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중립국 핀란드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가입을 선언했다.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12일(현지 시각) 공동 성명을 내고 "핀란드는 지체 없이 나토 가입을 신청해야 한다"라며 "나토에 가입하면 핀란드의 안보가 강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핀란드가 회원국으로서 나토 전체의 동맹도 강화해줄 것"이라며 "나토 가입 결정을 위한 행정 절차가 앞으로 며칠 내에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나토군 '동진' 막으려다가...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4년간 나토를 비롯한 군사 동맹에 가입하지 않고 중립국 지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면서 나토와 협력 관계를 강화해왔고,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자 국내 여론이 나토 가입 찬성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최근 현지 여론조사에서 나토 가입에 찬성한다고 답한 핀란드 국민은 76%(반대 12%)에 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찬성 여론이 20% 정도에 불과했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이 침공해 벌어진 '겨울 전쟁'으로 영토 일부를 빼앗기고 9만 명이 넘는 목숨을 잃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자 나토군의 동진(東進)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침공을 강행했던 러시아는 오히려 국경에 나토군이 더 늘어나는 역풍을 맞게 됐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00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1949년 미국에서 북대서양조약을 기초로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12개국이 발의로 창설한 군사방위 동맹인 나토는 소련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들까지 대거 가입하면서 현재 30개 회원국으로 늘어났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핀란드의 가입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라며 "가입 절차는 매끄럽고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반겼다. 나토는 오는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핀란드의 가입을 정식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74년과 200년 중립 역사 포기하게 만든 우크라 침공
핀란드 인접국 스웨덴도 곧 나토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1995년 유럽연합(EU)에도 함께 가입했었다. 스웨덴의 중립국 역사는 더 길다. 나토에 가입하면 나폴레옹 전쟁 이후 200년 넘게 지켜왔던 군사적 비동맹 지위를 종료하게 된다.
AP통신은 "러시아와 가까운 핀란드와 스웨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켜보며 그들이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양국 관계와 북유럽 안정에 심각한 손해를 입힐 것"이라며 "러시아는 군사·기술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핀란드는 자신들의 결정과 책임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나토의 목표는 러시아 국경을 향해 계속 확장하고, 군사적 위협을 가하기 위해 대립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이 분명해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핀란드의 니니스퇴 대통령은 "러시아는 언제든 인접국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 모든 일은 러시아가 저지른 것이며, 거울을 바라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