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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여성의 공공장소 '부르카(burka)' 착용을 명령했다.

AP, BBC 등 외신은 아프간 권선징악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각) 이슬람 율법에 따라 매우 연로하거나 어리지 않은 여성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려야 한다는 탈레반 최고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의 포고령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여성이 가까운 친척이 아닌 남성을 만날 때 자극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프간 여성이 존엄과 안전을 지키며 살아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여성이 집 밖에서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면 여성의 아버지나 가까운 남성 친척이 투옥되거나 정부에서 해고될 것"이라며 "여성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집에 있는 것이 낫다"라고도 했다.

부르카는 눈 부위만 앞을 볼 수 있도록 망사로 돼 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 의상을 말한다.

여성 인권 보장한다더니... 말 바꾸는 탈레반 

지난해 8월 친미 정권을 몰아내고 20년 만에 아프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은 강력한 이슬람 율법을 내세워 공포 통치를 펼쳤던 1차 집권기(1996∼2001)와 달리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약속과 달리 지난 새 학기 첫날부터 무기한 연기했고, 놀이동산을 이용할 때도 남성과 여성이 분리되도록 서로 다른 요일을 지정해놨다.

또한 여성이 남성 보호자 없이 72km 이상 장거리 여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일상생활에 강하게 개입하고 있다. 탈레반이 여성의 복장과 관련해 전국적인 포고령을 발표한 것은 재집권 후 처음이다.

영국 BBC는 "아프간의 대부분 여성은 종교적 이유로 베일을 쓰고 있지만, 수도 카불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얼굴을 가리지 않는 여성도 많다"라고 전했다.

탈레반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기구와 일부 서방 국가들은 아프간에 대한 경제 지원을 하는 조건으로 여성의 인권 신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쉬르 무함마드 권선징악부 장관은 "어떤 압박에도 우리의 신념을 타협할 수는 없다"라며 "이슬람 율법과 이슬람 이데올로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탈레반의 여성 인권탄압에 전략적인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라며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더 압박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