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재에서는 사회복지 현상에서 일정한 시간 흐름에 따라 일어나는 변화, 구체적으로 사회복지와 관련된 특정 사건으로 인해 연속적으로 발생한 파문들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파문'의 출발점은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입니다.
이 기사에서 다룰 내용은 주로 제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국내입양실무자들이 경험한 입양실무의 맥락과 패턴"(2018)이라는 연구논문의 결과물을 토대로 한 것임을 밝힙니다. 아래 그림도 이 논문에 실려 있습니다.
2012년에 입양특례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가정법원 입양허가제가 도입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입양기관의 심사만을 통과하면 됐는데, 법률 개정 이후로 입양을 원하는 부부는 입양기관의 심사를 통과한 이후에 다시 가정법원의 심사를 받게 되었고 그 모든 절차를 통과해야만 입양부모가 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입양부모의 자격조건 강화입니다. 이전에도 예비입양부모들은 '충분한' 재산과 자녀를 양육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 등으로 부모가 될 자격을 판정받았는데, 그 기준에 더하여 약물이나 범죄 이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한 뒤에야 입양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자격이 있는지 여부는 입양기관과 가정법원이 이중으로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가정법원의 가사조사관이 예비입양부모의 가정을 방문해서 조사할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입양 전 출생신고가 의무화되었습니다. 입양대상아동을 출산한 친생부모는 가족관계등록제도에 따라 자신이 출산한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한 뒤에야 친권을 포기하고 자녀를 입양 보내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입양기관이 친생부모를 상담한 뒤 친생부모와 임신, 출산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입양을 결정하면 일가창립이라는 형태로 별도의 신분(성본 창설)으로 등록한 뒤 입양기관의 장이 보호자가 되어 입양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 이후로는 친생부모가 출산한 아기를 자신의 자녀로 등록한 뒤 입양동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넷째, 입양숙려기간제의 도입입니다. 이 제도에 의해서 친생부모는 자녀를 출산하고 1주일이 지난 뒤에 입양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친생부모가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미혼모시설에서 생활하다가 출산 직후 입양을 보내거나 산부인과에서 출산하고 바로 입양을 보내기도 했는데, 그것을 제도적으로 가로막은 것입니다. 친생부모가 적어도 1주일 간 아기를 키우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러한 네 가지 변화는 일단 모두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문제와 이슈가 되었던 사안들에 대해 제동을 걸고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풀어가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아동권리에 관한 국제협약과 아동복지정책의 방향에도 부합하는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로 인한 변화들이 바람직한 것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입양 현상의 물줄기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시도한 이러한 변화는 입양 현상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이루어진 변화의 일부는 예상했던 것이지만, 어떤 것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가정법원 입양허가제와 입양부모 자격조건 강화는 예비입양부모의 감소를 초래했습니다. 입양기관 심사만 받으면 되는 줄 알고 신청했는데, 가정법원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예비입양부모의 상당수가 신청을 취소하거나 아예 포기했습니다. 그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음에도 그대로 신청하고 절차를 진행한 예비입양부모의 일부는 심사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고 복잡하다고 느껴지자 중도에 철회했습니다. 그 단계를 통과한 부부 중 일부는 입양기관에 의해 또는 가정법원에 의해 허가를 받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습니다.
여러 단계에서 차례로 예비입양부모들이 탈락하면서 결과적으로 입양을 하게 된 입양부모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수가 줄어든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여전히 많은 입양대상아동들이 대기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입양 현장의 이해당사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자격을 갖춘 '더 좋은' 부모들이 아동들을 입양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동전의 다른 면, 즉 입양대상아동의 상당수가 입양이 되지 못한 채 위탁가정이나 시설에서 생활하게 된 것은 좋은 일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대안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관련된 한 가지 맥락을 언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동안 입양 현장에서는 국내입양 우선추진제와 입양부모의 자격조건 강화, 가정법원 입양허가제 등이 입양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고 전체 기간을 연장하게 함으로써 입양대상아동의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그 때문에 아동들이 주 양육자와 애착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작년에 참여한 <예비입양부모 상담 및 가정조사 절차 표준화 방안 연구>(아동권리보장원, 2021)에서는 그것이 진실의 일부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즉, 실제로는 개별 예비입양부모와 입양대상아동이 연결된 상태에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입양기관의 '결연위원회' 단계까지는 예비입양부모와 입양대상아동이 각자 절차를 밟고, 결연 이후에도 가정법원 심사를 받는 동안 '입양전제위탁', 즉 입양될 것을 전제로 예비입양부모가 아동을 위탁보호하면서 양육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 기간이 길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세 번째 조치인 '입양 전 출생신고 의무화'는 UN의 아동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그 중에서도 아동이 자신의 출생 정보를 알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원칙에 근거하여 볼 때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결과는 갑자기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기의 수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베이비박스는 입양특례법 개정 이전부터 운영되어 왔지만, 개정 이후 그곳에 들어온 아기들이 급증하면서 다시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베이비박스와 그것을 운영하는 시설을 대표하는 개신교 목회자는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구체적인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내막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문제가 발견됩니다. 