 UH-60 헬기 2대 공중 추돌해 조종사 1명 사망, 21명 부상
△2008년 2월 20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인근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부대로 복귀하던 육군 204항공대대 소속 UH-1H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등 7명 사망
△2010년 3월 3일 경기도 남양주시 이패동 비닐하우스단지에 육군 109항공대 소속 500MD 헬기 추락해 2명 사망
△2010년 4월 15일 전남 진도 동남쪽 14.5㎞ 해상에서 해군 3함대 소속 링스헬기 추락해 4명 사망
△2010년 4월 17일에는 서해 소청도 부근 링스헬기 추락했으나 인명피해 없음
△2016년 2월 15일 강원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 인근 밭에 육군 205항공대 소속 UH-1H 헬기가 점검 비행 중 추락해 3명 사망, 1명 부상
△2016년 9월 27일 강원도 양양 동쪽 52㎞ 해역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이던 해군 링스 해상작전헬기 추락해 3명 사망
△2018년 7월 17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해 5명 사망. 1명 부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실렸습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시민미디어마당 협동조합입니다.
#국립대전현충원#해군#링스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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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간 신문사(언론계)에서 근무했음. 기자-차장-부장-편집부국장을 거쳐 논설위원으로 활동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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