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요 목표인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점령했다고 선언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제외한 마리우폴이 우크라이나로부터 해방됐다"라고 보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마리우폴을 해방시키는 군사적 임무를 완수한 것은 위대한 업적"이라며 "아조우스탈을 공격하는 대신 '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봉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아조우스탈을 공격하지 말라고 한 것은 러시아군 장병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아조우스탈에서 스스로 나와 투항하는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은 생명을 보장하고 적법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 제철소에 갇혀 최후 항전... 식량 고갈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러시아식 표기 크림반도)를 육로를 통해 갈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또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독립을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 속한다.
AP통신은 "마리우폴 점령은 러시아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라며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얻은 가장 큰 승리를 의미한다"라고 평가했다.
마리우폴 도시 대부분을 내준 우크라이나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인 이 제철소는 복잡한 내부 구조와 자체 통신망까지 갖추고 있어 외부 공격을 견디기 유리하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봉쇄가 두 달 가까이 장기화하면서 비축해놓은 식량과 물이 고갈되고, 부상을 당한 군인을 치료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현재 아조우스탈에 우크라이나군 2천여 명과 민간인 1천여 명이 갇혀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빠르면 앞으로 3~4일 안에 아조우스탈까지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에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아조우스탈을 공격하지 않는 것은 물리적으로 점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라며 "그곳에 남아있는 우크라이나군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8억 달러(약 990억 원) 규모의 군사 및 경제적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미, 우크라에 1천억 원 추가 지원... 바이든 "푸틴이 틀렸다는 것 증명"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를 장악하기 위해 새롭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이 전쟁이 또 다른 장으로 넘어가는 중대한 국면에 들어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동부는 대부분 평지라서 더욱 효과적인 다른 무기가 필요하다"라며 "(러시아군의 공격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시의적절하게 제공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군사적 지원에 72기의 155mm 곡사포, 14만4천발의 포탄, 121대의 전술 드론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의회가 지난달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승인한 136억 달러의 예산이 거의 소진되었다며 추가 예산을 요구하겠다며 "우리는 푸틴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의 마리우폴 점령 선언에 대해서도 "러시아가 정말 마리우폴을 통제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아직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에 완전히 점령됐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아조우스탈에 갇힌 사람들이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인도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함께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무기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