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그날부터 두 명의 인권활동가가 단식을 시작하여 4일 현재 단식농성 24일이 됩니다.
4월 26일, 인천공항에서 항공기 견인차량을 점검하던 3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로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업무량이 과도했고 그만큼 인원은 부족했습니다. 견인차량의 시동을 끈 작업자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에 쫓겨 진행해야 했던 두 가지의 동시 작업이 이유였습니다. 자회사의 인원 부족이 사람을 죽게 했습니다.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쓰면서 저임금으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 땅을 밟았지만 숨을 거둔 몸만 이 땅을 떠나기도 하고, 만신창이가 된 채 한국 땅을 떠나기도 합니다. 피부색, 언어, 종교,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 혐오의 이유일 수는 없고 차별의 이유일 수 없으며, 생명의 의미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비정규직들은 업체의 잦은 교체로 자신이 어떤 화학물질을 사용하며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몇 단계로 이어진 하청도급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에 원청은 책임지지 않으려 합니다.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어둡게 보이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내팽개쳐졌던 청년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비정규직의 노동을 차별하여 비정규직의 목숨을 앗아 기업은 부를 쌓아갑니다.
취업과 경험을 위한 학습노동이었던 현장실습이 생의 마지막 노동이 되기도 합니다. 어리다고 경험이 없다고 학생이라고 더 함부로 대하고, 차별합니다. 그러다 다치고 아프고 죽고 나면 실습학생노동자의 짧은 경험과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회사 측은 말합니다.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얼굴근육이 경직되도록 웃어야 하고, 발가락이 휘어질 정도로 서 있지만 언제나 교체 가능한 물건 취급되는 여성노동자들은 이중삼중의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받는 노동자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터로의 복귀'를 위해 연대를 통해 자본과 정부의 차별과 탄압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산재피해노동자들이 남긴 죽음의 무게와 살아남은 이들의 투쟁으로 산안법도 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일터에서 법과 제도가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은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버렸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는 직종과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마다 점수를 다르게 매겼던 것처럼 차별은 만연하고 배제는 목숨을 위태롭게 합니다. 차별과 배제는 정당한 근거가 있을 수 없고, 참을 수 있는 불편함을 넘어선 문제이지만 법이 그것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일터에서는 일하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쪼개어 차별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장애노동자, 현장실습생,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투쟁하는 노동자, 성소수자노동자, 작은사업장 노동자... 일하는 모든 이들의 안전과 건강, 생명을 위해 지금 당장!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일하다 다치고 아프지 않고, 죽지 않는 일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