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의거기념사업회가 '4‧11민주항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자유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군사독재권력이나 하는 짓이다"(김주열기념사업회).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지만, 세계사에서 혁명이라든지, 의거‧사건은 그 첫 날을 기록한다"(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장)
1960년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김주열 열사의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시신으로 떠올랐던 날을 두고 '4‧11민주항쟁'이냐 '제2 3‧15의거'냐를 두고 논란인 가운데, 13일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와 주임환 3‧15의기념사업회장은 논쟁을 이어갔다.
최근 몇 년 사이 '4‧11민주항쟁' 명칭을 두고 창원 지역에서 논란이다.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2020년 "제60주년 4‧11민주항쟁 기념 및 김주열 열사 추모식"에서 "4‧11은 4‧19의 첫날이다"는 구호를 내세웠고, 이후 지역 언론을 통해 논쟁이 벌어졌다.
2021년 김주열열사추모광장에 김주열 열사 동상이 건립되었는데, 처음에는 부조(벽면)에 '4‧11민주항쟁'이라는 용어가 새겨졌다가 지워졌고, 이후 제막식이 열렸다.
올해 4‧11민주항쟁 기념식 무렵, 3‧15의거기념사업회는 창원시에 '4‧11민주항쟁'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행사에 재정 지원을 하는 근거를 따져 묻는 공개질의를 하기도 했다.
김주열사업회 "오만하고 비열한 작태를 즉각 중지하라"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13일 창원시청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3‧15사업회의 오만하고 비열한 작태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김주열사업회는 "3‧15사업회는 지난 14년 동안 공식적으로 사용해 온 '4‧11민주항쟁'이라는 역사 용어를 마치 불법인양 매도하고, 경남도청과 창원시청에 역사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이런 언행은 실로 오만하고 비열한 작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2009년부터 '4‧11민주항쟁'이란 용어를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김주열사업회는 "이 행사에 3‧15사업회 대표들이 참석하거나 조의 화환을 보내왔다"며 "2021년 4월 11일 기념식에는 3‧15사업회 회장과 3‧15 관련 단체들도 참석했고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갑자기 '4‧11민주항쟁'에 대해 역사를 왜곡했다느니 3‧15의거 역사를 반 토막 냈다느니 하면서 억지를 부리고 우리 행사를 방해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그것도 우리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도 관계자나 단체장을 찾아다니며 압박을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왜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당당하게 항의하거나 문제 제기를 못하고 이런 비열한 짓을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제2차 3‧15의거'라는 용어는 없다"고 한 이들은 "김주열 시신이 발견된 4월 11일, 분노한 마산 민주시민들이 이승만 정권과 싸운 민중항쟁의 역사"라며 "그래서 4‧11민주항쟁이라는 역사 용어는 매우 자연스러운 명칭이며, 명확한 역사적 사실이다"고 했다.
이어 "4‧11민주항쟁이라는 역사명을 두고 3‧15사업회가 역사왜곡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3‧15사업회가 역사 왜곡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3‧15사업회야말로 3‧15 역사를 반토막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열사업회는 "3‧15사업회가 주장하는 '제2차 3‧15의거'라는 용어는 지금 시민들이나 후대들이 3‧15의거가 마치 하루만 있었던 의거라고 이해하기 십상이다"며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일어난 마산시민들의 항쟁은 곧바로 4‧19혁명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3‧15의거를 4‧19혁명으로 이어준 역사적 사건이 바로 4‧11민주항쟁이다"며 "이런 위대한 4‧11민주항쟁 역사를 3‧15사업회는 어떤 의도인지 몰라도 고의적으로 축소하고 왜소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야말로 3‧15사업회가 3‧15 역사를 반토막내는 짓이다"고 했다.
김주열사업회는 "3‧15사업회의 이런 작태는 3‧15의거 역사를 그들이 독점해온 잘못된 버릇 때문"이라며 "3‧15의거 역사의 주인은 3‧15사업회가 아니다. 3‧15의거 역사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민들은 그들에게 3‧15의거 독점권을 준 일이 없다"고 했다.
김주열사업회는 "4‧11민주항쟁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토론의 장을 마련하라"고 창원시에 제안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했던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안타깝다. 지역에서 하고 있는 김주열 열사 추모사업을 전라도에서, 마산 용마고 학생들이 하면 안되느냐"며 "해방 이후 민주주의를 위해 역사를 찾기 위해,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역사를 찾는 일은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찾아서 발전시키는 게 순리다"고 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3‧15의거라는 거대한 물줄기가 흘러 여러 이랑과 물줄기가 만들어졌다. 또 하나의 물줄기가 4‧11이었다"며 "민주주의를 위한 외침이나 흐름이 어느 하루만 기억해야 하는 법이 없다. 4‧11은 3‧15를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게 했다. 명칭은 어느 한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3‧15로 모든 물줄기와 이랑을 덮어버리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발상이다. 의미있는 항쟁과 외침은 시민들에 의해 발굴될 때마다 계승해야 한다"고 했다.
주임환 회장 "역사는 그 첫 날을 기록한다"
이에 대해 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은 전화통화에서 "논평할 가치를 못 느낀다. 모든 세계사에서 혁명이라든지 의거나 사건은 그 첫 날을 기록한다. 프랑스혁명도 그랬다"고 했다.
주 회장은 "3‧15의거특별법에도 보면 3‧15 부정선거에 항거해서 일어난 과정을 포괄해서 개념 정의를 해 놓았다. 당시 국회에서 엄청난 토론을 거쳤다"며 "같은 지역에서, 같은 시민이 한 일을 나누면 정부나 국회에서 만든 개념이 흩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경남도, 창원시와 같이 국민의 예산을 쓸 때는 법률에 따라서 하는 게 원칙이다"며 "억지 주장에 대해 대응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의견을 모아 보겠다. 논쟁으로 끌고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관련기사> [김주열열사 논쟁] 제2차 3.15의거냐, 4.11민주항쟁이냐
http://omn.kr/1ybl4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