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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피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주관으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위한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 장창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미래변화 TFT팀장.
그린피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주관으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위한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 장창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미래변화 TFT팀장. ⓒ 연합뉴스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정말 의외였어요. 역시 현장 노동자들은 다르구나..."

조사를 담당한 오민규 연구실장(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은 발표 내내 '놀랍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럴 수밖에. 내연차를 만드는 현장 노동자들이 2035년까지 내연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정책에 대해 긍정한다는 답변이 무려 82.1%나 나왔으니 말이다. 지난 14일 오후 2시 국회 토론회 현장의 모습이었다.

이날 열린 '새 정부의 자동차 산업 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토론회의 주제는 한마디로 전기차와 수소차 등 탄소중립형 미래자동차로 전환되는 마당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노동의 문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있었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노동단체인 금속노조가 공동 주관하고 국회에서는 강은미, 김성환, 류호정, 박대수, 이수진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전기차는 내연차에 비해 부품과 공정이 대폭 줄어든다. 일자리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고 부품업체 종사자들의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하다. 그렇다고 전환을 늦출 수도 없다. 전 세계 경쟁사들은 이미 더 빠른 속도로 전환의 페달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전환해야하는가? 그린피스한국사무소의 장다울 전문위원은 관련 산업 조사자들의 생각부터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경에 국제 그린피스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우선 산업전환 노동자들의 이야기부터 듣자고. 실제로 영국에서는 북해시추노동자 1천여명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졌어요. 호주는 탄광노동자들을 조사했고 한국은 전세계 주요 자동차 산업국가이니 자동차노동자들의 기후위기 인식조사를 해볼 것을 요청받았어요."

조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린피스는 금속노조에 조사협조를 요청했고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소속 노동자 1019명에 대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2021년 9월 6일부터 10월 14일까지 완성차 노조 조합원 11만5천여 명 중 선착순 온라인 조사로 1019명 설문조사가 이뤄졌고 직종별로는 생산기술직(69.7%)이, 연령별로는 46~55세(40.1%)가 가장 많았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06%포인트).

첫번째 충격 : 정년 얼마 남지 않은 노동자일수록 기후문제 더 심각하게 인지

오민규 연구실장은 결과를 발표하며 크게 세 번 놀랐다는 표현을 썼다. 최초의 충격은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조사. 전체의 94%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연령대가 높을 수록, 곧 퇴직을 앞둔 노동자일수록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사실 저희가 연구 시작 전에 약간의 편견과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퇴직을 앞둔 고령층의 경우에는 '내 정년까지만 안전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인식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훨씬 더 깊은 인식을 보여주고 계셨습니다."

연령대와 기후인식의 관계는 일관됐다. 연령대와 학력이 높을수록 기후위기가 다음 세대 뿐 아니라 내 세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고 기후대응과 자동차 산업의 연관성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오 실장은 그 이유를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계기에서 찾았다. 연령대가 높을 수록 뉴스와 같은 간접 체험보다는 자신이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는 '이상기후'의 현실로부터 심각성을 더 깊게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인지경로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압도적으로 (자신이 몸으로 느끼는) 이상기후를 꼽았습니다. 올 여름이 내가 살아온 여름 중 가장 더웠고 올 겨울이 가장 길게 추웠다는 식으로."

두번째 충격 : 2035년까지 내연차 판매금지 정책에 전체의 82.1% 긍정

응답자들은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빠르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대선 공약으로 나온 2035년 이내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금치 정책에 대해 82%가 공감했다(매우 공감 35.3%, 대체로 공감 46.8%). 2030년 또는 그 이전 판매 금지에 공감한다는 응답자도 64%에 달했다.

"이 내용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과연 얼마나 공감대를 보여줄까 했는데 답변을 보고, 아 진짜 현장 노동자들은 이렇게 생각을 하는구나..."

소속업체간 차이도 없었다. 현대차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래차 비전 제시가 약한 편으로 분류되는 한국GM 노동자들의 경우 오히려 2035년까지 내연차 판매금지 정책에 대해 83.5%가 긍정해 현대차 그룹 노동자들에 비해 1.3%포인트 높았고, 2030년까지 내연차 금지정책에 대해서는 5%포인트 더 높았다.

세번째 충격 : 부품업체 노동자 약식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 발견
 
 그린피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주관으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위한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 장창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미래변화 TFT팀장.
그린피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주관으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위한 자동차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 장창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미래변화 TFT팀장. ⓒ 연합뉴스
 
오민규 연구실장은 완성차 업체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내연차 판매금지에 동의한다는 결과를 본 뒤에는 서둘러 부품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추가조사를 기획했다고 털어놨다. 완성차 업계와는 온도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인식조사 결과는 다를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그런데 부품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약식 조사 역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부품업체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약식 설문조사를 했어요. 5개 업체 109명, 그런데 역시 동일하게 내연차 판매금지 자체에 대해 80%가, 2035년부터 판매금지에 대해 76%가 동의한다는 응답을 했습니다."

즉 자동차 노동자들의 소속이 외투기업이냐 토종기업이냐 완성차업체냐 부품업체냐를 가리지 않고 내연차 판매중단 정책에 깊이 공감할 뿐 아니라 그 도입시점 또한 상당히 빨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이 놀라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반갑다, 그러나 부품업체 노동자 추가조사 필요"

토론자로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정경록 자동차 과장은 결과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완성차 노동조합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물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고용노동부의 편도인 고용정책총괄과장은 완성차 업체 중심 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며 부품업체에 대한 영향이 큰 만큼 부품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주홍 정책연구소장도 부품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조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저희도 자체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대상을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옵니다. 부품업체들의 인식이 다르고 부품업체도 중견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달라요. 더구나 정책에 대한 질의이기에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정책이니까 당연히 받아들이는 쪽으로 쏠릴 수도 있어요."

이상호 한국폴리텍2대학 학장은 기후대응 사안은 더이상 노사대립의 문제가 아니라 완성차노사냐 부품차노사냐의 양극화 문제라며 완성차 노동조합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부품업체에 대한 배려와 포용을 강조했다.

"노동조합이 기후위기 전환의 문제를 선도적으로 고민하는 자체가 반갑습니다. 문제는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인데, 사실 완성차 노동조합의 경우 그동안 다양한 구조조정과 해외현지공장진출 경험 등을 통해서 '적응하면 생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반면 부품업체는 요동칠 겁니다. 양극화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어요."

조사를 기획한 장다울 그린피스 한국사무소 전문위원은 부품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조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간 노사정간의 정의로운 전환 논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가 공감하는 사실임이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이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야 합니다. 사측이 다 부담하는 것도 힘들고 부품업체나 노동자들이 전담하는 것도 불가하거든요. 구체적인 각론에 대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오늘도 목도하셨겠지만 여기에 대한 대화가 진전되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다 피해자가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옵니다."

끝으로 부품업체를 대변하는 토론자의 마지막 발언을 담는다. 고문수 자동차부품협동조합 전무는 1만여개 부품업체 중 미래차 관련 계획이 있는 업체는 19.9%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계획조차 없다며 정부지원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완성차 노동조합에도 마지막으로 부탁한다며 이런 말을 남겼다.

"부품업체 CEO들이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요. 불투명한 미래에 과연 전환을 위한 투자를 해도 되는지, 만일 노조가 협력해주면 기업이 용기를 얻습니다. 노조에 부탁드립니다. 부품업체들에게 용기를 주십시오."

#기후변화#정의로운전환#자동차산업#내연차#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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