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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 12월 8일 감옥에서 석방된 함세웅 신부
1979년 12월 8일 감옥에서 석방된 함세웅 신부 ⓒ 함세웅
 
함세웅은 광주교도소에 이어 공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1977년 12월 25일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성탄절 새벽에 풀려났지만 막상 갈 곳이 없었다. 응암동성당 소속인데 감옥 나오기 일주일 전에 대기발령을 낸 것이다.

천주교 지도부는 함세웅과 일부 성직자들의 3.1민주구국선언 참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었다. 그래서인지 옥고를 치르고 나오는 그를 소속 성당에서 대기발령시키는 등 냉대하였다. 당시의 풍속도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감옥살이를 하고 석방이 되면 소속 단체에서는 출감 환영회를 열어 그간의 옥고에 대해 위로하고 격려했다. 

천주교는 이런 동지의식도 보이지 않았고 대신 갈릴리교회에서 이 사건 관계자들을 모두 초청하여 환영예배를 가졌다. 함세웅도 초청되고 답례사에서 "목사님들과 같이 감옥 간 게 너무 기뻤다. 교회 일치운동의 계기가 된 게 너무너무 좋았다. 우리가 민주화운동, 인권운동을 했지만 이제 교회일치운동과 같은 것이다. 이것이 에큐메니즘이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천주교에서는 두 달 뒤에 출감 환영미사가 있었다.

함세웅은 투옥되기 전인 1976년 1월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총회에서 인권위원장에 선임되었다. 그의 부재 중에도 정평위는 꾸준히 활동하였다. 해가 바뀌어 1978년이 되었다. 

2월 16일 서울교구 사제단 주관으로 명동성당에서 오후 6시, 함세웅 신부의 출감을 축하하는 '인권회복을 위한 특별미사'가 열렸다 경갑룡 주교를 비롯 교구내의 150여 명 사제와 3.1사건에 관련,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민주인사와 구속자 가족, 신자 등 3천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도회에서 경갑룡 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보다 참되고 정의롭고 일치된 사회건설의 역군이 되기 위해 우리 자신도 함 신부처럼 굳은 믿음과 뜨거운 사랑과 꺾일줄 모르는 용기를 갖자"고 강조했다. 

함세웅은 신앙적 태도와 소망을 밝힌 〈감옥은 정의를 침묵시키지 못한다〉는 제목의 '강론'을 하였다. 장문의 '강론'은 △이 미사의 참된 의미는 △청년 학생의 용기는 미래의 희망이다 △감옥에서 만난 뜨거운 형제애 △감옥은 또 하나의 교회다 △누가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질 것인가 △우리 가운데 유다는 없는지? △인권은 스스로 찾아가져야 하는 것 △참다운 신앙은 수난에 대한 정열이다는 소제목을 붙인 내용을 담았다. 감옥에서 성찰하고 지켜보고 다짐한 주제였다.

<우리 가운데 유다는 없는지?>를 소개한다. 

우리 가운데 유다는 없는지?

사회정의의 외침과 교회 쇄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1974년 우리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으로 출범할 때부터 우리는 우리 교회 내부의 쇄신을 병행했어야 했다고 감옥 속에서 저는 깊이깊이 반성했습니다. 우리의 교회가 썩어 있고 고여 있는 물일 때 우리는 안으로 곪아 있는 것입니다. 교회의 내적 쇄신과 일치는 사회정의구현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바로 하나입니다. 종교의 순수성이라는 것을 빙자하여 현실과 민중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이미 교회가 아닙니다.

교회는 폐쇄된 건물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사는 현실, 비참과 가난, 이것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폭넓은 광장이며 또한 바로 역사의 세계, 역사의 현장, 그 자체인 것입니다. 우리 교회 안에, 우리 자신 가운데 은전 몇 닢으로 예수를 넘겨 준 유다는 없는지 우리 서로 깊이 반성합시다. 자기의 약점을 가리기 위하여 양심과 교회와 하느님을 팔고 있는 무리가 없는지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봅시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철저한 내적 쇄신운동입니다.

저는 이 나라의 한 국민으로서 조국과 민족을 사랑합니다. 저는 또한 그리스도의 말씀, 즉 복음의 정신에 따라 자기 나라, 부모, 형제자매, 친척,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이역만리 낯선 이 땅에 와서 헌신하고 있는 모든 선교사들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선교사들, 이들이야말로 바로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하느님을 위하여 몸바친 순교자들의 후예가 아닙니까. 

이분들을 구국이라는 미명 아래 욕하고 추방운동을 벌인다는 것은 곧 하느님과 교회를 욕되게 하는 것이며 우리가 공경하는 순교복자들에게 불경을 드리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저는 이 땅에서 복음선포에 헌신하는 모든 선교사들에게 깊은 사랑과 존경을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조국이나 민족이라는 테두리를 넘어서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임을 신앙으로 고백하며 실천하는 진정한 크리스찬이어야 합니다. (주석 1)


주석
1> <암흑속의 횃불(3)>, 66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함세웅#함세웅신부#정의의구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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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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