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현금 걸고 포커 치면 도박입니까, 게임입니까?"
"넓게 보면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2일 오전 열린 외교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박진 후보자와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원의 문답이다. '예비야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예고됐던 대로 후보자 장남의 도박사이트 취업 사실을 강하게 추궁했다.
김 의원은 박 후보자의 답변이 "너무 억지"라며 "(그 회사는) 매출액이 수백억이고 세계 3대 온라인 도박회사로 알려져있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국내에서는 불법이라서 캐나다에 본사 서버를 둔 거 아니냐, 해외 조세회피 의혹도 있다"며 "(회사 설립의 핵심인물임을) 지금이라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수사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기세를 올렸다.
같은 당 김영호 의원은 "아들이 설립자로 등재된 사실은 단순 실수이고 전산시스템 관리 직원일 뿐이며 도박사이트 운영과는 관련 없다고 하지만 제출자료를 보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가족과 관련한 내용이 제기되고 논란이 된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면서도 "해당 회사는 게임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합법적 기업이며 아들은 임원이 아닌 단순 전산직원"이라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윤건영 의원은 박 후보자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과 취업과정에서의 '아빠찬스'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의 아들은 같은해 카이스트 입학생 600명 가운데 11명에 해당하는 외국인학교 졸업생 우대전형으로 영어 점수만으로 들어갔고, 외국 고교를 나온 딸 역시 영어 성적만으로 연세대에 입학했다며 "수능을 치러야 하는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 특혜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외국에서 학교들 다니던 아들이 외환위기로 서울로 전학을 하려했는데 '마침' 해당 전형이 있어서 신청한 것이고, 딸 역시 미국에서 고교를 나오고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려고 했는데 '마침' 연세대에서 언더우드 전형이 생겨서 지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또한 "아들은 SC제일은행에 입사할 때도 정식 과정이 아닌 유학 스펙을 우대하는 특별 채용으로 입사했고 딸 역시 한미경제연구소에 입사하는 과정에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자녀 모두 대학부터 취업까지 아빠찬스 끝판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진석 의원(국민의힘)은 박 후보자가 지난 2008년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바이든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고 "바이든이 와서 가장 반갑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박진 아니겠냐"고 치켜세웠다.
'전술핵 공유'-'사드 추가배치' 등 주요 안보현안 한발 물러서
박 후보자는 지난 대선 기간중 윤 당선인이 공언해 논란을 빚었던 전술핵 공유나 사드 추가배치 같은 민감한 안보현안에 대해선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였다.
박 후보자는 미국과의 전술핵 공유가 인수위 차원에서 어젠더(의제)가 되고 있냐는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의 질의에는 "전술핵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한미간 북핵 확장 억제를 위한 전략 협의체를 재가동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잘라말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해 9월 22일 '외교안보 11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를 요구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사드 추가배치'를 공약했지만 정작 미군 사령관은 불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주민 갈등이 여전하고 한한령으로 소상공인과 연예인들이 큰 피해를 받고 있는데 공약에 찬성하냐"고 다그쳤다.
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위협에 수도권 방위를 보강하기 위해서 나온 공약으로 알고 있다"며 "안보로 인해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최선의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박 후보자가 '한미동맹을 재건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재건은 무너졌을 때 쓰는 말인데, 한미동맹은 문 정부에서 어느 정부보다 강화됐다"며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은 역대 최고 수준의 합의였다"고 질타했다.
박 후보자는 문재인 정권의 안보전략인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대체하는 새 정부의 전략은 '자유평화번영을 위한 글로벌 중추국가'라며 "대한민국이야말로 얼마나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지 보여주고, 번영은 경제안보시대에 우리 갖고 있는 기술을 살려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냐"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는 "스스로 할 의지는 없다고 본다"고 단언하고 "도발을 못하도록 우선 막는 게 중요하므로 핵확장 억제력을 강화한 뒤 대화와 설득으로 비핵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