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주52시간 상한제 탄력운영(선택근로제 확대), 중대재해처벌법 손질, 기업규제 해소 등을 얘기해왔습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근로조건, 노동권을 심각하게 후퇴시키는 것은 물론 생명과 안전마저 위협하는 내용입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4월 29일~30일 인수위 앞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반노동 입장을 규탄하는 1박 2일 투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윤 당선인의 입장이 왜 문제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싸우고자 하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기고글로 알릴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결정된 직후부터 자본가들은 새 정부에 파견법, 기간제법 규제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불법파견을 저지르며 파견업종 제한 규제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해온 자본가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불법파견 범죄를 합법화하겠다며 생떼를 쓰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역시 '기업규제 폐지'를 약속했다.
파견법 도입 이후 자본가들은 간접고용(고용업체와 사용업체의 분리)을 합법화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배, 사용하는 '진짜 사장=원청'의 책임을 회피해왔다.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작업에 대한 외주화, 불법하도급, 파견, 용역 등의 간접고용을 통하여 원청사용자는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저임금과 항시적인 고용불안, 참담한 노동조건, 권리의 박탈을 강요해왔다.
또한 위험한 업무에 대한 외주, 비정규직화를 통해 원청책임 회피, 비용절감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맞바꿔왔다. 용역, 외주, 아웃소싱, 도급, 사내하청, 파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저임금, 차별, 항시적인 고용불안, 권리 박탈의 구조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비정규직 양산법인 기간제법, 파견법
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하여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본다고 정했지만, 자본가들은 쪼개기 계약으로 1년 11개월까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쓰다 버렸다. 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의 파견은 절대 금지하고, 32개 업종으로 파견 대상 업무를 한정했지만 자본가들은 '지속적인 불법파견 사용'으로 무력화시켜왔다.
자본가들은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도 지키지 않았다. 이윤확대와 사용자 책임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간접고용보다 좋은 방법이 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친기업'을 내세우는 정부는 어떤 행정적 처벌도 내리지 않고, 사법부는 불법파견 범죄자들에 대해 제대로 처벌하기는커녕 비호해왔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견법, 기간제법 폐지를 요구하며 싸워온 한편에서 파견법에 근거하여 불법파견 범죄를 바로 잡으려고 싸우고, 법적소송도 진행해왔다. 악법인 파견법조차도 지키지 않고 불법파견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자본에 맞서서 당장에 불법파견 범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온 노동자들에게 이제 자본은 그 딜레마를 해결해주겠다고 한다.
파견업종을 확대하여 모두가 '합법' 파견이 되면 문제와 갈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도둑놈이 너무 많으니 도둑질을 합법화하면 처벌받을 도둑놈이 없어진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자본은 자신들의 이윤을 확대하기 위해 노동자의 목숨도 비용으로만 본다. 일하다 죽어나가는 목숨 보다, 혹여 자신들이 처벌을 받을까, 안전설비에 돈이 들어 갈까봐 전전긍긍이다. 더 많은 비정규직을 더 자유롭게 착취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불법이라 하더라도 서슴지 않는다.
법제도와 정부와 사법, 입법부가 모두 돈 있고, 힘 있는 자본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이 대법원, 하급심을 포함하여 40여 차례에 이르는 동안에 단 한 명의 현대기아차 사용자도 처벌받지 않았다.
국회는 자본의 이윤확대를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축소하는 노동악법을 만들어주고, 사법부와 행정부는 그 악법조차 지키지 않는 재벌과 자본을 비호해주기 때문에 재벌과 자본은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 다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법까지도 자신들의 이윤확대를 위해 뜯어고치고 싶은 것이다. 지금 재계가 요구하는 파견법, 기간제법 규제 폐지의 본질은 바로 그것이다.
5년 전 국정농단과 재벌적폐에 맞서 일어난 촛불시위는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지만,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재벌과 자본의 편이라는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힘든 처지의 사람들이 만들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어져 나갈 것이다.
불법파견 범죄 처벌! 파견법, 기간제법 폐지! 간접고용,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더 큰 사회적 울림을 만들려고 한다.
파견법, 기간제법 '규제 폐지'가 아니라 중간착취, 저임금과 차별, 고용불안, 원청 사용자 책임 회피를 합법화하는 '파견법, 기간제법 폐지'로 나아가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월 1일 132주년 세계 노동절을 앞두고 4월 29일~30일 공동투쟁에 나선다.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낼 수 있도록 많은 참여와 지지를 당부드린다.
* 관련 기사 :
윤석열 당선인님, '안전 작업하세요' 사연을 아십니까 http://omn.kr/1yhcc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