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과 여의도가 또 다시 충돌할 조짐이다.
7일 오후 정가에는 '받(은 글)'이라는 메시지가 돌아다녔다.
오늘 박병석 국회의장이 법사위원 중 민주당 박성준을 무소속 양향자로 교체함. 이유는 이견이 있는 법안은 위원회 3분의 1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여 90일간 심사시킬 수 있음. 안건조정위원회는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3분의 2로 의결하는데 현재 법사위는 민주와 국힘만 있어 3대 3으로 구성할 경우 90일간 법안을 잡아둘 수 있음. 그렇게 되면 통과되더라도 새 정부 출범 이후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시행을 막을 수 있음.
그리고 이 '받'은 이렇게 끝났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할 듯.
실제로 박성준 의원과 양향자 의원의 상임위는 맞교환됐다. 7일 오후 박병석 의장은 박성준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로, 양향자 의원은 기재위에서 법사위로 보임한다는 내용을 결재했다. 자연스레 민주당과 국민의힘뿐이던 법사위 구성도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그리고 무소속 1명으로 달라졌다. '받' 내용대로 만약 법사위에서 안건조정위가 열린다면, 민주당 3명 + 무소속 1명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민주당 전열 정비에... 검찰은 집단반발, 국민의힘은 지원사격
이 소식을 접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곧바로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갔다. 그는 의장실 관계자에게 "민주당의 의도가 뭔지 우리는 짐작하고 있고, 반대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다"며 "그런데 의장께서 (우리)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렇게 하나"라고 따졌다. 또 취재진에게 "우리 당은 이번 사보임을 불법으로 규정짓고 절대 받을 수 없다"며 "그 사보임은 법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임기 마지막날인 8일 아침에도 박 의장에게 한 번 더 항의했다.
검찰도 움직였다. 8일 오전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에 "검수완박 관련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도 "총장님, 고검장님 등은 어디서 뭘 하시는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김후곤 지검장이 직접 전체 검사회의를 소집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급기야 이날 대검은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검은 "현재 시행 중인 개정 형사법은 1년 3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논의를 거치고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는 등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입법되었으나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들이 확인되어 이를 해소하고 안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며 "검찰수사기능 전면폐지법안을 한 번 더 심사숙고하고 올바른 결정을 해주길 정치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관련 기사:
대검, 민주당 '검수완박' 반발… "헌법 질서 파괴")
더불어민주당도 곧바로 대응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검찰 내부망에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추진에 대해 반발하는 글이 올라오자 대검이 오늘 고검장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사보임에 검찰 전체가 난리라도 난 것처럼 들썩이니 황당하다"고 했다. 이어 "조직이기주의도 부족해 이익집단처럼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는 검찰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국회를 겁박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 대변인은 "공직자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국회의 정당한 입법활동에 대해 집단적 반발 움직임을 조성하는 검찰의 행태에 엄중 경고한다"며 "기득권을 헌법정신으로 포장하는 행태도 어이없다. 검찰은 왜 국민께서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검찰개혁은 선택적 법집행, 정치개입, 제 식구 감싸기 등 무수한 잘못으로 검찰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검찰 스스로 기득권 내려놓기를 거부하기에 검찰개혁 논의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국회 겁박 하겠다는 건가" 대응했지만... 지방선거 앞두고 '부담'
민주당 안에서도 고민이 없진 않다.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검찰개혁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닌데... 우리가 충분히 준비됐냐는 측면에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면) 대통령 거부권 때문에 안 된다'고 전제하고 5월 9일까지 꼭 해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오히려 국민 동의를 받아서 간다면 대통령에게도 부담이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원도 "당에서도 다수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압도적 다수는 아니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지방선거 출마자들 중에는 비전이 아니라 검찰 문제로 싸우니까 '그러면 다 죽는 길'이라고도 한다"며 "지도부도 두 차례 정도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예고하고 있으니 조만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4월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검수완박 입법 여부를 정하고, 16일 당론 채택 절차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