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광주광역시의 한 장애인이 코로나에 걸려 사망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중증장애인 A씨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했다. 그 사이 상태가 심각해진 A씨는 전남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급히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확진부터 사망까지 걸린 기간은 6일이었다.
화성동탄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필자(화성동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는 코로나 팬데믹 후 장애인 의료지원 체계를 알아보기 위해 화성시에 사는 장애인 3명을 인터뷰했다.
공통 질문은 4가지다. 코로나 걸린 시기와 감염 경로, 확진 기간 중 일상생활, 투병기간 가장 필요했던 부분, 완치 후 소감 등이다.
"죽어도 같이 죽자고 했어요"
- 화성우정읍 장애가족 안정용(71, 우정읍)씨
- 코로나 걸린 시기와 감염 경로는
"저희 남편은 심한 장애인입니다. 70대가 넘은 뇌병변 장애인이고, 활동지원사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직장에서 걸리면서 남편도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 확진 기간 중 일상생활은 어떻게 보냈는가
"남편에게 물어봐 같이 집에 있기로 약속하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했어요. 아침에 눈뜰 때마다 '괜찮아? 잘잤어?' 물어보고, 남편이 대답하면 안심하고 하루를 시작했어요. 약보다는 소금물로 가글하며 며칠을 지냈죠."
- 투병 기간 가장 필요했던 것은
"일주일 격리하면서 벌이에 타격이 생겼어요. 딸들한테 수시로 연락도 오고 부부가 같이 아프니깐 훨씬 마음이 편했어요."
- 완치되었는지
"몸은 이제 괜찮아요. 잘 먹고 운동한 게 전부예요. 코로나 지원금이 나온다고 해서 신청했어요."
"혼자 사는 데 청결 대응 어려웠어요"
- 화성 동탄에 사는 지체장애인 박성우(44, 동탄)씨
- 코로나 걸린 시기와 감염 경로는
"3월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3월 25일 타지역 스터디 카페에서 3명을 만났는데 지인과 마스크를 벗지 않고 스터디했음에도,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 확진 기간 중 일상생활은 어떻게 보냈는가
"오후에 확진 판정을 받고, 오전에 접촉한 활동지원사님에게 연락했어요. 활동지원사님이 자가격리를 시작하면서 주변에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졌어요. 법적으로 장애인이 코로나에 걸리면 활동지원사가 올 수 없어요. 답답하고 억울한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이래서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로 목과 몸이 아파 누워만 있었습니다. 나갈 수도 없고, 근처에 친척도 살지 않아 가까이 사는 장애인 동료에게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제집으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 투병 기간 가장 필요했던 것은
"장애인 당사자이자 기초생활 수급자로써 격리 기간 동안 끼니마다 시켜 먹는다는 건 경제적인 타격과 손실이 심합니다. 수급자나 비수급자든 음식값과 물품값은 똑같이 지불합니다. 그렇기에 수급자는 지출에 대한 체감부담이 훨씬 큽니다. 요리해본 경험이 없어 기존 반찬으로 대체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지요. 전화로 여기저기 물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집의 위생 상태가 점점 나빠졌습니다. 아픈 몸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와 집의 위생 상태까지 신경 쓸 수 없었습니다. 혼자 사는 삶의 어려움이 이런 데에서 느껴졌습니다."
- 완치되었는지
"코로나 후유증 증상이 모두 나타나고 있습니다. 건망증, 기침, 피로감 등인데 가장 불편한 것은 기침입니다. 물을 마시다가 목이 가려워 물을 뿜기도 했어요. 또 '왜 생각이 안 나지', '내가 치매가 걸렸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건망증이 심해졌다 느끼고요.
피로감은 코로나 완치 후 반나절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을 때 자주 있습니다. 후유증이 있는데 완치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여전히 존재하며 하루에도 몇 십번씩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화성시에 살면서 장애로 인하여 특별히 혜택받은 게 없습니다. 얼마 전 기사를 봤는데 저도 죽지 말라는 법 있을까요? 지금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와 같이 걸렸다"
- 화성봉담 뇌병변 이무길(50, 봉담읍)씨
- 코로나 걸린 시기와 감염 경로는
"봉담에 사는 나이 50세 뇌병변 장애인입니다. 3월 22일 증상이 있어서 자가키트 검사해보니 음성으로 나와서 안심하고 있다가 날이 갈수록 몸 상태가 좋지 않아졌어요.
한 번 더 검사해보니 양성이 나와 병원에 가서 검사받고,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3월 15일 화성시 아르딤 복지관에서 강의를 들었는데, 그다음 날 미술 강사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문자가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 확진 기간 중 일상생활은 어떻게 보냈는가
"저는 독거장애인이지만 활동지원사님과 함께 지냈어요. 같은 시기에 활동지원사님도 코로나에 걸렸거든요. 복지관에서 보내온 물품으로 생활했고, 활동지원사님의 따님이 식료품을 보내와 먹으며 지냈습니다."
- 투병 기간 가장 필요했던 것은
"다들 확진자와 마찬가지로 감기약과 먹을거리가 필요했습니다."
- 완치되었는지
"몸이 아파 누워만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안부 전화가 왔는데 받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누가 코로나가 안 아프다고 했는지. 지금은 그때만큼 아프지 않아 살 것 같습니다. 저 때문에 주변에 다른 분들이 걸릴까 봐 미안하고 걱정되고 그랬었습니다. 지금은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운동도 하고 동료들도 만나며 자유로이 밖에 나갈 수 있어 좋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