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취임 후 수석비서관회의부터 전임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했다. 회의 방식과 내용 모두 '프리스타일', 즉 자유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0분 용산 대통령집무실 청사 5층 대회의실에서 주재한 첫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이 테이블도 조금 어색한데, 저하고 같이하는 회의는 프리스타일로, 오늘 하루만 이렇게 풀단에서 찍는 것으로 하고, 편하게 하자"면서 말을 꺼냈다.
"회의가 법정 개정도 아니고... 요식절차는 오늘까지만"
이어 "각자 복장도 자유롭게 하고, 하고 싶은 얘기 좀 하고, 그리고 나도 회의를 하면서 논의할 현안을 몇 개 들고 오겠지만 또 시의적절한 현안이 있다고 하면 주제도 던지고 해 가지고.."라며 "오늘은 (언론에서 영상·사진을) 찍는다니까 (참석자 일동 웃음) 다음부터는 이런 것 없다, 이제"라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것(수석보좌관회의)은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이 참모들과 회의하는데, 이것을 무슨 요식 절차에 따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어색하단 말"이라며 "여기 딱 보니까 써 준 것에는 '첫 번째 수석비서관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무슨 법정 개정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다. 이에 참석자들 모두 웃음으로 답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청와대 여민관에서 해외순방 등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거의 매주 수석 비서관·보좌관회의(아래 수보회의)를 진행했다. 지난 4월 25일 '229회 수석보좌관 회의'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문 정부의 수보회의는 수석비서관과 보좌관 등 청와대 참모진을 대상으로 열렸으며, 장관급 국무위원들을 대상으로 법률안 등을 공식 심의·의결하는 국무회의와 조금 다른 성격의 회의였다. 수보회의에서 주요 정책에 대한 국정 방향성이 사전에 결정되었고, 회의 시작 전 모두발언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한 후 사후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 알렸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문 정부의 수보회의에 대해 "요식 절차"이자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 것. 그런 후 준비된 메시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참석한 참모들을 향해 "공식적인 첫 번째, 소위 말하면 대수비라고 그러죠, 지금 하여튼 오늘 새 정부 시작하자마자 오늘도 외교사절들 접견이 쭉 있는데, 제가 그 전에 아침에 여러분 잠깐 보자고 한 것은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며 "제일 문제가 물가이고,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는 것이 정권이 교체한다고 해서 잠시 쉬어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 국민들은 늘 허리가 휘는 이런 민생고에 늘 허덕거리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하여튼 이 경제에 관한 각종 지표들을 면밀하게 챙겨서 물가 상승의 원인과 원인에 따른 억제 대책을 고민을 계속 해야 될 것 같다"고 주문했다.
또 "지금 뭐 안 그래도 국제 원자재가가 요동치고 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특히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밀 가격이 지금 폭등해 가지고 우리 식생활에도 지금 영향을 주고 있고, 에너지 가격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다 올라서 지금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산업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막 들어오고 있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다함께 여기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시했다.
특히 대통령 참모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방향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참모라고 하는 것은 정무수석, 경제수석, 사회수석, 안보수석 해서 업무가 법적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함께 고민하는 것이지, 그러니까 다 같은 관점에서 자기 분야를 들여다보고, 여러분끼리도 서로"라고 말했다.
이어서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것에 대해 "제가 여기로 이사 온 이유가, 일을 구둣발 바닥이 닳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 출근해) 이 방 저 방 다니고, 여기 6층, 7층에 가보니까 그래도 한 층에 쭉 사무실이 연결되어 있다. 비서관들이나 행정관들도, 또 우리 수석비서관들도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다른 분야 업무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그야말로 정말 구두 밑창이 닳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래야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 가지고 자기 집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우리 방에도 격의없이 수시로 와 주시고..."라고 말했다.
