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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임기를 시작한 20대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도,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GDP 감소도, 모두 이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며 핵발전 정책을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20대 정부를 보며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은 커져만 가는데요. 29살, 아직 하고 싶은 게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은 나이인데 10년 20년 후의 미래는 불투명해져만 갑니다.

어린 시절, 한국 원자력 연구원이 있는 대전시 유성구에서 원자력 연구를 대전의 자랑으로 여기며 자랐습니다. 20년 가까이 대전에 살면서 '원자력'이 '핵에너지'와 동의어라고 말해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핵발전 산업 때문에 기후위기를 막는데 이토록 중요한 시간을 허비하게 될 줄, 그 당시엔 꿈에도 몰랐습니다. 봄의 생명력에 덩달아 들뜨다가도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미래에 착잡한 마음이 드는 5월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봄을 맞이하고 계신가요? [기자말]
 기후생태위기 대응과 시민안전을 포기한 윤석열 정부 OUT 기자회견 사진
기후생태위기 대응과 시민안전을 포기한 윤석열 정부 OUT 기자회견 사진 ⓒ 녹색연합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취임했습니다. 폐쇄적인 청와대 공간의 한계와 제왕적인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겠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겼죠.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집무실 주변에 용산 공원을 신속히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용산은 국내 미군기지 중 가장 많은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곳인데, 임기 내 용산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건 미군기지 반환 절차에 대한 이해와 토양 오염으로 시민들이 입게 될 피해에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국정철학, 국정목표 어디에도 기후위기, 생태위기 등 인류가 처한 위기에 대해선 그 어떠한 언급도 없었죠. 윤석열 정부가 5년간 펼칠 기후에너지 정책을 살펴보면 암울하기만 합니다. 

지구평균온도 1.5도 상승까지 우리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을 계산했을 때 약 7년의 시간이 남아, 윤석열 정부의 5년은 기후위기 대응에 매우 중요한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부터 후보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을 당시 기후위기 대응에 첨예한 쟁점이 되는 탈핵,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신공항 백지화 모두에 대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보였습니다. 벌써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기후재앙을 앞당기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4월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 시절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전쟁 등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들었지만 탄소중립이 산업계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왔다며 국민의 안전보다는 산업계의 의견을 대변하는듯한 입장을 내비쳤죠.

하지만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권고하는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미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평가받는 목표를 더 낮추겠다니 기후위기에 대응할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보이지 않아요. 최근 IPCC에서 발간한 제3실무그룹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전세계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해도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며 16Gt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줄여야 한다고 경고한 상황인데 말이죠.

핵 발전 정책으로 기후위기 대응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의 2030년 에너지 믹스 계획
윤석열 정부의 2030년 에너지 믹스 계획 ⓒ 녹색연합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기후, 환경의 정책 방향은 어떨까요? 윤석열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원전 최강국 건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전부터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산업의 생태계를 활성화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력을 되찾겠다"고 공약하며 원전 증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25기의 핵 발전소가 있어 국토 대비 발전소 밀집도가 높은 실정인데요.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110대 국정과제 중 세번째 과제로 공식화하기도 했죠. 또한 이미 8기의 핵발전소가 있는 울진에 신한울 3, 4호기를 추가로 건설할 뿐 아니라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어요.

핵발전소 수명 연장 신청기한을 수명 만료일 2~5년 전에서 5~10년 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한 상황으로, 이 경우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수명 연장 신청이 가능한 핵발전소는 18기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핵 발전 정책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전 세계 과학자 70여 명이 작업한 플랜 드로다운(Plan Drawdown)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솔루션 중에서 핵발전은 "후회막심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어요. 핵발전소 건설 비용이 점점 더 커질 뿐 아니라 핵발전소 하나를 짓는데 최소 8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기후파국을 막을 시간이 약 7년 남은 상황에서 탄소예산을 다 소진한 후에야 핵발전소가 생길까 말까 하는 상황인 것이죠. 윤석열 정부가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핵 발전 목표를 위해선 10기 이상의 핵발전소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핵 발전소가 소외된 지역에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지역 공동체가 핵 발전에 대한 찬반으로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10기의 핵발전을 어떻게 더 추진한다는 걸까요?

나아가 잦아지는 이상 기후에 핵발전소는 또 하나의 재난 요소가 될 수 있어 기후위기 시대 적합한 발전 방식이 될 수 없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핵발전소 공격과 울진 산불로 한울 핵발전소 주변에 불씨가 떨어졌을 때 우리가 불안에 떨었던 것처럼 말이죠. 기후위기를 막는데 이토록 귀중한 시간을 핵발전소 건설에 허비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이미 '기후위기' 자체가 되었다고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약 10% 하향하고, 줄어든 비중만큼 핵 발전 비중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IPCC의 제3실무그룹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핵발전의 탄소감축효과가 태양광과 풍력보다 1/4배로 낮았죠.

