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 : "저희 같은 사람 많아지면 나라가 망하겠구나, 하고 생각해요."
하윤 : "집 안 사지, 차 안 사지, 사치품 안 사지. 경제가 망하죠."
'나라를 망하게 할지도 모른다'며 착하게 나라 걱정을 하는 이 둘을 나는 세상에 자랑하고 싶다. 두 사람은 책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의 저자이자 북바인딩 공작소 '안녕 늘보씨'의 운영자, 류하윤(28), 최현우(29)씨다.
행복할 수밖에 없도록 사는 삶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그럴듯한 사치품도 있어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인데, 나는 왜 정반대의 사람들을 자랑하고 싶은 걸까? 두 사람은 '부러움의 규칙'과 다르게 반칙처럼 사는데도 행복해 보인다. 기분 탓이 아니다. 사실 이들의 행복은 반칙이 아니라 결과다. 행복할 수밖에 없도록 산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하루 4시간만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일이 삶을 넘어서는 순간 나는 지쳐버렸다. 일 밖에도 삶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있다. 산책하고,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운동을 하고, 여행하는 시간을 놓치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내 삶은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너무 열심히 하지 않는다.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일하지 않고, 나를 힘들게 만드는 일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한다. 얼핏 게으르고 나약해 보이지만, 이 노력 덕분에 7년째 여전히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이 일(*북바인딩)을 하고 있다.
-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중 하윤의 글, 류하윤, 최현우 지음
그들은 행복해 보이는 삶 말고,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 산책과 식사, 대화와 운동, 여행을 지키기 위해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적게 일했고, 적게 일하니까 자연히 적게 벌었다. 적게 버는 만큼 소비의 규모는 줄었다.
책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에는 두 연인이 단순한 삶에 이르기까지의 고민과 실수 그리고 과정이 담겨 있다. 읽을수록 궁금했다. 우리도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지를 잔뜩 들고 류하윤, 최현우 작가를 찾아가 인터뷰를 부탁했다.
류하윤 작가는 질문지를 받고 '기자님의 질문지에 돈 얘기가 가득하다. 돈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배시시 웃으며 놀렸다. 류하윤 작가의 놀림은 정확했다. 나는 돈 이야기가 제일 궁금했다. 얼마를 벌고, 얼마를 아끼면 되는지 충분히 셈하고 난 후에 단순한 삶의 가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비워냈는지 물었다. 그 물음과 답을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다.
[생계]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지 않도록
- 남긴 것: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만큼 하기
- 비운 것: 더 많은 노동과 더 많은 수입
젊고 건강할 때 밥벌이를 멈추지 말고 돈을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는 젊음에서 늙음으로 향하는 생애주기가 있으니, 밥벌이에도 때가 있는지 모른다. 싫어하는 일도 조금은 참게 되는 이유다. 젊을 때 모은 돈으로 할머니가 되서 커피 한 잔에 책 한 권은 읽고 싶지 않나.
류하윤, 최현우 작가는 일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을까? 아니면 혹시 적게 일해도 적게 소비한 덕분에 미래에 대한 준비를 만족스럽게 해놓은 걸까?
하윤 : "돈에 초연해서 일을 덜 하는 것은 아니에요. 돈 좀 많았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 있어요. 하지만 돈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저는 제 시간과 에너지의 한계를 알고 있어요. 돈을 꾸준히 벌려면 하루 네 시간만 일해야 해요. 궤변 같죠? 하지만 이건 좋아하는 일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에요.
일을 너무 많이 하면 북바인딩 일이 싫어져요. 일이 싫어져 버리면? 일을 할 수가 없으니까 돈을 못 벌겠죠. 그러니까 북바인딩으로 돈을 벌려면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게, 오히려 저한테는 더 유익한 거예요. 굉장히 논리적으로 판단해서 열심히 안 하는 거예요.(웃음)"
현우 : "2019년 11월부터 쓰기 시작한 가계부를 살펴봤어요. 평균적으로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저축하고 있더라구요. 만약 200만 원보다 더 적게 저축했다면? 아니면 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떤 상황이든 겪어보지 않아 확답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아마 더 열심히 일해서 조금 더 저축해야겠다 결심했을 것 같아요. 지금 저희 상황에서는 월 200만 원 저축이 부족하지 않아요. 그게 지금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저축하지 않은 이유예요."
[소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기 위한 가계부
- 남긴 것: 나를 기쁘게 하는 소비
- 비운 것: 절제와 반성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삶이 행복할까, 아니면 적게 일하는 삶이 행복할까? 사람마다 성향과 처한 상황이 다르니 결론도 다를 것이다. 류하윤, 최현우 작가는 '적게 일하는' 행복을 택했다. 대신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삶을 양보했다. 돈을 펑펑 쓰지 않는 덕분에 함께 하루 4시간을 일하고, 매달 꼬박 200만 원을 저축한다. 빚도 없다.
