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고,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었다. '코로나19의 끝'을 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가 한국을 전 세계에서 최초로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행할 수 있는 국가로 지목하기도 하면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더 부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백신이 없던 코로나19 초기 '록 다운'(전면 통제) 없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경험이 있으며 수준 높은 보건·의료 시스템, OECD 2위의 백신 접종 완료율 등 코로나19 관리에 있어서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엔데믹'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이나 미국, 남아프리카 등에서 오미크론 하위 변이 때문에 재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등, 여전히 유행 규모와 시기 등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이 2일 기자단에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엔데믹 조건이 충족되는 상황이 와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만큼, 당분간은 실내 마스크는 벗기 어려워 보인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옥스퍼드대가 만든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오미크론(BA.1) 대유행'이 지나간 이후에도 감염자 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지난 4월 27일 신규 확진자 27만 1765명을 기록하는 등, 오미크론 정점이 한참 전에 지났음에도 여전히 유행세가 지속되는 모양새다. 미국에서는 전파력이 오미크론보다 1.3~1.5배 높다고 알려진 스탤스 오미크론(BA.2)의 변이인 'BA.2.12.1'이 뉴욕 등지에서 유행하고 있다. BA.2.12.1은 스탤스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1.2배 가량 더 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의 4월 1일 기준 주간 확진자는 20만1432명이었으나, 5월 1일 기준 주간 확진자는 38만 1004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 4월 1일 주간 확진자는 8187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5월 1일 기준 주간 확진자는 3만 2852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면역을 회피해서 백신과 자연감염의 효과를 무력화시킨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고 있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4와 BA.5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보건 전문가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엔데믹은 유행의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특정 계절에 유행해야 하고, 그 유행의 규모가 사회와 의료시스템이 감당 가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19는 여전히 유행의 규모나 시기를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태다. 새로운 유행이 여름 혹은 가을에 올 것이라는 예상은 있지만, 이 역시 명확하지는 않다.
또한 독감(인플루엔자)처럼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상용화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중증으로의 전환을 막아주는 약을 독감에 쓰는 '타미플루'처럼 시중에서 편하게 구할 수 있어야 되는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등은 보편적으로 공급되어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아가 지난 2년 간 우리가 줄곧 봐왔던 것처럼 외국에서 새로운 변이가 출현해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는데 한국만 '엔데믹'으로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엔데믹 쉽게 오진 않지만... "의료체계 정비해야"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코로나대응특위 위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은 특별한 '기준'이 없다. 그 상태가 영원히 지속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라며 "원칙적으로 치명률·중증률 관리를 하면서, 또 요양시설 등 특정한 시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시각을 '함께 살아가는 방향'으로 가져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워낙 독특한 상황이지 않나"라며 '엔데믹'이 오는 시기 역시 규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실내 마스크의 경우 이른 시간 내에 벗지는 못하지만, 의무화가 풀리더라도 '요양시설'등 위험 시설은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외국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폐지했다고 해서 '엔데믹'으로 가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대중교통에선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곳이 많고, 내부적으로 규약을 정해서 회사에서 마스크를 쓰게 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엔데믹을 앞당기기 위해선 세 가지 노력을 해야한다"라며 "의료체계를 정비해서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아닌 '일반적인 의료체계' 내에서도 코로나19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아프면 쉬어야 한다'라는 원칙이 자리잡으면서 취약계층의 코로나19 보호와 치료도 고민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요양시설과 정신의료기관 등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을 어떻게 안전하게 바꿀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