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무슨 날만 되면 야단법석인 세상인심에 6.1지방선거까지 겹치면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반짝하고 높아졌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습관적으로 내미는 명함을 보면 여전히 세상은 장애인들에게 무관심하다.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장애인과 정치인의 명함, 하지만 관계가 있다. 바로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점자 명함이다. 애석하게도 요 며칠 사이 예비후보들에게 받은 30여 장의 명함 중 점자 명함은 한 장에 지나지 않았다.
'명함을 받는 유권자 중에 시작장애인이 몇 명이나 있겠어?'하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 있다면 장애인 관련 정책은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낫다. 장애인 정책을 효율의 잣대로만 따지면 장애인 엘리베이터, 점자 보도블록, 청각장애인용 화상전화기 등 거의 모든 것이 낭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인터뷰에 응한 몇 명의 의원은 '아차'하는 반응을 보였다. 선거일정에 쫓기다 보니 미처 점자명함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은 빠듯한 자금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비용 문제 때문에 일반 명함을 제작했다고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정치인들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촌각도 아까운 선거판을 누비다 보면 깜빡할 수도 있고, 수없이 많은 명함을 뿌려야 하는 선거 특성상 일반 명함보다 2~4배 비싼 점자명함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평상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정치인들이다.
시각장애인협회 A씨는 "많은 분들이 일상에서 장애인을 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2021년도 등록 장애인은 264만 5천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5.1%에 달한다"면서 "점자명함의 경우도 처음에는 인기가 좋았지만 차츰 사라지고 있다. 장애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다가오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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