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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어느 날 마당의 그늘막 귀퉁이에 비둘기 한 쌍이 찾아왔다. 애도하는 듯 구슬픈 울음소리를 낸다고 해서 미국에서는 '애도 비둘기'(Mourning Dove)라는 이름을 가진 비둘기들이다.   

수컷이 마른 나뭇가지를 물어오면 암컷은 둥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루에 2~3시간 정도 쉴 틈 없이 나뭇가지를 물어오고 둥그렇게 나뭇가지를 엮는 일이 며칠 동안 계속되더니 어느 날 제법 근사한 둥지가 완성이 되었다. 집 짓는 법을 배운 적도 없을 텐데 참 잘 만든다. 사람도 자기 집은 자기가 지을 수 있어야 할까?  

진정한 부부 양육
 
수컷이 나뭇가지를 물어오면 암컷은 알을 낳을 둥지를 만든다.
▲ 둥지를 만드는 비둘기 부부 수컷이 나뭇가지를 물어오면 암컷은 알을 낳을 둥지를 만든다.
ⓒ 김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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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은 둥지에 자리를 잡더니 하루 사이로 2개의 알을 낳았다. 난생처음 보는 비둘기 알. 보는 것 자체로도 신기한 일이었다. 알을 낳은 후 암컷은 하루 종일 둥지를 떠나지 않고 알을 품기 시작했다.

먹지도 않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오로지 알만 품고 있었다. 오후 4~5시가 되면 수컷이 그 자리를 대신해 알을 품기 시작한다. 그렇게 비둘기 부부는 약 2주 동안 교대로 알을 품기 시작했다. 
 
비둘기는 2개의 알을 낳고 약 2주동안 알을 품는다.
▲ 비둘기가 낳은 알 (왼쪽), 알을 품는 비둘기 (오른쪽)  비둘기는 2개의 알을 낳고 약 2주동안 알을 품는다.
ⓒ 김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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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나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날에도 눈만 깜박이며 알을 품는다. 이틀 동안은 비가 많이 내렸다. 비를 맞으면서도 비둘기 부부의 알 품기는 계속된다.

8시간 이상을 꼼짝하지 않고 알을 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진득함에 저절로 존경심이 피어난다. 야생 비둘기의 평균 수명은 약 2년 정도라는데… 2주 동안 꼼짝 않고 둥지에 앉아 있는 동안은 비둘기에게는 얼마나 긴 시간일까?

약 2주가 지난 후 암컷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가끔 둥지 아래를 내려다보며 뭄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새끼가 태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어미의 모유 수유(?)가 시작되었다.  

비둘기는 먹이를 먹은 후 반쯤 소화시킨 액체를 다시 토해내서 입 안쪽의 작은 주머니에 보관했다가 새끼에게 먹인다고 한다. 피죤 밀크라고 부르는 비둘기 젖은 신기하게도 암컷과 수컷 모두에게서 나온다. 진정한 부부 양육인 것이다.

새끼 새는 작은 부리를 어미의 부리 속에 집어넣고 어미가 토해 내는 피죤 밀크를 먹으며 성장하게 된다. 비둘기 부모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은 그 자체로도 가슴이 뭉클하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까마귀 공격에 새끼 하나를 잃었지만
 
비둘기들은 반쯤 소화된 먹이인 피죤 밀크를 새끼에게 약 10일 정도 먹이게 된다.
▲ 피죤 밀크를 먹이는 어미 비둘기  비둘기들은 반쯤 소화된 먹이인 피죤 밀크를 새끼에게 약 10일 정도 먹이게 된다.
ⓒ 김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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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일찍 마당에서 시끄럽게 울어 대는 까마귀 소리에 놀라 나가보니 비둘기 새끼 한 마리가 마당 한 구석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슴에 날카로운 부리 자국이 있는 걸로 보아 까마귀의 습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허망하게 새끼 한 마리를 잃어버린 어미 비둘기는 아무런 동요 없이 남은 한 마리의 새끼를 키우는 데 전력을 다한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지나며 새끼는 빠르게 성장했다. 

어느 날 날개를 펴며 기지개를 켜더니 오후가 되면서 둥지를 빠져나와 걷기 시작했다. 새끼가 제법 비둘기의 모습을 갖춰 가기 시작하자 비둘기 부모는 부쩍 둥지를 비우고 새끼를 혼자 두기 시작한다. 서서히 독립을 준비시키는가 보다.  
 
새끼가 성장하기 시작하면 어미는 둥지를 자주 비우며 새끼의 자립심을 키워준다.
▲ 홀로 둥지에 앉아있는 새끼 비둘기 새끼가 성장하기 시작하면 어미는 둥지를 자주 비우며 새끼의 자립심을 키워준다.
ⓒ 김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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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끼가 태어난 지 2주 정도 지나자 새끼 새도 둥지를 빠져나와 마당에 내려와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옆에서 지켜보던 어미 비둘기는 어느 순간 미련 없이 새끼를 혼자 두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새끼 비둘기도 잠시 마당을 걷기 시작하더니 한순간 날갯짓을 하며 집을 떠났다. 이별의 아쉬움도 작별의 껴안음도 없이 참 담백하게 떠나간다. 그리고 새끼는 언젠가 어른 비둘기가 되어 또 둥지를 지으러 찾아올 것이다.   
 
태어난 지 2주 정도가 되면 새끼 비둘기는 어미 곁을 떠나 독립하게 된다.
▲ 독립하는 새끼 새 (왼쪽)와 지켜보는 어미새(오른쪽)  태어난 지 2주 정도가 되면 새끼 비둘기는 어미 곁을 떠나 독립하게 된다.
ⓒ 김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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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의 탄생부터 독립을 지켜본 한 달간, 매일매일 둥지를 쳐다보았다. 어미 비둘기의 헌신적인 알 품기에 자식을 키우며 고생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라 연민을 느끼기도 했고, 새끼가 오물거리는 모습에서 내 자식이 재롱부리는 모습을 떠올리며 신기하기도 했다.

제법 자란 새끼 비둘기가 또렷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고 있을 때는 마치 내 자식이 큰 것처럼 대견해 보였다. 그리고 어미 새가 새끼를 독립시키는 모습에서는 홀로 세상을 맞서 살아가야 할 새끼 새의 험난한 여정이 떠올라 눈물짓기도 했다. 역시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디딘 내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서일 거다. 그렇게… 우리가 모르는 동안에도 자연의 생명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태그:#비둘기, #생명, #둥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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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있는 산부터 이름없는 들판까지 온갖 나무며 풀이며 새들이며 동물들까지...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것들을 깨닫게 합니다 사진을 찍다가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 슬며시 웃음이 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는 순간 등, 항상 보이는 자연이지만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함께 느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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