탄소중립을 위해선 2050년까지 500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필요해 매년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16GW 이상씩 늘려야 하지만 작년 늘어난 설비는 4.5GW에 불과합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데 들여야 할 시간과 비용을 핵 발전에 써버리겠다니 답답한 실정입니다. 

다가올 미래에 더 큰 불안감
 
 신한울 3,4 호기를 건설하면 울진에만 핵발전소 10기가 있게 됩니다.
신한울 3,4 호기를 건설하면 울진에만 핵발전소 10기가 있게 됩니다. ⓒ 녹색연합

윤석열 대통령은 또 다른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을 이야기하지만 SMR은 말 그대로 소형 핵발전소에 불과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엔 24개 핵발전소가 전체 전력의 약 30%를 공급하고 있는데요. SMR로 석탄과 가스 발전소 모두를 대체하려면 약 200개의 소형모듈원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안으로 제시된 SMR 역시 핵폐기물 문제와 사고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게다가 SMR은 20년 가까이 연구됐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실현되지 않은 기술이 어떻게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5년 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늘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올바른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국민의 안전이 아닌 핵 발전 산업을 회생시키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보며 10년 후, 20년 후 다가올 미래에 더 큰 불안감을 느낍니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기후/환경 정책 방향은 미세먼지 감축, 물 서비스 제공, 쓰레기 처리 방식 개선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국내 11개 기업 집단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64% 차지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과 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 방안은 찾아볼 수 없죠. 탄소예산에 입각한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필요하지만 과연 이러한 정책들로 가속화될 기후생태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미세먼지 30% 이상 감축을 위해 석탄 등 화력연료 발전 비중을 60%대에서 40%대로 감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미 이전 정권에서 2030년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41.3%로 목표한 바 있어 개선되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선 캠프의 원자력 에너지정책 분과장이었던 주한규 교수가 기존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던 지역에 SMR을 지으면 된다는 터무니 없는 입장을 밝히기도 해 논란이 됐어요. 석탄발전소 소재 지역 주민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죠. 소외된 지역의 주민들이 도시의 에너지 풍요를 위해 대기오염과 초고압 송전탑, 온배수 문제로 인한 피해와 고통을 감내해왔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자원순환 정책도 이전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거나 퇴보하는 수준입니다. 쓰레기 원천 감량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이야기 되어왔지만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은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분리배출과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있어선 음식물 분쇄기인 디스포저를 언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죠. 지금도 음식물 분쇄기를 거친 음식물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하수관으로 버려지는 문제가 있는데, 음식물 분쇄기 사용 공약을 실행할 경우엔 하수관 과부하는 물론 현재의 분리배출 시스템보다 에너지와 비용이 추가로 쓰일 문제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의문
 
 기후위기의 대안이 핵발전소라고요?
기후위기의 대안이 핵발전소라고요? ⓒ 녹색연합
 
윤석열 정부는 임기 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 환경 정책 방향'을 발표했지만 실제 행보는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자연생태계의 기후 탄력성을 제고하겠다고 하지만 이와 모순되는 국토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항공기는 교통수단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해 세계 각국은 신규 공항 계획을 철회하고 있는데요. 윤석열 당선인은 가덕도 신공항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제주 제2공항과 새만금 국제공항 등 10개의 신공항을 조기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죠. 대부분의 공항이 적자를 면치 못해 경제성조차 담보되지 않는데 말이죠.

선거 때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하는 신공항 정책이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며 비판받는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은 보호지역 내 케이블카를 건설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하신 4대강 사업이 폄훼되고 있다"며 이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어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국민을 위해, 민생을 위한다며 핵발전을 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윤석열 정부를 보며 대통령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됩니다. 핵산업계의 부흥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미래를 꿈꿀 권리를 박탈해버리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인지 묻고 싶습니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16분의 취임사에서 '자유'를 총 35번 언급하며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아닌 핵산업계가 주인인 나라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핵산업계의 자유를 위해 제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는 자유를, 권리를 앗아가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목소리, 시민의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20대 정부의 잘못된 기후환경정책으로 우리 모두의 미래의 안전을 포기할 수는 없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5년의 골든타임이 핵산업계 부흥을 위해 허비되었을 때 빼앗길 우리의 미래, 기후재난으로 안전의 위협을 받을 핵발전소 인근의 주민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되는 신공항으로 마지막까지 내몰린 생명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구체적이고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마련하고, 원전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위한 기후환경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입니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진솔하고 유쾌한 활동을 하고자 해요.


#기후위기 #윤석열#대통령#기후변화#핵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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