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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출을 위해 마취 중인 사육곰
구출을 위해 마취 중인 사육곰 ⓒ 녹색연합

2018년 겨울 가장 추웠던 12월 7일 동해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습니다. 웅담 채취용으로 길러지던 3마리 사육곰이 국내 최초로 구출되는 일이었습니다. 사육곰이 철창 밖을 나오기 위해서는 웅담을 위해 죽음을 맞은 후이지만, 이 세 마리 곰은 살아서 철창 밖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에 태어난 3마리 곰들에게 시민들은 반이, 달이, 곰이라는 이름도 지어주며 구출을 지켜보았습니다. 3600여 명의 시민모금으로 구출된 세 마리 중 반이와 달이는 청주동물원으로, 곰이는 전주동물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좁은 사육장 안에 갇혀 지내던 친구들을 구출 이후에 동물원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청주와 전주동물원의 동물사와 남다른 철학 덕분에 의문은 이해와 응원으로 바뀌었습니다.

관람객 우선이던 동물원을 동물을 위한 동물원으로 바꾸고,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노력들은 곰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전주동물원에서 보호 중인 반달가슴곰
전주동물원에서 보호 중인 반달가슴곰 ⓒ 녹색연합
 
콘크리트 바닥 대신 흙바닥을 밟고, 철창 대신 나무를 타고, 굴에 들어가 쉬고, 물웅덩이에서 더위를 식히는 세 친구들의 변화는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2019년 같은 농장에서 1마리의 곰이 더 구출되어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 친구는 들이라 불립니다.

오랜만에 만났을 반이와 달이, 들이는 함께 지내기 위한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합사에 성공했습니다. 반이와 달이, 곰이, 들이는 웅담 채취의 위협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히 보호받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지 이제 4년째. 반, 달, 곰, 들에게 찾아온 기적은 미국으로 떠난 곰들, 화천에서 보호받고 있는 곰들에게도 찾아왔습니다. 더 많은 기적이 사육곰들에게 선물되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곰들아 이제 꽃길만 걷자" 
 
 곰들에게 줄 호박간식에 메시지를 새기는 시민들
곰들에게 줄 호박간식에 메시지를 새기는 시민들 ⓒ 녹색연합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한 시민들이 청주동물원을 찾았습니다. 따뜻한 주말이었던 지난 4월 23일, 20명의 시민이 모여 곰들에게 줄 맛있고 멋진 간식을 만들었습니다. 속을 파낸 호박 속에 곰들이 좋아하는 과일과 건과류, 채소들을 넣고 겉에는 각자 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새겨넣었습니다. 곰의 얼굴을 멋지게 조각하기도 하고, 맛있게 먹으라는 메시지를 담기도 합니다. 
  
 시민들이 선물한 호박간식을 먹는 구출 사육곰
시민들이 선물한 호박간식을 먹는 구출 사육곰 ⓒ 녹색연합
 
사육사의 안내에 따라 비어있는 야외방사장에 들어가 곰들이 싸우지 않게 곳곳에 호박들을 잘 배치합니다. 이내 방사장 문이 열리고 내실에 있던 반, 달, 들이 나옵니다.

귀신같이 호박을 찾아내 하나씩 차지하는 모습에 지켜보던 시민들과 관람객들 모두 놀랐습니다. 세 친구들이 호박을 까드득 까드득 먹는 소리가 관람벽 너머로 들립니다. 간식을 전달한 시민들의 얼굴의 뿌듯함이 떠오릅니다. 시민들이 사육곰에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반이, 달이, 들이 앞으로도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지내길 바란다."
"곰 답게 살아가기."
"사육곰에게 자유를 주세요."
"곰들아 이제 꽃길만 걷자." 
"곰들아 행복해."
"곰 모두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길 기도합니다. 같이 노력할게요!"

 
 사육곰에게 자유를!
사육곰에게 자유를! ⓒ 녹색연합
 
이제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웅담 채취용 사육곰은 331마리(3월 기준)입니다. 지난 1월 환경부는 곰 사육 산업 종식 선언 협약식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사육곰의 잔인한 현실을 끝맺고 이들이 보호받기까지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민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곰들이 곰답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이 모여 더 많은 사육곰들이 자유를 맞이할 날을 기대합니다.
 
 철창 밖을 바라보는 사육곰
철창 밖을 바라보는 사육곰 ⓒ 녹색연합
 

#사육곰#청주동물원#전주동물원#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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