우리가 가장 주목하게 되는 것은 법률에 의해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출생정보가 등록되고 보호받아야 하는 아동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구체적으로 그 아동들은 출생정보가 기록되지 않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대부분이 더 나은 조건을 가진 가정에 입양 되지 않고, 다른 시설로 옮겨져 지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시설에서는 친생부모가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넣는 순간 울리는 신호를 듣고 바로 나가서 친생부모를 만나고 상담을 하고 있지만, 놓치는 경우도 있고, 정보가 왜곡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법률적으로 더 심각한 사안은 베이비박스가 합법적인 제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행 입양특례법에서는 입양기관과 가정법원의 공식 절차를 거친 경우만을 합법적인 입양 경로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와 그것을 운영하는 시설은 입양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합법이 아닌 것입니다. 또한 베이비박스는 사회 구성원, 특히 미혼이나 혼외 관계로 임신하고 출산한 남녀 커플에게 자녀 양육을 포기하는 쉬운 대안이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입양숙려기간제도는 원래 취지에 맞게 친생부모가 입양을 잠시 미루고 아기를 양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마음을 돌려 양육을 선택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친생부모들에게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즉 미혼이든 혼외관계든 임신을 하게 된 커플 중 다수는 남성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거나 아예 도망하는 경우도 있고, 미혼부모의 경우 그 부모가 격렬하게 반대할 경우 일주일 간 머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려했어야 할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사안을 더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일반 사회구성원들은 '미혼부모'라는 말을 듣게 되었을 때 흔히 미혼부보다는 미혼모를 떠올리게 되고, 그들이 10대 청소년일 거라는 가정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 통계자료를 보면 자녀를 입양 보내는 미혼부모의 다수는 20대 청년들이며 30대 이상 장년들의 혼외관계로 태어난 아기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낙태'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일부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라도, 끝까지 아기를 지켜내고 출산하여 더 나은 양육환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부모들의 의지도 한편으로는 격려 받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10대 청소년 부모인 영주와 정현은 부모와 학교,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기를 지키기로 결정합니다. 이 사례에 대한 입장은 다양하고 극단적으로 나뉘기도 하지만, 일단 부모가 아기를 지키기로 결정했다면, 우리는 그 아기의 생명을 존중하고 최선의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어떤 아기도 그 존재 자체를 거부당하거나 심지어 저주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생명 존중의 가치를 토대로 낙태를 반대하며 아동인권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혼전순결과 건전한 부부관계도 강조하기 때문에 미혼이나 혼외관계를 통한 임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듯합니다. 이것은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이 전적으로 옳거나 틀리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생명이 시작된 존재는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입양특례법 개정과 구체적인 제도의 변화는 예비입양부모의 감소와 입양대상아동의 감소라는 바람직해 보이는 변화를 가져왔지만, 합법적이지 않은 경로의 자녀양육 포기를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이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베이비박스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축은 '해외입양'입니다. 이것은 더 복잡한 맥락을 가지고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 기사의 결론은 혹시나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길 것을 고려하고 있는 남녀들에 대한 당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그런 커플을 알고 있고, 조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의 관계로 생명을 갖게 된 한 존재, 아기는 그 자체로 존중받고 축복 받아야 합니다.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출산에 이르기까지 지켜낸 것은 잘 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는 두 사람이 이 아기를 앞으로도 잘 키우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또한 우리 사회는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 결코 만만치 않고, 그 열악한 상황을 조성한 책임의 일부가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도 있기 때문에, 그 책임을 더 나은 상황에 있는 다른 가정에 맡기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두 사람은 아이의 부모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최대한 맡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할까요?
먼저, 모든 아동은 자신의 출생 정보를 알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든 어디든 친생부모의 신원과 기본 정보를 알리지 않은 채 아기를 내버려두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기본적인 책임도 맡지 않는 행위입니다. 입양된 아동을 포함한 보호대상아동들은 성인기에 가까워졌을 때 자신의 출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아동들이 직접 친생부모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옮고 그름을 떠나서 친생부모는 자신들이 낳은 아이가 자신을 찾아 나섰을 때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때 거부하더라도 지금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정보를 기록해두어야 합니다.
자녀를 입양 보내는, 합법적이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경로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아동 담당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연락하는 것이며, 그는 시군구청 아동보호팀의 아동보호전담요원에게 연결해 줄 것입니다. 현행 아동보호서비스 제도, 그리고 입양제도에서는 그것이 유일한 합법적 경로이며, 다른 곳을 찾아가더라도 결국 그 경로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안을 모색하기 전에 다른 쪽 부모와 함께 아이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더 나은 대안들을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부족함이 있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장벽과 어려움과 역경이 예상되는 고생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어린 부모나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상치 않은 임신, 원하지 않던 아이라고 하더라도, 아이의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랍니다.