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14일 오전 11시 18분]
"제발 교각살우의 잘못은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호소 드리고 싶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4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반발해 국회를 방문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검찰의 수사 기능을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법안 추진이 이뤄지고 이로 인해 검찰 구성원들, 여러 국민들 사이에 갈등과 분란이 발생하고 있는 점에 대해 검찰총장으로서 정말 국민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박광온 법사위원장을 만나기 전 주먹을 꽉 쥔 채 5분 간 격정을 토로했다.
김 총장은 "검찰 수사기능 폐지 법안의 핵심은 검찰을 없애자는 것으로 저는 이해한다"라며 "헌법 12조 3항에 검사의 수사 기능, 수사권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다"고 했다. 김 총장은 "권력형 비리, 기업형 비리, 금융범죄, 주가 조작범 등 다양한 비리가 있는데 그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엄청난 재력과 권한을 갖고 있고 대형 로펌의 도움을 받으면서 충분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라며 "그런 범죄자들을 검사가 수사를 못하고 기소만 담당한다면, 범죄자들은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기능 폐지, 검찰 없애자는 걸로 이해... 피해자들 불행해진다"
김 총장은 "그럼 범죄자들로부터 피해 입은 범죄 피해자들은 불행하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부정부패, 그리고 범죄가 득세하고 가득 찬다면 국민과 국가는 불행하게 된다"고 했다. 김 총장은 "고사성어에 교각살우란 말이 있다"라며 "소 뿔이 잘못됐으면 뿔을 좀 예쁘게 고쳐야 하는데, 그 뿔을 잘못 건드려서 소가 죽게 됐다는 얘기"라고 언급했다.
김 총장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나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만 시정하는 특별법을 만들어도 좋고, 저번 사법개혁특위처럼 국회에서 특별 기구를 만들어도 좋다"면서 "(그러나) 그러한 제도의 도입 없이 곧바로 검찰을 전부 폐지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아서, 제발 교각살우의 잘못은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장관에 지명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란 기자들 질문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김오수·박광온 20분간 면담… "법사위 참석해 발언할 기회 달라"
김오수 총장과 박광온 위원장의 면담은 약 20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총장은 면담이 종료된 직후인 오전 10시 50분께 법사위원장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논의하게 되더라도 심사숙고해서 다양한 측면을 토론하고 논의하고, 그 법안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문제점, 제도적인 예산 등도 함께 검토해주십사 말씀 드렸다"고 했다.
김 총장은 특히 "법사위가 열리게 되면, 열리는 날에는 저도 참석해서 의견을 말씀 드릴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라며 "저도, 검찰도 법사위 산하 기관이지 않나"라고 했다. 김 총장은 '오늘 청와대 관계자와 면담하나'란 취재진 질문에 "그 내용은 여기서 말씀 드릴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관련 기사:
대통령 거명한 검찰총장 "검수완박 받아들이시나" http://omn.kr/1yc88 ).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충분히 검찰의 의견을 들었다"라며 "그 의견에 대해 제가 직접적으로 답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다만 헌법과 국회법 규정대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책임 있게 심의할 것이라고 얘기했고, 국민이 주신 헌법적 권한을 합당하게, 국민을 위해 행사하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법사위에서 발언권을 달라는 김 총장 요청에 대해 박 위원장은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해 답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