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노동계가 콜센터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6.1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에게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민주노총대전본부와 대전지역 콜센터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은 20일 오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콜센터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필수노동자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임금, 고용불안, 극심한 현장통제 등의 가혹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대전시는 130여 개 기업의 콜센터(컨텍센터)가 자리잡고 있고,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만 1만8000여 명에 달할 만큼, '콜센터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이는 대전시가 많은 혜택과 지원을 해 주면서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한 결과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시 120콜센터마저도 직접고용이 아닌 용역업체에 위탁 운영하는 등 콜센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대전시장 선거에 나서는 각 당 후보들에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정책협약을 통해 추후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체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분명 대전시민인데, 대전시의 방치로 콜센터노동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는 형편없는 실정"이라며 "심지어 2020년 11월에는 콜센터 내 마스크 미착용 노동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대전시의 행정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마스크를 쓰고 호흡곤란을 참아가며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휴게시간과 환기할 시간을 주기는커녕, 콜센터노동 몰이해로 방역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일하는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대전시는 책임 있는 행정으로 모범사용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더 중요하다"며 "대전시 120콜센터만 보더라도 16개 광역시·도 중 오직 유일하게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고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콜센터는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콜 수를 받아야 하고, 화장실조차 허락 맡고 가는 곳들이 태반인데다,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한다"며 "시민의 직접적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핵심 노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에도 콜센터 노동은 사회적으로도 저평가돼 왔다"고 했다.
이들은 끝으로 "대전시와 2022년 지방선거 대전시장 후보들에게 공동요구안을 전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공동투쟁과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이 이날 발표한 '6.1지방선거 콜센터노동자 요구안'은 ▲저임금 경쟁시스템 개선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원청책임 강화 ▲노동안전 강화 ▲콜센터노동의 가치 인정 ▲근로기준법 준수 ▲불필요한 평가와 감시 중단, 등급제 폐지 ▲악성민원 대응체계 구축 등이다.
이날 발언에 나선 김율현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장은 "대전시에는 컨택센터 육성 및 유치 조례가 있다. 대전시는 우리 지역에 130개가 넘는 콜센터를 유치하면서 기업들에게 15억 원에 가까운 돈을 지원했다"며 "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과 전담공무원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야만의 노동현장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