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임기 5년을 마무리하면서 "위대한 국민과 함께 성공하는 대한민국 역사에 동행하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위대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1층 로비에서 한 퇴임 연설에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과분한 사랑과 지지로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며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년은 국민과 함께 격동하는 세계사의 한복판에서 연속되는 국가적 위기를 헤쳐온 시기였다. 힘들었지만 우리 국민들은 위기 앞에 하나가 되어주셨다"며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졌고, 더 큰 도약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국격도 높아졌다.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며, 선도국가가 되었다. 우리 참으로 위대하다"면서 "저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것이 더 없이 자랑스럽다. 저의 퇴임사는 위대한 국민께 바치는 헌사"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세계 민주주의에 희망돼... 나라다운 나라 향한 열망 멈추지 않을 것"
그러면서 5년 전 취임 당시를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졌을 때 우리 국민은 가장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그리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이라는 적법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며 "전 세계가 한국 국민들의 성숙함에 찬탄을 보냈다. 우리 국민은 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 민주주의에 희망이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서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된다"면서 "그러나 우리 정부가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덧붙여 "우리 국민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켜 냈다. 세계가 또다시 대한민국에 열광했다"고 되돌아봤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쟁위기를 새 시대에 대한 희망으로"
끝내 이루지 못한 아쉬움도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면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 만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우리의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 우리가 넘어야 할 벽"이라며 "평화는 우리에게 생존의 조건이고, 번영의 조건이다. 남북 간에 대화 재개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소망했다.
[일본 수출규제] "단합된 힘으로 극복... 문제해결의 성공방식을 알게 돼"
국민의 단합된 힘을 보여줬던 사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를 온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 낸 것도 결코 잊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소·부·장 자립의 기회로 삼았고,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의 침체 속에서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제조업이 가진 세계적인 경쟁력 덕분이었다"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우리가 문제해결의 성공방식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는 "정부 부처를 뛰어넘는 협업체계, 대·중소 기업과 연구자들의 협력, 정부의 적극적인 R&D투자와 규제를 허문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온 국민의 격려와 성원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면서 "그 성공의 방식은 뒷날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할 때도, 마스크 생산을 빠르게 늘릴 때도, 백신 접종용 특수 주사기의 효율을 높일 때도, 요소수 부족사태를 해결할 때도 똑같이 작동하였다"고 국민과 함께 이룬 성과를 강조했다.
[코로나 19] "국민도, 정부도, 대통령도 정말 고생...위기 겪다 보니 선도국가로"
문재인 정부 후반기 최대 해결 과제인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과 정부의 노력도 빼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가 마지막으로 받은 코로나19 대처상황보고서는 969보였다"면서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판명된 2020년 1월 20일부터, 휴일이나 해외 순방 중에도 빠지지 않고 매일 눈뜨면서 처음 읽었고, 상황이 엄중할 때는 하루에 몇 개씩 올라왔던 보고서가 969보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보고서) 그 속에는 정부와 방역진, 의료진의 노고와 헌신이 담겨있다. 오랜 기간 계속된 국민의 고통과 고단한 삶이 생생하게 담겨있다"며 "국민도, 정부도, 대통령도 정말 고생 많았다. 그러나, 저는 위기 때 더욱 강해지는 우리 국민의 높은 역량에 끊임없이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동안 있었던 많은 자랑스러운 일들이 대부분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다. 그야말로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의 저력이었다"면서 "전 세계가 함께 코로나 위기를 겪고 보니, 대한민국은 뜻밖에 세계에서 앞서가는 방역 모범국가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선진국의 방역과 의료 수준을 부러워했었는데, 막상 위기를 겪어보니 우리가 제일 잘하는 편이었다"며 "아직도 우리가 약하고 뒤떨어졌다고 생각해온 많은 국민들이 우리 자신을 재발견하며 자존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이룬 성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국은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고,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 달러로 크게 성장했다"면서 "한국의 한류 문화는 전 세계가 코로나로 고통받을 때 더욱 돋보였고, 세계인들에게 위로를 주었다"고 예를 들었다.
또 "우리 정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선언한 한국판 뉴딜은 한국을 디지털과 혁신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강국으로 각인시켰고, 그린 뉴딜과 탄소중립 선언은 기후위기 대응과 국제협력에서 한국을 선도국가로 만들었다"며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어느덧 민주주의, 경제, 수출, 디지털, 혁신, 방역, 보건의료, 문화, 군사력, 방산, 기후위기 대응, 외교와 국제협력 등 많은 분야에서 선도국가가 되어 있었다"고 성과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마침내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마주보게 되었다. 코로나 감염병 등급을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출 수 있게 되었다"며 "아직 위기는 끝나는 않았다. 새로운 위기가 닥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어떤 위기라도 이겨낼 것이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자신감과 기대감을 전했다.
[당부] "국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게 무엇보다 중요"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연설 마지막 부분에서 재차 위기를 극복하는 주역으로 '위대한 국민'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고 감사함을 전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당부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는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며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후 지난 7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 2차 세계대전 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부정 못 할 빛나는 대한민국의 업적이며 자부심"이라며 "우리 정부도 국민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선도국가로 도약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격과 자부심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게 되어 매우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했다"면서 "그 주역은 단연 우리 국민이다"고 강조헀다. 그리고는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부러움을 받는, 그야말로 '위대한 국민의 나라'이다"라며 "우리 모두 위대한 국민으로서 높아진 우리의 국격에 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서 "저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 성공하는 대한민국 역사에 동행하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위대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고 국민에 대한 감사함을 마음을 밝혔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며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면서 퇴임 연설을 마무리했다.
한편 퇴임 연설로 오전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오후 일정으로 청와대에서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을 접견하는 등 외교 일정을 소화한다. 일정 사이에 청와대 참모들과 마지막 내부회의도 진행할 예정이며, 이후 오후 6시 청와대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청와대를 걸어나와 마지막 퇴근길로 5년 임기의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