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합쳐 6.3%에 달한다. 그런데 사측은 2년 연속 임금 동결 요구 등을 하고 있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생활임금 확보와 생존권 사수를 위해 26일 오전 4시를 기해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서울시내버스 파업을 선언한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22일 오후 기자와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 위원장 서종수) 산하 서울, 부산, 대구 등 10개 지역 버스노조가 임금 인상, 열악한 복지 향상 등을 주장하며 지난 18일과 19일 일제히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해 파업을 가결했다. 자동차노련은 오는 26일 오전 4시 동맹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천만 시민의 발인 서울시버스노동조합(위원장 박점곤)은 사용자인 서울시운송사업조합이 올해 임금 동결에다, 무사고수당 1개월에서 3개월 단위 지급, 입원과 골절로 인한 사고로 발생했던 유급휴일 20일 폐지 등 노동조건 후퇴를 강요하자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과 19일 파업 찬반 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1만 8094명 중 1만 611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 중 찬성 1만 5802명(98.1%), 반대 284명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이어 지난 21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잠실 교통회관 앞 인도에서 조합원 750여 명이 참석해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서울시버스노동조합 박점곤 위원장, 한상덕 사무처장(중앙노사교섭위원장)과 백가인 서울노총 사무처장 등 지도부가 파업 의지를 다지는 삭발을 단행했다.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 서종수 자동차노련 위원장 등도 서울버스노조 투쟁지지 연대사를 했다.
서울시버스노조는 ▲임금 8.09% 인상 ▲식사질 개선(공동배식시스템 도입 제안) ▲고용안정협약 체결 ▲무사고 포상급 시급화 ▲호봉연장 및 정년 이후 촉탁직 1호봉 적용 ▲실습과 견습기간 호봉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난해 12월 22일 제1차 중앙교섭위원회 교섭을 시작해 지난 5일 7차 교섭을 끝으로 교섭 결렬 상태에 있다. 현재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노사 중재(조정) 상태에 있지만, 오는 25일경 조정안이 나오더라도 노사 타협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일반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22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박점곤 서울시버스노조위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서울 시내버스 예산 줄어든 것도 노사 갈등 원인"
박 위원장은 먼저 "교섭결렬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사측(서울시운송사업조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 동결을 요구했다. 무사고 포상금지급도 1개월 단위에서 3개월 단위 지급으로 변경하자고 했다. 질병시 20일 유급 휴가 처리 조항을 삭제도 물론이다. 바로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와 일방적 주장이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는 "노사 간 갈등의 또 다른 문제는 서울시의 무책임과 버스교통 예산의 감소에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버스는 서울시가 재정을 지원하는 준공용제로 운영하고 있다. 시의 예산지원이 임금 및 노동조건과 맞물려 있다. 2022년 서울시 예산은 약 39조 2061억 원으로 지난 2018년 약 28조 179억 원에 비해 40%가량 증가했다. 그 중 버스 예산은 3838억 원으로 지난 2018년 약 5402억 원에 비해 29%가량 감소했다. 지난 5년간 서울시 전체 예산 대비 시내버스 예산은 1.1%에 불과하다. 시의 전체 예산은 늘었지만, 시민 교통복지 비용인 시내버스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임금 동결과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 위험에도 국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서울시와 사측이 교섭을 파행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서울시의 비상수송대책에 협력해 위험을 무릅쓰고 조합원들이 확진자가 있는 타회사에 파견 근무를 하면서 전 국민적 고통 분담 차원에서 무분규로 임금 동결을 수용했다. 공무원, 환경미화원 등 공공부문조차 매해 임금을 인상했다. 이와 비교한다면, 시내버스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25일까지 대안 나와야... 파업 들어가면 제동 없어"
"파업 시한인 오는 25일까지 노사 간 합리적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물었다.
"오는 25일 저녁 12시까지 서울시와 사측의 상식에 입각한 합리적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파업은 기정사실이다. 물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극적 타결은 없을 것 같다. 파업은 기정사실이고, 파업에 들어가면 제동 없는 파업이 이어질 것이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심정으로 총파업 투쟁을 이끌 것이다."
한편 서울시버스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 위원장 서종수)은 지난 18일과 19일 산하조직 10개 지역 207개 사업장 조합원 파업찬반 투표에서 3만 9189명의 조합원들이 투표해 참여해 찬성 3만 7744명(96.3%)으로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이다.
지역별로 서울 98.1%, 부산 96.7%, 대구 97.5%, 광주 78%, 경기 96.2%, 전북 94.1%, 전남 93.9%, 경남 93.1% 충북 85.9%. 창원 97.3%의 찬성률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