소비를 절제하느라 궁핍하거나 고통스럽지는 않을까? 고통스럽기는커녕 최현우 작가는 '소비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절약하기 위해 참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비를 잘 참는 비결이 궁금했는데 예상밖이었다.
그들은 참지 않았다. 스무 벌 남짓의 옷으로 사계절을 나는데, 이런 간소한 삶이 절약의 결과가 아닌 소비에 집중했기 때문이란다! 어떻게 소비를 참지 않고도 삶의 유지비가 줄었을까?
현우 : "만족에는 끝이 없죠. 저희도 그래요. 좋은 걸 알죠. 다만 지금 가진 것이 만족스러우면 더 좋은 것을 추구하지 않을 뿐이에요. 더 좋은 것을 사면 더 편리해지겠지만, 비용은 더 커질 수 있어요. 그걸 누리기 위해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일해야 하는 건 사실이에요. 이걸 감당하면서까지 더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할까? 그건 아니라는 거죠. 만족을 모르는게 아니에요. 그냥 멈추는 거예요. 한 단계 더 나은 소비를 천천히 맛보는 거죠."
하윤 : "돈을 아끼기 위해 미니멀라이프를 한 건 아니에요. 미니멀라이프를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 다르죠. 지금 저희의 성향과 상황에서는 작은 삶이 편해요. 만약 아이가 생겨서 복잡해진다면, 그대로 복잡해질 거예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단순한 시간을 살아가다보니, 집도 작고, 차도 안 샀어요. 얼마만큼 돈을 절약할 것인지가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집중했어요.
만약 돈이 좋다면, 돈을 많이 벌어서 많이 모아 보는 것도 추천해요. 그렇게 돈이 많이 모아져서 너무 재미있으면 계속 모으는 거고, 너무 힘들면 멈추고요.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적정선을 찾게 돼요. 자신에게 적정선을 찾는 게 자기를 사랑하는 삶인 것 같아요.
저는 더 좋은 것을 원하는 마음이 적어요. 저도 궁금했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남이랑 비교하는 마음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작은 집에 산다 해서 가난하다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보풀이 인 옷을 입어도 초라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니 더 좋은 차, 더 좋은 옷에 대한 욕망이 플러스가 안 되더라구요."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을 기쁘게 하는 소비의 적정선이 얼마만큼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답은 가계부에 있다. 단, 반성하기 위한 가계부가 아니다. 나를 존중하기 위한 가계부다.
반성하지 않는다. 돈을 썼을 당시에 무언가를 사고 싶어 했던 우리의 마음을 부정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저 '이걸 사고 싶었구나' 하며 그때의 마음을 존중해준다.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얼마나 만족스럽게 썼는지'를 살펴보는 용도로 가계부를 쓰다 보니, 돈을 잘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중 현우의 글, 류하윤, 최현우 지음
나에게 다정한 삶
4년 전, 2018년 늦가을. 나는 그때도 류하윤, 최현우 작가를 인터뷰 했었다. 그때도 똑같이 물었다. 불안하지 않으세요? 두 사람은 꾸밈없이 씨익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망한다 해도 제 삶은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관련기사 :
"망한다 해도 제 삶은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http://omn.kr/1drry).
집 안 사고, 차 안 사고, 사치품을 안 사서 나라를 망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은 4년이 흐르는 지금까지 행복하게 산다. 우리는 작고 단순한 삶을 '궁핍'과 '억척'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은 나에게 다정한 삶의 한 방법이었다. 그들의 책과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 배웠다.
나에게 다정한 삶을 찾아 나서려면 내가 견디기 힘든 환경에서 벗어나는 시도도 한 방법이다. 어쩌면 많이 소비 하기 위해 오래 일하고,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거친 환경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의 불행으로 지탱되는 나라의 경제란 과연 건강한 걸까. 이리저리 재어 보았다. 나는 두 사람과 덩달아 나라의 근심이 되고 싶다.
* 류하윤, 최현우 작가의 유튜브 채널, '단순한 진심'에 이번 기사의 인터뷰 영상이 있습니다.
1부. 미니멀 라이프 Q&A. 보험, 불안, 재테크, 신념과 고집 https://www.youtube.com/watch?v=ogi439JUH7Y
2부. 미니멀 라이프 Q&A. 불로소득, 만족과 절약, 앞으로의 계획
https://www.youtube.com/watch?v=3Ki66dY9M3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