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선(58) 경기교육감 진보 단일 후보와 보수로 분류되는 임태희(65) 후보의 경기도 교육에 대한 견해는 크게 달랐다.
성 후보는 경기교육청이 10여 년간 추진한 혁신학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계승 발전하고자 했다. 반면 임태희 후보는 기본부터 잘못됐고 위헌 소지까지 있다며 혁신학교를 깎아내렸다.
두 후보의 견해차는 각 후보의 선거 사무실에서 진행된 경기교육청 출입 기자들과의 심층 인터뷰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임 후보는 12일 "교육계에서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정말 속 시원히 해결한 적이 있나"라고 지적하며 "교육에는 정치가 개입되면 안 되지만 교육감에게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후보는 13일 "복잡한 교육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정치 전문가가 아닌 교육 전문가가 경기교육을 이끌어야 한다"며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임태희 후보와 각을 세웠다.
다음은 두 후보에게 같은 질문을 한 후 내용을 취합한 인터뷰 전문이다.
"9시 등교는 학생 중심" vs. "당선하면 9시 등교부터 폐지"
-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왕따를 비롯한 학교폭력이 늘고 있는데, 현실적인 대안이 있나?
임태희(아래 임) : "학교전담경찰관, 교육지원청에 변호사를 배치해 학교폭력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 등의 업무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한 기숙학교 설립 추진도 구상 중이다. 인성교육의 부재도 학교폭력의 원인인데, 인성교육으로 당장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지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인 시행이 필요하다."
성기선(아래 성) : "폭력은 물리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갈등을 폭력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법을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배울 필요가 있다. 심각한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엄격히 다뤄야 하지만,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한다면 학교폭력이 많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학교 문화부터 바꿔나가는 게 근본적인 치유라고 본다."
- 이재정 교육감이 취임 후 처음 한 일은 '9시 등교제'였다. 당선하면 무엇부터 할 것인지?
임 : "9시 등교제 폐지를 통해 맞벌이 부부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의 안전한 통학을 먼저 시행하고 싶다. 안심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또 학력을 강화하는 책임 있는 돌봄을 시행하겠다."
성 : "코로나19 후유증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지금 교육은 코로나19로 발생한 교육격차, 학습결손, 몸과 마음의 건강 악화, 관계성 및 사회성의 문제 등 매우 많은 후유증을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 진단과 개별 맞춤형 대책, 코로나19 회복 집중기간을 운영하여 학교가 하루빨리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하겠다."
- 이재정 현 교육감 8년에 대한 평가는?
임 : "한마디로 '불통'이다. 현장과 소통하지 않고 갈등이 발생해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학생 인권만 중시하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권이 말이 아니다.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을 건드려 깨우는 행위도 아동학대로 간주되는 게 경기도 교육의 현실이다."
성 : "9시 등교 등 학생중심 교육을 실천하였고,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혁신학교 이후 교육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정책을 시행했다고 본다. 이재정 교육감의 이런 성과를 이어가고 더욱 발전시키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보완하겠다."
- 경기혁신교육 10여 년 평가는?
임 : "혁신학교는 학력저하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 일반 학교보다 예산을 더 많이 배정받는 등 교육평등권 부분에선 위헌적 요소도 있다. 우선 학력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기초학력 강화 방안으로 양질의 사교육 콘텐츠가 공교육 시스템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성 : "경기혁신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을 선도해왔다고 생각한다. 혁신교육의 틀을 통해 공교육을 제대로 해 학생·학부모·교원 모두의 신뢰를 회복하고, 그 힘으로 미래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혁신학교가 학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근거 없는 이야기다. 혁신학교는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게 하고 공부 잘하게 하려고 하는 거지, 공부 안 시키고 놀리는 학교가 아니다. 공부 잘하는 혁신학교를 만들 것이다."
"교육전문가가 교육감 되어야" vs. "교육감에겐 정치가 필요해"
- 특목고와 자사고 등 수월성 교육에 대한 입장은?
임: "현재 있는 특목고와 자사고 등을 없앨 것까지는 없다는 게 소신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그 아이들에게 맞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그 아이들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공유학교'를 구상하고 있다. 특기를 가진 학생이 많아서 공유학교에서 그 주제로 수업이 이뤄진다면 그 영역에 부합하는 특성화고나 특목고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특목고, 자사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성: "수월성 교육에 단호히 반대한다. 저는 교육사회학 연구자로 고교평준화가 전반적인 상향평준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자사고, 특목고는 수월성 교육이 아닌 차별 교육, 특권 교육, 서열화 교육으로 변질되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고에 전가되었다. 대다수의 학생이 다니는 일반고가 피해를 보는 과거 교육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 왜 자신이 교육감이 돼야 하는가?
임 : "교육계에서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정말 속 시원히 해결한 적이 있나? 교육에 정치가 개입되면 안 되지만 교육감에게는 정치가 필요하다. 저는 국회에서 교육위원으로 활동했고, 청와대에서도 교육 관련 정책을 주도했다. 유아 교육 국가 책임제를 통한 누리과정을 만들었다. 교육감은 지자체와 협치 및 예산 조정, 의회와 국회 등 입법기관과의 조율 등 정치·행정 전문가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내가 적임자라 생각한다."
성 : "교육전문가가 경기교육을 더 잘 이끌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교사, 교육 연구자, 교육학 교수, 경기도 율곡교육연수원장,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등 교육과 관련된 분야에서 평생을 일해왔고 전문성으로 인정받았다. 복잡한 교육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정치전문가가 아닌 교육전문가가 경기교육을 이끌어야 한다."
- 윤석열 정부 교육 정책에 대한 견해와 전망은?
임: "윤석열 정부 교육 국정과제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했다. 유·초·중등 교육과 관련 있는 부분은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SW(소프트웨어)‧AI 교육 강화, 관련 교사 양성, 돌봄 시간 연장 및 확충, 학교 다양화, 고교학점제, 입시비리 전담기구 설치, 입시전형 단순화 등이다. 전반적으로 동의하며 정시 확대가 빠진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경기 교육이 보다 나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성 :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하는 교육정책을 보면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 자사고와 외고의 부활 등 과거 특권교육, 차별교육, 서열화 교육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이 뒤로 가면 안 된다.
또한 현장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큰 정책 방향의 전환도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저는 교육감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경기교육이 뒤로 가지 않고, 아이들이 상처받고 피해받지 않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