현안에 대한 메시지도 전했다. 먼저 북한을 짚어 말하진 않았지만,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이 "지금 안보 상황도 만만치가 않지 않냐"고 말을 꺼내자 참석자 중에 "네,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외국에서도 걱정 많이 하고, 지금 핵실험 재개 얘기도 나오고,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보뿐만 아니라 또 국정의 다른 부분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세밀하게 다 모니터를 하고 준비를 해 주셔야 될 것 같다"고 지시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제가 대선 때도 약속을 드렸지만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직·간접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 지원이 안 되면 이분들이 이제 복지수급 대상자로 전락할 위험이 굉장히 높다"며 "그러면 그것 자체가 또 향후에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빨리 재정을 당겨서, 우리가 재정 건전성이 많이 취약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가능한 한 빨리 조기에 집행해 가지고 이분들이 회생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것은 정부 출범한 직후에 제가 하겠다고 약속드렸고,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있다"며 "나도 기재부(기획재정부)로부터 보고는 취임 전에 받았습니다만 하여튼 이게 국무회의를 통해 가지고 빨리 국회로 이 안이 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주시기를 부탁린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 '통합' 빠졌다? 정치 자체가 통합의 과정"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전날(10일) 취임사에서 통합이라는 키워드가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 길게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어제 제가 취임사에서 '자유', '성장' 이런 얘기하고 '통합' 얘기를 안 했다고 하는 분들이 많더라. 내가 아침 뉴스를 보니까"라며 "국민 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 국민 통합이다. 헌법이라고 하는 것이 소위 말해서 국민이 하나로 통합되기 위한 규범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는 "우리의 민주주의 정치 과정이라는 것 자체가 매일매일 국민 통합의 과정이다"라며 "그래서 좌파 우파가 없고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이 따로 없는 것이고, 국민이 다함께 잘살려고 하면, 내가 어제도 얘기했습니다만 우리가 기본 가치는 서로 공유하고 함께 가야 되는 것이 아니냐, 우리 헌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본 가치를 저는 자유에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예로 "우리의 복지, 교육, 약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 이런 것들이 다 자유 시민으로서의 연대를 강화해야 된다는 책무에 따른 것이라는 걸 인식을 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한다"면서 "이것이 자유의 양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우리가 복지와 공정한 분배라고 하는 것을 사람들은 자유와 충돌하고 자유의 양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자유가 양보되면 거기는 독재가 존재하는 것이거나 강력한 공권력에 의해서 가는 게 아니다"라며 "그야말로 자유인들의 연대의식, 자발적 참여, 세금을 내도 이것은 나의 책무라는 개념으로 내고, 또 여러 가지 봉사활동도 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고, 우리가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 생각에서 우리가 그런 어떤 공감대와 공동의 가치를 가지고 갈 때 진정한 국민 통합,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지 않느냐. 우리 정치라는 것 자체가 통합의 과정이기에 결국은 이 통합의 기준과 방향에 대해서 어제 내가 말씀을 드렸다"면서 "외교․안보나 경제, 사회, 이런 국내 문제를 주로 많이 다루는 비서관들도 하여튼 그런 국정의 방향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을 해 주시고, 특히 경제·사회 쪽도 민간의 자율성이라든가 이런 것을 관행적으로 습관적으로 이렇게 우리의 판단이 우선한다는 생각을 절대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것은 기본적으로 자유영역인데,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그야말로 필요악으로 정부와 국가가 이것은 개입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대해서는 국민적 동의가 있는 것이다 하는 기준을 가지고 들어가야지, 권한을 갖고 있다고 그래서 그냥 밀고 들어가면 그게 부작용이 아주 크다"고 우려섞인 의견을 밝혔다.
이때 최영범 홍보수석이 "지금 여기에 풀기자들이 들어와 있다"면서 "혹시 오늘 어렵게 마련하신 기회입니다만 죄송스럽지만 또 이런 기회가 많지도 않을 것 같아서, 마스크 벗고 와이셔츠 모습으로 한 장 찍어놓고 하자"고 요청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앞으로 카메라 찍을 일 없으니까, 너무 점잖게는 하지 말고. 하여튼 저는 그런 생각이다"라며 "오늘 첫 회의인데 민간의 자유를 정말 우리가 존중해야 된다"고 앞서 끝맺지 못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제가 어제 얘기한 자유라고 하는 것이 자유가 승자 독식이 되고, 또 힘있는 사람만이 자유를 만끽하는 그런 자유라는 것은 없다. 자유라고 하는 것은 나 혼자 못 지킨다"며 "힘이 센 사람들이 자유를 뺏으려고 달려들기 때문에 일반 우리 국민들이 서로 연대해서 내 자유를 지켜야 되기 때문에 그 자유를 우리가 또 같이 나눠야 되고 같이 지켜야 되는 것이고 그런 것이다"라고 모두발언을 마무리했다. 이후 기자들은 퇴장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